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난 동화... 볼쇼이극장의 무대의상은 어떻게 제작될까?

관객은 공연 중 무대 뒤편에서 일어나는 많은 세세한 일들을 모르며 그것을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사진제공=스태파니 베르게르)

관객은 공연 중 무대 뒤편에서 일어나는 많은 세세한 일들을 모르며 그것을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사진제공=스태파니 베르게르)

볼쇼이극장의 발레 의상은 어떻게 제작될까? Russia포커스가 볼쇼이극장 무대의상 담당 부팀장인 다닐 알도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알아보았다.

볼쇼이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와 '스파르타크' 의상과 무대디자인은 소비에트의 유명 극장 화가 시몬 비르살라제의 손에서 탄생했다. "시몬 비르살라제는 공연 의상을 제작할 때 샘플의상을 무용수들에게 입혀놓고 그 모습을 객석에서 확인했습니다. 그는 언제나 거리를 두고(오케스트라 박스에서) 의상이 어떻게 보일지 점검했지요. 그래서 비르살라제가 만든 무대의상은 가까이에서 볼 때와 멀리서 볼 때 아주 다르게 와 닿습니다. 의상들이 마치 인상파 그림처럼 추상적인 무늬들의 연결이 각 발레공연의 성격과 어우러지는 한 폭의 그림으로 변하면서, 마치 살아나는 것 같지요."

발레 의상은 어떻게 제작될까?

(사진제공=스태파니 베르게르)
(사진제공=스태파니 베르게르)

"대체로 디자이너 한 명이 의상과 무대디자인을 맡습니다. 둘이서 작업하는 경우에는 공연 제작 단계에서 만나서 무대디자인과 의상이 한 공간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지도록 세부사항을 모두 의논합니다. 볼쇼이극장은 공연을 제작할 때 언제나 하나부터 열까지 극장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해왔습니다. 그래서 볼쇼이극장에는 자체적인 의상봉제실과 신발과 헤어 장식 제작실, 옷감 염색 및 그림실, 자수 작업실이 있지요. 특히 러시아에 얼마 남지 않은 자수작업실 중 하나가 이곳 볼쇼이극장에 있습니다. 반면 요즘 대부분 극장에서는 이미 공장에서 제작된 장식으로 의상을 만듭니다. 스케치에 승인이 떨어지면 디자이너는 어시스턴트와 무대디자이너와 함께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갑니다. 첫 단계에서는 어떤 기술로 의상을 제작할지 정하고, 색깔에 맞춰 원단을 고릅니다. 이때 원단을 고르는데 특히 신경 씁니다. 예를 들면 발레 의상 원단의 경우에는 무용수들이 편안히 몸을 움직일 수 있도록 가벼운 것을 고르려고 늘 노력하는 겁니다. 두 번째는 의상 제작 단계입니다. 이때 라인과 비율 분할이 표시되어 있고 움직임이 자유로울지 확인할 수 있는 샘플의상을 상당히 자주 제작하곤 합니다.

솔리스트는 물론 모든 무용수는 자신의 정확한 체격에 꼭 맞게 제작된 무대의상을 받습니다. 치수를 잴 때 무용수들이 의상에 대해 건의를 하기도 하는데 디자이너는 특히 수석무용수를 포함해 무용수들의 의견을 거의 반영합니다.

그다음 단계에서는 무대 위 의상이 어떻게 보이는지 점검합니다. 총리허설을 하기 전 일반 리허설에서 무대의상을 무용수에게 입혀 확인하면서 마지막으로 의상 디자인을 수정합니다.

마침내 실제 공연이 시작되면 무대의상들이 그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하지요.

(사진제공=스태파니 베르게르)
(사진제공=스태파니 베르게르)

무대의상은 정해진 관리법을 따르고 건조하고 통풍이 잘되는 곳, 밝은 빛이 안 들고 서늘하고 습기 없는 곳에서 보관해야 합니다. 의상의 사용 기한은 다양합니다. 여러 요인에 달렸어요. 디자이너가 공연이 끝날 때마다 다시 봉제하고 수선해야 하는 얇은 원단을 고를 수도 있고요. 무대의상 한 벌은 평균 20번 사용합니다. 볼쇼이극장에는 드라이클리닝실, 다리미실, 세탁실, 복원실, 수선실이 있는 덕분에 의상을 관리하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공연 '이야기'의 필요에 따라, 혹은 무용수들이 다양한 역을 소화하는 경우 공연 중 옷을 빨리 갈아입어야 하는 순간이 대단히 많습니다. 무대 뒤에서 옷을 갈아입고 새 의상을 입은 채로 무대에 등장하기까지 단 40초만 주어지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헤어스타일과 헤어 장식, 메이크업도 바꿔야 하고요. '백조의 호수'와 '스파르타크' 공연에서는 무용수들이 의상을 굉장히 자주 바꿔 입습니다. 보통 무대 뒤에 특별 공간을 마련해 놓아 옷을 빨리 갈아입을 수 있도록 하지요. 예를 들어 '백조의 호수'에서는 무용수 20명이 재빨리 백조 복장으로 갈아입어야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모든 무용수는 극을 외우고 있고 음악을 들으면 어느 부분인지 알아요. 무대가 모두를 하나로 묶어주는 겁니다. 무용수들은 서로 도와가며 공연을 해요."

- 초청공연을 갈 때는 어떻게 의상을 관리하는지 말씀해 주세요.

"초청공연을 갈 때는 해당 공연장의 의상 담당팀에 의상 관리와 수선 지원(장비에서 전문인력까지)을 요청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로는 공연할 곳에 도착한 다음에 여성 무용수와 남성 무용수 구성이 변경되기도 합니다. 그러면 훅단추를 바꿔 달고 시간에 맞춰 옷을 봉제해야 하지요. 초청공연을 하기 전에는 볼쇼이극장측 담당자가 미리 가서 장소와 무대 크기, 무용수 대기실을 살펴보고 무대장치를 설치하는 데 무리가 없는지 등을 확인합니다.

(사진제공=스태파니 베르게르)
'스파르타크' (사진제공=스태파니 베르게르)

공연마다 의상이 200벌 이상 쓰입니다. 그 옷들을 받아서 걸고 정돈해둬야 합니다. 헤어 장식도 마찬가지이고요. 각 의상에 정해진 헤어 장식을 준비해 둡니다. 발레리나가 콘셉트에 맞지 않게 순백에 드레스에 머리에 빨간 장미를 달고 무대에 나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공연이나 초청공연 시 의상과 메이크업팀은 공연과 공연 음악, 무용수 구성을 꿰뚫고 있어야 합니다. 무용수마다 맞는 옷을 실수 없이 준비해줘야 하고요. 초청공연을 할 때 팀의 결속력은 더욱 단단해집니다. 다양한 작업실의 동료들이 서로서로 귀띔하면서 돕지요.

초청공연을 할 때 현지 의상 담당팀과 어떻게 작업하느냐고요? 언제나 처음 며칠간은 서로 '맞춰 적응하는'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팀이 일하는 방식의 특징이나 언어 등을 맞추는 거지요. 하지만 같은 목표를 공유하면서 연대의식을 갖게 됩니다. 또 볼쇼이극장 공연이 막바지에 달하면 늘 현지 사람들이 러시아어를 몇 마디 하게 되고 속어도 좀 알게 되더라고요. 미국 동료들은 '약간, 살짝(чуть-чуть)'이라는 러시아 구어를 배웠어요. 그래서 의상을 너무 빳빳하게 다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려면 러시아어로 '살짝'이라고만 하면 됐어요.

미국 동료들과 정치 얘기를 했냐고요? 아니요. 정치 얘기는 하지 않았어요. 일이 너무 바빠서 일 수도 있고 정치가 민감한 주제여서일 수도 있어요. 우리는 서로 아주 닮아있습니다. 저는 미국인 동료에게 기분 나쁜 얘기를 들어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친절함과 농담, 전문가 정신만 느꼈을 뿐입니다. 예술이 우리를 하나로 묶어 준거죠.

'스파르타크' (사진제공=스태파니 베르게르)
(사진제공=스태파니 베르게르)

발레학교에서는 무용수에게 직접 무대 화장을 하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 그래도 물론 어려운 무대화장이나 헤어스타일은 전문가들이 해주지만요. 예를 들면 코 화장 같은 것이요. 무대화장은 이미지를 창출하는 역할을 하거든요. 저녁 8시 공연이라면 5시부터 여성 솔리스트 무용수 무대화장을 시작해요. 6시에는 여성 군무 무용수들을 화장하고요. 공연 한 시간 반 전에는 남성 솔리스트 무용수를, 한 시간 전에는 남성 군무 무용수들을 화장합니다. 무대의상을 입기 전에 화장과 머리를 정리를 마칩니다. 무대의상은 무대에 나가기 전 15~30분 전에 입습니다. 그건 무용수 수에 따라 달라져요. 예를 들어 40명이 의상을 입어야 하는 경우라면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하겠죠. 혹시 모를 무대 사고에 대비해 발레리나의 옷은 무대에 나가기 전에 꿰매는 경우가 많아요. 또 벨트를 셔츠에 꿰매기도 하고요. 공연 중에 드레스가 벗겨지거나 셔츠가 빠지지 않도록 말입니다. 물론 이렇게 하면 옷을 바꿔입을 때 더 힘들긴 합니다. 먼저 꿰맨 실을 풀어야 하니까요.

관객은 공연 중 무대 뒤편에서 일어나는 많은 세세한 일들을 모르며 그것을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발레 공연의 이면을 보고 환상이 깨진 걸 아쉬워하지 않느냐고요? 지금 저는 내부에서 공연 진행과정을 보고 있고, 또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관객석이 아니라 무대 뒤에서 공연을 보는 데 더 흥미를 느껴요. 공연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분위기를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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