“평생 불운이 따라다닌 사나이”... 화가 마르크 샤갈

(일러스트=나탈리야 미하일렌코)

(일러스트=나탈리야 미하일렌코)

위대한 화가 샤갈은 유대계 프랑스 화가이자 미국 화가다. 그러나 러시아 제국에서 태어난 그는 러시아 화가이기도 하다.

마르크 샤갈(1887-1985)의 가장 유명한 그림 가운데 하나는 "시간 — 둑 없는 강(Время - река без берегов)" 으로, 제목도 난해하고 주제도 초현실적이다. 이 그림 속에는 추시계가 강을 따라 둥둥 떠다니고 날개 달린 거대한 물고기가 시계 위에 앉아 바이올린을 켜고 있다. 평생을 이 물고기처럼 산 샤갈의 인생을 빗댄 굉장히 적절한 은유가 아닐 수 없다. 샤갈은 놀랄 만한 시간 감각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는 위험이 닥치기 직전 자리를 박차고 훌쩍 날아 떠나곤 했다. 이처럼 놀라운 직감 덕분에 샤갈은 유대인 학살과 스탈린의 대숙청, 나치 강제수용소를 피할 수 있었다. 샤갈은 거의 백 세까지 살며 전쟁과 잔학, 유혈로 가득 찬 한 세기를 보냈다.

마르크 샤갈 <도시 위로>, 1918년 (사진제공=Press Photo)
마르크 샤갈 <도시 위로>, 1918년 (사진제공=Press Photo)

샤갈은 태어날 때부터 악재에 시달렸다. 샤갈이 세상에 나오자마자 도시에 불이 났다. 세상은 아기의 탄생을 불길로 맞이했다. 장터 상점들이 불타기 시작하면서 화염은 이웃집들로 번져나갔다. 한 시간 뒤에는 이미 구역 전체가 불길에 휩싸였다. 어머니는 아들을 살리기 위해 안전한 곳을 찾아 거리 여기저기로 요람을 들고 다녔다. "어쩌면 이 때문에 항상 불안을 느끼며 방랑벽을 겪고 있는지 모릅니다." 샤갈은 이같이 말했다.

두 번째 악재는 예술지상주의(супрематизм) 화가로 유명한 카지미르 말레비치와 함께 찾아왔다. 1917년 러시아 혁명 발발 이후 샤갈은 비텝스크(Витебск, 현 벨라루스 도시) 시 예술 코미사르(인민위원)에 임명되었다. 그는 비텝스크의 미술학교를 감독하고 혁명 축제들을 조직하는 일을 맡았다. 샤갈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이 일에 임했다. 그는 초현실주의 혁명 축제를 기획했다. 비텝스크 시민들은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양복 깃 단추 구멍에는 나비매듭을 단 채 "말과 소리의 혁명 만세!"라고 쓰인 플랭카드를 들고 행진했다. 죽마를 탄 여성들도 행진에 등장했다. 건물들에는 샤갈의 지시에 따라 오렌지색 바탕에 파란 색 직사각형이 그려졌다. 시 위원회 건물 위로는 초록색 말을 타고 있는 사람이 그려져 있고 "비텝스크에게, 샤갈"이라고 쓰여 있는 깃발이 내걸렸다.

마르크 샤갈 <시간은 둑 없는 강이다>, 1930~1939 (사진제공=Press Photo)
마르크 샤갈 <시간은 둑 없는 강이다>, 1930~1939 (사진제공=Press Photo)

그리고 "검은 사각형" 그림으로 유명한 말레비치가 볼셰비키 당국을 설득하여 샤갈이 충분히 혁명적이지 않다고 믿게 하지 않았더라면 만사형통이었을 터였다. 진정으로 혁명적인 예술은 비구상적이고 추상적이어야만 하는데, 샤갈은 사람들이나 그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사실, 문제는 비구상성에 있지 않았다. 말레비치 본인이 코미사르가 되고 싶은 나머지 경쟁자를 밀어내려 했을 뿐이었다. 샤갈은 떠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몇 년 후 소련 당국이 화가와 시인, 영화감독들을 탄압한다는 소식이 러시아에서 파리까지 날아들기 시작했다. 만약 떠나지 않았더라면 샤갈도 똑같은 운명을 맞이했을 것이 틀림없었다.

그러나 샤갈 같은 사람에게는 프랑스도 안전하지 못했다. 1941년 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던 것이다. 샤갈은 독일군이 들이닥치기 바로 직전까지 파리에 머물러 있다가 하마터면 탈출하지 못할 뻔했다. 나치 점령하에서 유대인 화가에게 무슨 일이 닥쳤을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이미 1933년에 나치당원들은 샤갈의 작품들을 다른 '퇴폐 예술'과 함께 불태운 바 있다.

마지막 순간 샤갈은 뉴욕으로 떠났다. 그는 이곳에 정착할 수도 있었지만, 생을 마감할 때까지 노마드적 삶을 계속했다. 샤갈은 어렸을 때 한 집시 여자에게서 자신이 비행 중에('하늘을 날다가') 사망할 거라는 예언을 들었다. 그러나 집시 여자의 예언은 빗나갔다. 샤갈은 자신의 침대에서 눈을 감았다. 그는 자신의 그림 속 인물들처럼 '하늘을 날며' 살았다. 샤갈의 그림들에서는 연인들과 시골 유대인들, 심지어 물고기들까지 모두가 날아다닌다. 그것도 바이올린을 켜며 날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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