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최신 패션 키워드는? “컨셉트와 캐주얼”

(사진제공=Oh, my)

(사진제공=Oh, my)

지난 몇 년간 러시아에서는 중소 패션브랜드 붐이 일고 있다. 컨셉트를 앞세운 소규모 브랜드들과 우아한 여성복을 만드는 작은 공방 규모의 봉제회사들이 패션 대기업들의 뒤를 바짝 뒤쫓고 있다. 패션컨설팅그룹(Fashion Consulting Group) 같은 의류업계 전문가들은 이같은 경향을 의류 시장의 주요 트렌드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역사적 기원

역사적으로 거슬러올라가면 제정 러시아 시절 러시아인들은 집에서 직접 옷을 만들거나 개인 의상실에서 옷을 지어 입었다. 19세기 후반에조차 기성복을 대량생산하는 큰 공장은 소수였고 그마저도 모스크바처럼 산업이 발달한 대도시에서만 볼 수 있었다. 가장 유명한 것은 '만들(Мандль)', '틸(Тиль)', '로젠츠바이크(Розенцвайг)', '페투호프 형제(Братья Петуховы)' 같은 상업회사들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중간 정도 규모 기업은 중견 규모였다. 흥미로운 것은 러시아의 의류산업이 진정한 의미에서 '제국'적 규모로 융성하게 된 것은 소비에트 정권이 들어선 이후, 1920년대라는 점이다. 그후 거대한 의류공장들이 생겨났고, 1990년대 초에는 터키산 의류를 대량으로 수입했다. 동시에 이바노프 주의 '콰트로(Quattro)'처럼 현대 러시아의 대량 의류생산 기업이 생겨났다. 그러다가 최근에 들어서야 독자적인 원형, 재단, 봉제, 판매 시스템을 갖춘 중소 기업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청출어람 청어람

드미트리 로기노프(Дмитрий Логинов)의 여성스러운 라인을 살린 턱시도
드미트리 로기노프의 여성스러운 라인을 살린 턱시도 (사진제공=Press Photo)

시장경제를 도입한 이래 20년 사이 러시아에는 쟁쟁한 신진 디자이너 군단이 성장했다. 소련 시절 활동을 시작한 구세대 디자이너들의 좁디좁은 아성으로 새로운 트렌드의 신진 디자이너 군단이 침투하고 있다. 패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빅토리야 가진스카야(Виктория Газинская)의 그래픽 원피스나 드미트리 로기노프(Дмитрий Логинов)의 여성스러운 라인을 살린 턱시도, 아나스타시야 로만초바(Анастасия Романцова)의 귀족풍 맥시 드레스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러나 무게감 있는 천연 원단으로 풍성하고 화려한 치마를 만드는 크리스티나 톱스(Kristina Tops), 미니멀한 동시에 여성스러운 원피스를 만드는 야니나 베흐테바(Yanina Vekhteva), 넓은 소매단과 인상적인 작은 플래시를 달아 이목을 집중시키는 블라우스를 만드는 루잔나 구카샨(Ruzanna Gukasyan)같은 젊은 디자이너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들처럼 나이는 젊지만 '팔리는' 옷들을 디자인하는 이들의 후광에 가려서이다.

A la Russe
(사진제공=A la Russe)

예를 들면 패션 디자인에 관심을 가지고 모스크바를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부티크 소유자들의 구미를 충족시키는 신진 디자이너들의 작품이 다수 전시된 '백스테이지 쇼룸(Backstage Showroom)'을 방문해볼 만 하다. 여기서는 풍성한 치마나 복잡하게 재단한 자켓, 그리고 H라인의 미니멀한 원피스 등을 만나볼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이곳에서는 인기 브랜드의 컬렉션 기획전이나 패션 산업 및 의복의 역사에 대한 다양한 강의도 진행된다.

여러 남성 캐주얼 브랜드를 한 지붕 아래 모은 '팬시크루(Fancy Crew)'의 창업자들은 좀 더 컨셉트 지향적인 '다른' 디자인을 추구한다. 모든 것에서 철저히 자신들의 취향을 고집하며 이들은 오래된 벽돌벽에 체크남방과 베이지색 슬랙스가 걸린 실제 같은 공간을 완벽히 재현했다.

"우리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우리 샵을 찾는 모든 손님에게 가게를 한 바퀴 둘러보게 한다. 더욱이 몇몇 브랜드는 러시아뿐 아니라 유럽이나 아시아에서도 생소하다. 우리 샵에는 우연히 가져온 물건이란 없고, 모든 옷에 뭔가 특징적인 디테일이 있다. 우리는 세상에는 대량생산 시스템에서 벗어나 작품 하나하나가 독보적인 특징을 갖는 상품도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일깨워주는 일종의 계몽자 역할도 어느 정도 수행하고 있다." 팬시크루 쇼룸의 공동소유주는 이렇게 말했다.

‘팬시크루(Fancy Crew)’
'팬시크루(Fancy Crew)' (사진제공=Press Photo)

인터넷의 덕을 보다

패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 그리고 수백만 명이 이용하는 인터넷의 보급으로 패션업계의 온라인 홍보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초기 자본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신진 디자이너들은 최근 1-2년 사이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온라인 상에서 성공적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예로, 인터넷 의류 쇼핑몰 '오마이스토어(Oh, my store)'는 생긴지 2년 반만에 소기업 치고는 엄청난 수익을 거둬들였다. 러시아에서는 획기적이라고 할 수 있었던 이들만의 새로운 컨텝트는 다름아닌 단순함이었다. 오마이스토어에서는 흰색, 검은색, 회색 톤의 단순한 디자인의 원피스, 티셔츠, 후드티, 니트 긴팔티만을 취급한다. 또 다른 성공적 예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배트노튼(Bat Norton)'이 있는데, 이들의 성공 비결은 화려한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션을 프린트한 클래식한 남녀용 티셔츠를 자신들의 온라인 쇼핑몰에서만 판 것이었다.

40세 미만 젊은층에서 출산율이 증가하면서 아동용 디자이너 의류 산업도 발달했다. '베이비스왜그(Babyswag)'나 '펀포맘(FunForMum)' 같은 쇼핑몰에서는 친환경, 그리고 스칸디나비아풍이 가미된 자연미를 종점 컨셉트로 홍보하는 국내외 틈새 상품을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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