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보석, 어떻게 하면 다섯 배 더 수출할 수 있을까

홍옥수(Cornelian gems) (사진제공=이타르타스)

홍옥수(Cornelian gems) (사진제공=이타르타스)

러시아 주얼리 길드와 러시아연방 상공회의소가 공동 주최한 국제보석경제포럼이 지난 9월 중순 모스크바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보석 전문가와 생산자들은 러시아 보석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제고하고, 우수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보석 산업 발전을 위해 관료주의 장벽을 축소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전문가들은 불과 6개월 안에 보석 제품 수출을 4~5배 늘릴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포럼 개최 기간 중에 러시아연방 상공회의소 로비의 진열대에는 현대의 보석 세공 거장들이 만든 대표적 작품들이 전시되었다. 전시대 중앙을 장식한 것은 세선세공(скань, filigree) 기법을 이용해 가는 은선을 가지고 섬세한 당초무늬를 새겨 만든 정교회 성당의 모형이었다. 외국인 관람객 중에는 탄성을 지르며 휴대폰 카메라에 그 모습을 담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작품 전시가 이번 포럼을 개최한 목적은 아니었다. 주얼리 제품의 경쟁력을 키우고 세계적으로 그에 대한 관심을 고양시키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이번 행사가 개최됐다.

옐레나 파니나 국가두마(하원) 의원은 러시아 보석시장에 경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지만, 외국 시장과 비교하면 여전히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 법제도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알렉산드르 리바코프 러시아연방 상공회의소 부회장은 국내 보석시장에서 외국 생산자와 러시아 생산자 비율이 25 대 75 퍼센트로 아직은 러시아 보석회사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 생산량의 5퍼센트만이 수출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가기크 게보르캰 러시아 주얼리 길드 회장은 수출량을 4-5배 늘릴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말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러시아의 연간 금 채굴량은 226톤으로, 그중 보석 산업에 사용되는 양은 50톤뿐이다. 게다가 수입량이 수출량보다 7배나 많다. 그는 "국산 제품은 값싼 수입품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러시아 제품의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러시아 브랜드를 육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부문 성공 사례도 이미 존재한다. '일기스 에프(Ilgiz F)'라는 브랜드로 악세서리를 생산하는 공방 대표인 보석 세공 예술가 일기스 파줄쟈노프는 최근 보석예술 분야에서 권위 있는 상을 여러 개를 한꺼번에 수상했다. 프랑스와 스위스에서는 그를 '에나멜의 제왕'으로 부르고 그의 작품은 뉴욕의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파줄쟈노프의 말에 따르면, 러시아보다 해외에서 그의 작품을 찾는 사람들이 더 많다. "내 작품이 나를 위해 국경을 열어줍니다. 내 작품 자체가 나를 대변하는 것이죠. 물론, 나는 운이 아주 좋은 편입니다. 작년에 우리는 미국과 일본을 방문했는데, 그곳 사람들이 우리에게 깊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올해는 스위스와 작업을 시작했어요. 10월 1일 제네바에서 개인전을 열립니다. 런던과의 프로젝트도 잡혀 있고 싱가포르와도 작업할 계획입니다. 어쨌든, 자금이 충분하고 수집가들과 예술에 안목이 있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우리를 찾고 있습니다." 파줄쟈노프의 말이다.

고상한 고객들의 경우 미지의 기술이 적용된, 뭔가 특이한 작품을 볼 때 관심을 보인다고 그는 말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기술들은 다른 곳에서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것들입니다. 수집가들은 세공이 복잡한 작품을 선호합니다. 하지만 자주 사용하는 악세사리는 단순한 게 좋습니다. 하지만 첫눈에 굉장히 평범해 보이는 제품도 예술 작품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 제품에 들어가는 모든 요소와 작은 장식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고 그에 대한 설명을 달아두니까요."

그럼에도 일기스의 경우는 여전히 극히 예외적인 현상이다. 플룬 구메로프 보석회사 '알마스-홀딩' 회장은 국제시장 진출이라는 목표가 물론 멋지기는 하지만, 실현 방법은 아직 오리무중이라고 토로한다. 수입이 수출을 초과하는 문제 외에도 다른 문제들이 아직 많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일례로, 러시아 보석회사들은 해외, 심지어는 가까운 이웃인 CIS(독립국가연합) 국가들로도 자사 제품을 사실상 수출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에 관료주의가 만연한 국내 사업환경 때문에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구메로프 회장은 안타까운 마음을 밝혔다.

구메로프 회장은 여러 국제전시회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는 최고의 보석회사 중 하나가 얼마전 생산기지를 태국으로 이전했다고 말했다. 더 기가 찬 것은 이 업체가 결국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계기가 담당관리들의 실수 때문이라는 점이다. "이 회사가 완제품을 품질인증기관에 보냈는데, 그곳에서 제품의 내부가 아니라 외면에 인증마크를 찍는 바람에 제품이 상품가치를 잃게 된 일이 있었습니다." 정치적 의지만 있다면 반 년 내에 보석업계의 상황을 일신할 수 있다는 것이 구메로프 회장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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