캅카스에서 옛 체르케스 과수원 복원 중

블라디미르 브도빈/리아 노보스티
학자들이 러시아 남부 아디게야 공화국에서 옛 과실수 품종들을 되살리고 있다. 지역주민들은 이 프로젝트를 지지하며 추진비를 모금했고, 과수원 되살리기에 참여하고 있다.

체르케스 과수원의 역사는 벌써 150년이 넘는다. 학자들은 이 유일무이한 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가장 귀중한 옛 아디게야 과실수 품종의 역사적 복원을 시작했다. 이들 중에는 사과나무, 배나무, 자두나무, 모과나무, 복숭아나무, 체리나무, 호두나무, 개암나무 및 밤나무가 있다.

체르케스 품종은 병충해에 잘 견디는 특성을 갖고 있다. 열매들은 친환경적이고 펙틴이 풍부하며, 산함유량이 높아 별도의 가공 없이도 오래 보관할 수 있다.

결혼하고 싶다면, 40그루의 나무를 심어라!

아디게야는 러시아 남부에 위치한 그림 같이 아름다운 자그마한 공화국이다. 이곳에는 산, 강, 폭포와 동굴이 많다. 토착민인 아디게야인은 서캅카스의 고대 민족 중 하나다. 오랫동안 글자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문명이 발달했는데, 특히 대장일, 보석공예 및 원예업이 발전했다.

아디게야 (사진제공=리아 노보스티)아디게야 (사진제공=리아 노보스티)

“다름 아닌 서캅카스가 러시아와 서유럽에 고급 원예의 초석을 놓았다. 옛 체르케스 과수원은 세계 7대 불가사의만큼 중요하다.” 유리 수호루키흐 마이코프 국립기술대학 생태학부 학장이 본지에 말했다.

아디게야인들이 살았던 땅에는 지금까지도 수 킬로에 달하는 사과나무, 배나무, 모과나무, 살구나무, 개암나무 밭을 바로 숲에서 볼 수 있다. 현대 농학자들은 이 나무들이 놀라울 만큼 솜씨 좋게 접목됐으며, 고령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열매를 맺고 있다고 평가한다.

캅카스에서 과실수 재배는 예로부터 고상한 일로 여겨져 왔다. 젊은 남자가 나무 최소 40그루를 심지 못했다면, 결혼하기 이르다고 생각했다. 아직 성숙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내 경우 작은 나무 67,000 그루와 큰 묘목 3,000~4,000 그루를 직접 심었다. 젊은 아가씨들은 내가 벌써 여러 번 결혼했겠다고 농담한다.” 수호루키흐 학장의 말이다.

지구에 흔적을 남기는 일

마이코프와 구제리플을 잇는 도로를 따라 약 47헥타르의 땅이 야생 과실수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바로 이 곳에 생태공원이 조성될 것이다. 체르케스 품종은 이미 최초의 어린 묘목 200그루에 접합됐다. 2016년 봄에 보존된 옛 품종을 찾는 작업이 계속될 것이다.

(사진제공=리아 노보스티) (사진제공=리아 노보스티)

“체르케스 과수원 부활은 사람들이 화학물질을 이용하지 않고 재배되는 식품에 접근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사람들은 생태공원에 와서 열매를 딸 수 있게 될 것이다. 노년층과 청년층 모두 우리에게 찾아온다. 모두들 나무를 심고 싶어하고, 접붙이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한다. 모두 자기가 죽은 후 이 지구에 좋은 흔적을 남기고 싶어한다.” 수호루키흐 학장이 말했다.

과수원은 성금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유산(Наследие)’ 기금이 돈을 모았다. 프로젝트에는 지역 학자와 주민이 참여하고 있다. “열성적인 이들이 없었다면 과수원 복원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모 대학의 이리나 반두르코 교수는 체르케스 배와 사과를 씨부터 길러냈다. 이 나무들은 이미 열매를 맺고 있으며 과수증식을 위한 훌륭한 재료이다.” 가지 쳄소 유산기금 회장이 본지에 말했다.

호두를 기대하며

1940~1950년대에도 아디게야 공화국에 과수원 복원 프로그램이 있었으나, 시간이 지나며 잊혀졌다. 당국은 1996년 또 하나의 시도를 했다. ‘옛 체르케스 정원’ 유전자풀 보존 프로그램이 발의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의 추진에는 독일의 환경운동단체와 프랑스의 유네스코 클럽을 유치하기로 계획됐다. 그러나 예산이 전혀 배정되지 않았다. 그래서 복원은 지금에서야 성금으로 시작된 것이다.

아디게야 육종가들은 체르케스 과수원 핵심작물 중 하나인 호두에 특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학자들은 이종교배덕분에 1년에 4번 꽃을 피우는 형질의 호두를 세계 최초로 얻는 데 성공했다.

현재 지역 육종가들은 밤나무 및 개암나무 재배에 관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이 작물들도 역사적으로 체르케스 정원에서 자라왔다. 수호루키흐 학장의 말에 따르면, 러시아의 호두재배는 현재 그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수입을 하지 않고도 개암과 호두를 러시아에 공급할 수 있었을 수도 있다.” 그는 이와 같이 생각한다.

제정 러시아 시대에 옛 체르케스 과수원은 캅카스의 위대한 수수께끼로 여겨졌다. 과수원의 넓이는 10만 헥타르 이상이다. 19세기 캅카스 전쟁 이후 아디게야인 대부분은 전통적인 산지 거주지에서 평원으로 떠났고, 몇몇 과실작물도 같이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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