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와 유럽 사이"... 러시아의 정체성에 대해

이즈마일로브스카야 마을(деревня Измайловская)의 오래 된 목조 다리. 케노제르스키 국립공원 (Кенозерский национальный парк).

이즈마일로브스카야 마을(деревня Измайловская)의 오래 된 목조 다리. 케노제르스키 국립공원 (Кенозерский национальный парк).

알렉세이 쿠덴코/리아 노보스티
동서양 양쪽에서 풍부한 유산을 물려받은 러시아는 유럽과 아시아 양 대륙과 이들의 다양한 문화를 이어주는 자연스러운 가교가 되고 있다.

러시아가 유럽이냐 아시아냐는 문제는 러시아 안팎에서 수 세기 동안 논쟁의 대상이었다. 러시아의 거대한 영토 가운데 상당 부분은 아시아에 걸쳐 있지만, 러시아 사람들은 유럽 지역에 더 많이 살고 있다. 러시아는 핀란드와 중국처럼 멀리 떨어진 나라들과 이웃해 있음으로써 항상 동서양 대륙에서 최고의 특질과 특성 가운데 일부를 흡수해 왔다.

러시아는 18세기에 문화 부흥을 겪으며 미술과 문학, 음악에서 천재들을 배출했는데, 유럽은 이들을 위대한 유럽 유산의 일부로 자랑스럽게 받아들였다. 유럽 지식인들의 개인 도서관에서는 표도르 도스토옙스키나 레프 톨스토이가 쓴 책 한 권쯤은 흔히 볼 수 있었다. 유럽 국가 대부분의 고전 음악 콘서트에서는 표트르 차이콥스키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같은 전설적인 작곡가들의 작품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러시아는 이웃나라 핀란드처럼 사우나를 좋아하는 것에서부터 러시아와 스웨덴 사람들을 하나로 엮어 주는 훌륭한 여름 별장 전통에 이르기까지 북유럽과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러시아 사람들이 여름에 대해 보이는 찬미와 열정은 스칸디나비아 국가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감정들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러시아 제국의 화려한 수도였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가장 잘 드러나고 있는 강력한 유럽적 유산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에 있으면서 완전히 유럽에 있다는 느낌을 갖기는 어렵다.

모스크비치들은 특히 최신식 고층 주택들에 사는 경우 이웃들에 대한 행동에서 더 유럽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러시아 지방에서는 자신들의 5층짜리 공동주택 주민들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조금 더 알고 있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러시아의 위대한 아시아 유산은 양파 모양처럼 둥근 '동양식' 지붕들에서만 엿보이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 문화에는 아시아 본연의 뭔가가 있다. 러시아는 손님 환대만 아니라 방문객들을 접대하는 가족들의 건전함과 관대함으로도 유명하다. 멀리 떨어진 러시아 지방에서 외국어를 아는 사람들이 적어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러시아 사회는 개방적이고 포용적이다.

유럽에서는 열차 승객들이 자신만의 세계 속으로 빠져들기 전에 동행자들을 향해 점잖게 미소 짓지만, 러시아 문화가 고동치는 것을 느끼면서 러시아 문화가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려면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타고 장시간 여행을 해봐야 한다.

덴마크에서 온 새로운 친구와 대화를 하다가 나는 내 가족과 여전히 연락하고 지내냐는 질문을 받았다! 러시아에서 이런 질문은 많은 아시아 국가에서와 똑같이 황당한 소리로 들릴 것이 뻔하다. 강한 가족 유대감이야말로 러시아 사회를 떠받치는 토대인데, 이는 러시아에서 가장 큰 두 도시에서 더 멀어질수록 더 강하게 나타난다. 혹자는 많은 경우 사람들이 주택난으로 인해 대가족을 이루며 사는 수밖에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에 가족 관계가 어쩔 수 없이 강화됐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만약 그랬다면, 오늘날 주택담보대출과 주택융자 빚 속에서 사회적 가치들이 분명한 변화를 보였을 텐데, 그런 일은 뚜렷하게 보이지 않고 있다.

러시아에서 강하게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아시아 요소는 러시아에서 일고 있는 종교 부흥에서 찾을 수 있다. 공산주의자들에게 수십 년 동안 신앙의 자유를 억압당한 이후 러시아에서는 전통적인 신앙으로의 회귀가 눈의 띄게 나타나고 있다. 정기적으로 교회를 찾는 신도들이 교회에 넘쳐나고 있다는 말은 아니지만, 신께 삶의 해답을 구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 종교 논쟁은 끝이 없지만, 심지어 나 같은 비종교인까지도 러시아의 오래된 교회와 수도원들 가운데 일부에서는 정신적 에너지가 상당하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이들 교회와 수도원은 유럽의 많은 예배당이 그런 것과는 달리 단순한 관광 명소로만 그치지 않고 있다.

많은 면에서 볼 때 러시아는 유럽과 아시아의 영향을 결합하여 두 대륙의 문화와 같으면서도 다른 독창적인 문화를 만들어낸 나라로서 항상 두 대륙 사이를 이어주는 나라가 될 것이다.

리스본에서 태평양까지 이어진 단일 공간(common space)

러시아는 유럽과 아시아를 이어주는 자연스러운 가교가 될 수 있다. 러시아 당국이 유라시아연합 그리고 리스본과 블라디보스토크 사이의 단일경제공간에 관해 말할 때 그것은 진심이다.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참여하는 연합체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이들 신생 독립국가들을 위한 대안에 관해 생각해 봐야 한다. 이들 국가에 대한 중동의 영향력이 더 커지는 것을 바라는 사람들이 유럽에 얼마나 될까? 상대적으로 안정된 중앙아시아 초원지역에서 아프가니스탄 같은 국가가 더 생겨나길 원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우리는 오늘날 유럽의 정치적 문제들이 해결되어 국경 없는 세계라는 유토피아적 이상이 언젠가는 정말로 현실이 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유럽연합이 내부로부터 보여줬듯이, 협력과 타협이 전쟁을 이기는 법이다.

러시아에서 한국 음식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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