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70은 단거리 비포장 활주로(600-800m)에서 이착륙이 가능하고, 최대 항속거리는 7,800km이다. (사진제공=Wikipedia.org)
지난 16일 군수송기 An-70의 항공기 국가검증 테스트 통과 소식이 전해졌다. 테스트에서는 모든 시스템과 단거리 비행과 착륙, 장착된 장비를 사용한 운항의 정확성, 기체의 내구성과 평균수명, 여러 시스템의 신뢰도와 적재 화물 운송량 등이 검사되었다. 그러나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통과했다고는 해도 An-70의 대량생산이 시작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어쩔 수 없이 정치적 상황의 희생양이 된 An-70 개발 프로젝트는 여러 차례 무산 위기에 처한 바 있다. An-70 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협력은 빅토르 유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재임 시절 사실상 중단되었다. 협력이 재개된 것은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집권하면서였다.
An-70을 따라다닌 일련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대형 군수송기 An-70의 출시는 오래 전부터 기다려졌다. An-70에 대한 관심은 터보추진 고익기인 An-70이 2013 '막스 에어쇼(МАКС-2013)'에서 여러 차례 시범 비행을 성공적으로 이행한 이후 더욱더 고조되었다. 한때 유럽연합(EU)은 유사한 형태의 군수송기 A-400M을 제작하려고 했으나, 그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고, 결과물도 성능면에서 An-70에 뒤졌다. 참고로 An-70은 단거리 비포장 활주로(600-800m)에서 이착륙이 가능하고, 최대 항속거리는 7,800km이다. 그뿐 아니라 화물 20톤을 싣고 3,000km를 비행할 수 있다.
신속한 전술임무 수행을 위해 중거리 수송기가 필요했던 러시아 국방부는 An-70 구입 계획을 세웠다. 러 국방부의 눈길을 끈 것은 바로 An-70이 단거리 활주로에서 이착륙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러시아산 중(重)형 군수송기 Il-476과 함꼐 An-70도 노후한 An-12의 대체기종이 될 수 있었다. 2012년 국방부는 러시아 공군이 An-70 총 60대를 필요로 한다고 평가했다.
2년 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An-70 생산 지역까지 결정했다. An-70은 카잔에 위치한 고르부노프 기념 카잔항공기생산연합(КАПО) 산하 공장에서 제작하기로 결정되었다. 우크라이나측이 엔진( 자포로지예(Запорожье)에 위치한 '모토르 시치(Мотор Сич)'사)과 날개 및 미부(국영 '안토노프') 제작을 맡기로 했고, 러시아는 카잔에서 동체와 최종 조립을 맡기로 했다.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관계가 극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본 프로젝트는 또다시 정치적 소용돌이의 희생양이 되었고, 향후 운명도 불투명해졌다.
올레크 판텔레예프 항공전문지 아비아포트(Aviaport) 편집장은 RBTH에 현 상황을 진단하며 "지금과 같은 여건에서는 An-70 프로젝트 실행이 객관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양국 정부 차원에서 조율되고 있던 모든 프로젝트가 중단된 상황이다. 상황이 복잡해지는 이유는 우크라이나 정치인들이 항공기 제작사에 압력을 넣으며 러시아와의 협력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군수송기에 대한 수요를 Il-476과 러시아와 인도가 공동으로 개발 중인 다목적 수송기로 충당할 것입니다. 물론 이 다목적 수송기는 An-70보다 화물탑재량이 절반에 불과하지만, 비포장 활주로에서 이착륙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론적으로 An-70을 '살리는' 방법은 제3국으로 수출하는 것이다. 그러나 판텔레예프 편집장은 이런 가능성을 회의적 시각으로 바라본다. 그는 "항공기 개발 관련 서류나 엔진을 판매할 수는 있다. 브라질과 중국이 이런 거래에 관심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면서, "그러나 An-70 수출 가능성은 극히 낮다. 우크라이나 단독으로는 대량생산할 여력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합작 프로젝트에 포함된 러시아 기업들의 협조 없이는 합리적인 기간내에 생산을 완료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