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9일 승전기념일은 러시아의 주요 국경일 중 하나이자, 러시아 국방부로서는 국내외에 막강한 국방력을 과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러시아군은 이 행사를 미리부터 철저하게 준비한다. 2016년 정초부터 러시아 국방부는 T-34 전차 정비용역 입찰 공고를 냈다.
입찰 공고를 보면, 군은 T-34의 승전기념일 퍼레이드 준비에 250만 루블을 배정했다. 이는 12대를 점검, 수리할 수 있는 비용이다. T-34의 시간당 공임은 8106루블(현재 환율로 100달러를 조금 넘음)이다. 비교를 해 보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닛산(Nissan) 또는 오펠(Opel) 자동차의 러시아 공식서비스센터의 시간당 공임은 2,000루블 미만이며, 벤츠의 경우는 T-34의 절반 정도다.
그러나 부품을 교체하는 경우라면 벤츠는 T-34에 완패한다. T-34 정비를 위한 소모품의 가격은 겨우 2,926 루블이다. 소모품 목록을 보면 퓨즈, 전등, 배기장치 가스켓 등 일반 자동차와 거의 동일하다. 그러나 T-34에는 독특한 소모품 두 가지가 눈에 띈다. ‘콘스탈린 윤활유’와 ‘아연도금선’이 그것이다. 아연도금선은 소련/러시아 자동차 운전자들에게는 매우 친숙한 물건이다. 아연도금선은 공장에서 제대로 조여지지 않았지만 운행에는 지장을 주지 않는 모든 것을 지탱하고 고정시키기 위해 절연테이프와 함께 사용된다.
T-34가 최신 자동차와 겨룰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 고장률이다. 이미 노후화된 T-34는 꼼꼼하고 전문적인 정비를 요한다. 승전기념일 퍼레이드에 참가하는 모든 T-34 전차는 총 26시간이 걸리는 2회의 점검을 받게 된다. 정비 계약 종료일이 5월 12일인 점을 감안할 때 점검은 퍼레이드 전, 도중에 수시로 그리고 아마도 후에도 이뤄질 것이다.
T-34는 최초 프로토타입이 1939년에 나왔으며 무려 1993년까지 기록적으로 오랜 기간 소련/러시아군에 실전배치됐다. T-34는 총 2만 5,914대가 제작되었고 그중 상당수가 구소련 전역과 동유럽 국가들에서 2차 대전 기념 설치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