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오르기 코스타키의 수집품 전시회 (사진제공=Kommersant)
파벨 트레치야코프 (사진제공=리아 노보스티) |
트레치야코프는 러시아 미술에서 핵심적인 인물이다. 모스크바의 유명한 상인이었던 트레치야코프는 자신의 수집품을 앞으로 세울 미술관의 토대로 생각했다. 그가 미리 써둔 유언장의 주요 조항은 컬렉션을 그대로 보존하라는 것이었다. 덕분에 트레치야코프 미술관의 소장품은 소련시절에도 여러 미술관으로 흩어지지 않았다.
트레치야코프 미술관의 회화 컬렉션은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하며, 러시아 성상화의 걸작('삼위일체' 원본이 대표적)에서 이동전람파 화가들(사브라소프, 시시킨, 레핀)의 사실주의를 거쳐 20세기 초 비타협적이었던 아방가르드 미술(말레비치의 '검은 사각형'와 그 외 작품들)에 이르기까지 러시아 미술의 모든 족적을 담고 있다.
미술관 건축은 트레치야코프 본인이 직접 맡았다. 외관 정면부 디자인은 당대 최고의 화가로 민속학자이자 동화작가였던 빅토르 바스네초프에게 맡겼다. 이렇게 탄생한 기이한 모더니즘 양식의 건물은 트레치야코프 미술관과 소장품의 특별한 정신을 보여준다.
세르게이 슈킨 (사진제공=리아 노보스티) |
미술품 수집은 구교도 상인 가문이었던 슈킨 가의 전통이었다. 네 형제 모두 미술품을 수집했으나, 그중 가장 독보적이었던 인물은 프랑스 모더니즘에 초점을 두었던 세르게이 슈킨이다. 슈킨은 인상주의 화가의 걸작이 아직 인정받지 못했을 때 그 작품들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슈킨은 형제들 사이에서 괴짜로 불렸을지 몰라도, 모네, 마티스, 세잔, 고갱의 작품을 보유한 그의 컬렉션은 최고가가 되었다.
세르게이 슈킨은 세계 예술사상 최고의 투자가인지도 모른다. 미술품 경매회사 소더비즈는 그의 컬렉션의 가치가 지금이라면 85억 달러에 달했을 것으로 평가했다. 슈킨은 러시아 혁명 이후 프랑스로 이주했고, 그의 수집품은 국유화되었다. 오늘날 이 그림들은 러시아의 여러 국영미술관에 전시돼 있다.
이름난 상인가문의 후계자였던 모로조프는 러시아의 대표적인 인상파 화가 콘스탄틴 코로빈에게서 그림을 배웠다. 스위스에서 대학을 마치자 미술을 그만두고 가문 소유의 방직 공장을 경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모스크바의 화가들과 가까이 지내면서 다시금 예술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반 모로조프 (사진제공=리아 노보스티) |
모로조프 컬렉션의 총 경매가는 50억 달러로 슈킨에 비하면 소박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역사적으로 손꼽히는 고가의 개인 컬렉션 중 하나였다. 모로조프가 수집한 명작 가운데는 피카소의 '공 위에서 묘기를 부리는 소녀', 반 고흐의 '밤의 카페', 르누아르의 '잔 사마리의 초상'이 있다.
모로조프의 컬렉션은 슈킨의 컬렉션과 함께 1920~40년대 신서양미술관의 주요 전시품이었다. 이후 이 작품들은 에르미타쉬 미술관과 모스크바 푸시킨 미술관으로 나뉘어 옮겨져 지금까지 전시되고 있다.
게오르기 코스타키 (사진제공=Wikipedia.org) |
소련에 살았던 그리스인인 코스타키는 젊을 적 그리스 대사관에서 운전사로 일했다. 직업상 외교관들을 골동품 상점에 안내해 주다가 예술에 빠져들게 되었다.
코스타키가 탁월한 컬렉션을 만든 것은 1930~70년대이다. 그는 당시 아무런 인정도 받지 못했던 전위화가들에게 특히 관심을 가졌다. 코스타키는 전위화가의 예술적 급진주의를 제대로 평가한 몇 안 되는 사람 가운데 한 명이었다. 그의 컬렉션 중 최고의 작품은 교회 벽화의 형태로 볼셰비키 혁명의 판테온을 그린 클리멘트 레지코의 '봉기(Восстание)'다. 아이러니하게도 코스타키는 대표적인 성상화 수집가이기도 했다.
1970년대에 코스타키는 그리스로 이주했다. 수집품 가운데 대부분은 소련에 남겨져 트레치야코프 미술관에 전달되었으나, 가지고 나온 작품들도 있었다. 그리스로선 그 작품들도 얼마나 많았던지 정부가 테살로니키에 현대미술관을 세울 정도였다.
이고리 사비츠키 (사진제공=Wikipedia.org) |
이고리 사비츠키는 엄밀히 따지면 수집가라 할 수는 없다. 그가 직접 소유했던 그림은 한 점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자력으로 미술관에 독창적인 컬렉션을 만들면서 트레치야코프와 함께 러시아 최고의 미술관 운영인이 되었다.
사비츠키는 1960~70년대에 우즈베키스탄 누쿠스 시에 있는 미술관의 관장을 맡았다. 이 미술관은 애초 지역 내 미술품을 대상으로 세워졌으나, 사비츠키는 자발적으로 수만 점의 러시아 전위주의 작품을 모았다. 컬렉션 가운데는 예술학자들에게는 인정받지만, 대중엔 널리 알려지지 않은 로베르트 팔크, 클리멘트 레지코, 류보프 포포바 등 러시아 전위화가들의 작품이 있다. 이 작품들이 유명세를 타지 못한 주된 이유는 지금까지도 외진 누쿠스 시 이고리 사비츠키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