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도르콥스키 등 유코스 전 주주 러 정부 상대 소송 승소... 그 파급효과는?

(사진제공=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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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그 국제상설중재재판소가 과거 러시아 최대 석유기업이었던 유코스(ЮКОС)의 전(前) 주주들이 러시아 정부를 상대로 건 소송에서 청구인의 손을 들어주며 러시아에 배상금 500억 달러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러시아 정부가 항소심에서 자신의 정당성을 증명하지 못할 경우 해외공관 유지금을 제외한 러시아 정부의 모든 해외 자산이 청구인의 요청에 따라 압류될 수 있다.

판결의 주요 내용

헤이그 중재재판소는 지난 7월 28일 러시아 정부에 유코스 전 주주들에게 약 500억 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 액수는 청구인들의 소유였던 회사 지분 70%와 리스크로 인한 가격 인하를 염두에 두고 계산한 미수령 배당금의 가치를 고려한 것이다. 이것은 사실상 2004년 유코스 파산과 자산 매각에 대한 배상금이다.

헤이그 법원은 러시아 정부가 에너지헌장조약을 위배했으며 2004년 합법적 소유자들로부터 유코스를 사실상 탈취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유코스의 핵심 자산인 석유채굴기업 유간스크네프테가스는 국영 로스네프티에 경영권이 넘어갔다. 이번 판결에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러시아 정부의 항소 계획을 밝혔고, 얼마 후 러시아 재무장관도 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특히 러시아 정부기관들의 자료를 살펴보면, 러시아는 에너지헌장조약 가입에 서명은 했지만, 에너지헌장을 아직 비준하지 않았으며 이는 본 사건이 헤이그 법원의 중재대상이 아니라는 의미라는 것이다.

투자홀딩회사 '피남'의 안톤 소로코 애널리스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러시아에서 밀려난 투자자들에게 있어 이 일은 경고 신호"라고 했다. 또 헤이그 법원이 석유가스 국영 대기업인 로스네프티와 가스프롬이 유코스의 파산으로 이득을 봤다고 지목함에 따라 이 두 기업도 피해를 볼 수 있다. 변호사 사무소 '플레샤코프, 우시칼로프와 파트너들(Pleshakov, Ushkalov and Partners)'의 드미트리 고르바텐코 변호사는 "사건 심의에서 가스프롬과 로스네프티가 러시아 정부의 공동책임자로 언급되었기 때문에 이들 두 기업 역시 이번에 판결 난 500억 2천만 달러의 배상금을 낼 책임이 있다"고 했다. 또 그는 이 이야기는 곧 배상금을 가스프롬과 로스네프티가 모두 내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이며 최악의 경우 이 두 회사의 해외재산이 압류될 수도 있다고 했다. 투자회사 UFC의 알렉세이 코즐로프 상임애널리스트는 "물론 이번 판결은 정치적인 성격이 강하며 러시아 재계 전반에 대한 제재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위협받는 자산들

변호사 사무소 '유를로프와 파트너들(Yurlov & partners)'의 선임파트너 블라디슬라프 쳅코프는 러시아 정부가 네덜란드 법원에 항소하려면 헤이그 법원이 판결을 내린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해야 한다고 했다. 2015년 1월 15일까지 러시아가 배상금을 지급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이자가 부과되기 시작한다는 사실도 전했다.

현대 러시아 역사에서는 외국 법원의 판결에 따라 러시아 정부 자산이 압류된 사례가 이미 있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1993년 룩셈부르크 법원이 스위스 기업 노가(Noga) 상사가 러시아 정부를 상대로 건 소송에서 스위스 회사 측 손을 들어준 것이다. 당시 청구금액은 3억 달러였으며 노가 상사는 수년에 걸쳐 러시아 군용기와 전시회의 미술품, 국영회사 계좌 등을 압류했다. 하지만 2009년 미국연방항소법원이 노가 상사가 러시아를 상대로 한 고소에서 최종적으로 러시아의 손을 들어줬다. 또 다른 예도 있다. 1998년 독일 기업가 프란츠 네델리마이에르는 스톡홀롬 항소법원에서 러시아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해 200만 유로를 배상받게 됐다. 2010년 스톡홀롬 법원은 그의 요구에 따라 스위스주재 러시아무역대표부 건물을 압류했고 이 건물은 2014년 2월 경매에서 처분되어 해당 액수가 프란츠에게 지급됐다.

전문가들이 예상하듯, 러시아가 유코스를 상대로 소송을 걸 정당성을 항소법원에 제시하지 못한다면 전주주들 역시 매매할만한 러시아 해외자산을 찾을 것이다. 변호사 사무소 '플레샤코프, 우시칼로프와 파트너들'의 드미트리 고르바텐코 변호사는 "국가 면책특권(State immunity)이 적용되지 않는 러시아 정부의 모든 해외 자산"이 압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감사컨설턴트그룹 '그라디엔트 알파'의 비탈리 츠베트코프 정보분석부장은 대사관이나 영사관, 지사 등 국가의 필요로 사용되는 자산만 보호받으며 몰수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현재 러시아는 가치가 500억 달러에 상응하는 상업적인 성격의 해외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한다. "국영기업의 해외자산이 위협받을 수도 있습니다만, 이런 부동산을 몰수한 법률 집행 관행이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이런 자산에 대한 법적 절차가 굉장히 오래 걸리고 복잡할 겁니다." 츠베트코프 정보분석부장이 이렇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