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인도 모르는 ‘전쟁과 평화’에 대한 일곱 가지 사실

'전쟁과 평화' 소련의 영화, 1967.

'전쟁과 평화' 소련의 영화, 1967.

리아 노보스티
전 세계에서 수백 명의 팬들이 오는 12월 8일에서 11일까지 나흘 동안 레프 톨스토이의 유명한 장편소설 ‘전쟁과 평화’를 온라인에서 읽는다. 그에 앞서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집필과 관련된 비화 중에서 흥미로운 대목 몇 가지를 되돌아봤다.

1. 소설의 분량은 일반 단행본으로 1,300쪽이다. ‘전쟁과 평화’는 세계 문학사에서 가장 긴 소설은 아니지만, 19세기 유럽 문학의 정전에 포함되는 가장 긴 소설 가운데 하나다. 초판과 재판 발행 당시 소설은 원래 4부가 아닌 6부로 구성돼 있었다. 1873년 3판을 준비하고 있었을 때서야 저자는 텍스트 구분을 권으로 바꿨고 당시 8권짜리 전집을 정확히 절반으로 줄였다.

2. 원래 톨스토이는 나폴레옹 전쟁에 관한 소설이 아니라, 시베리아 유형을 떠났다가 30년 후에 페테르부르크로 돌아올 수 있었던 늙은 데카브리스트(декабрист, 1825년 12월 14일 국가 전복과 황제 축출을 기도한 귀족 출신 청년 장교들을 이렇게 불렀다)에 관한 소설을 쓰려고 했다. 하지만 톨스토이는 청년시절 주인공의 나폴레옹 전쟁 참전을 묘사하지 않으면, 주인공의 반란 참여 동기를 밝힐 수 없음을 곧 깨달았다. 이 밖에도 톨스토이는 국가 전복 시도를 묘사하면 검열 문제에 직면하리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해서 ‘데카브리스트에 관한 소설’ 구상은 대하소설로 탈바꿈했다.

3. 검열에 대한 우려와 아내 소피야의 집요한 요청에 따라 작가는 소설의 주인공 피에르 베주호프와 그의 첫 번째 아내 엘렌(옐레나)의 결혼 첫날밤을 꽤 솔직하게 묘사한 부분을 삭제했다. 소피야는 교회의 검열이 이 부분을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남편을 설득할 수 있었다.

4. 가장 많은 물의를 일으킨 플롯 전환도 톨스토이가 볼 때 ‘음침한 성적 매력’의 소유자임이 분명했던 엘렌 베주호바와 관련돼 있다. 젊은 여자로서 한창 물이 오르고 있던 엘렌은 마침 1812년에 돌연 사망하면서 피에르가 나타샤 로스토바와 결혼할 수 있게 해준다. 러시아 중고생들은 15세에 이 소설을 공부하면서 이 뜻밖의 죽음을 플롯 발전에 필요한 관례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성인이 되어 이 소설을 다시 읽는 사람들만이 당황스럽게도 톨스토이의 무언의 암시에 따라 엘렌이 낙태 실패로 죽었음을 이해한다.

5. 톨스토이는 옛 러시아 공작 가문에 속하는 자신의 조상들을 모델로 삼아 로스토프 가문과 볼콘스키 가문을 상당히 자세하게 묘사했다.

예를 들면, 니콜라이 톨스토이는 파블로그랏스키 연대(소설 속에도 똑같은 이름의 연대가 등장한다)의 부연대장으로 1812년 조국전쟁의 영웅이었던 작가 자신의 아버지 니콜라이 톨스토이를 모델로 삼았고, 마리야 볼콘스카야는 볼콘스키 공작의 딸로 태어난 자신의 어머니 마리야 니콜라예브나를 모델로 삼았다. 이들의 결혼식 상황도 꽤 상세하게 묘사돼 있으며 리시예 고리(Лысые горы)는 톨스토이의 ‘야스나야 폴랴나’ 영지와 흡사하다.

6. 소설 집필 과정에서 톨스토이의 아내 소피야 베르스는 소설 텍스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최소한 8번 필사했고, 특정 에피소드들은 최대 26번까지 필사됐다. 소설은 5년(1863~69년)에 걸쳐 집필됐다.

톨스토이는 소설을 쓰기 시작하기 1년 전 34세의 나이에 결혼했는데, 18세였던 그의 아내 소피야는 특히 비서 역할을 떠맡았다. 이 시기에 소피야는 4명의 자녀(총 13명의 자녀 중에서 먼저 낳은 4명)를 낳았다.

7. ‘전쟁과 평화’에 나오는 프랑스어는 19세기 귀족들이 사용했던 진짜 프랑스어다. 이는 프랑스인으로 러시아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위대한 슬라브학자 조르주 니바(Georges Nivat)에 의해 입증됐다. 하지만 사실 이 프랑스어는 소설 속 행위가 일어나고 있는 시점에 사용되던 프랑스어가 아니라 소설이 집필되고 있던 19세기 중반의 프랑스어에 더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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