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역사의 ‘산증인’...삼위일체 성 세르기 대수도원

모스크바 주 북부에 위치한 작은 도시 세르기예프 포사드(Сергиев Посад). 이곳의 사진첩을 넘기다 보면 러시아 역사의 몇몇 장면들이 고스란히 숨쉬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몽고타타르의 압제(13~15세기), 이콘화가 안드레이 루블료프(1360년경~1428년), 쿨리코보 전투에서 킵차크 한국의 마마이 장군을 물리친 드미트리 돈스코이 공후, 러시아 장수 페레스베트와 몽고 장수 첼루베이의 결투, 17세기 폴란드 침공 때 의용군을 조직해 싸운 미닌과 포자르스키, 러시아의 근대화를 이끈 표트르 대제, 러시아의 '철도왕' 사바 마몬토프... 이 위대한 인물들과 역사적 사건들이 모두 세르기예프 포사드와 어떻게든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세르기예프 포사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물론 삼위일체 성 세르기 대수도원(Троице-Сергиева Лавра)이다. 이 수도원은 (14세기 중반) 설립된 후 지금까지 흥미로운 역사를 '지나왔다'. 이 이야기는 바르폴로메이라는 청년이 부모님을 여의고 나서 이 곳의 소박한 오두막에 칩거하면서 시작된다. 청년은 훗날 세르기라는 이름으로 수도서원을 하고 물욕을 버리고 근면을 추구하라는 정신을 전파했다. 수도원은 차츰 규모가 커지면서 러시아 전역에서 새로운 신자와 순교자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백 년 후 목조 교회가 있던 자리에 중앙 수도원인 삼위일체 대성당이 세워졌다. 이때 코소보 전투를 피해 이곳에 온 세르비아인 수도승이 건축을 도왔다. 나중에 이 수도원은 삼위일체 성 세르기 대수도원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확대지도로 본 삼위일체 성 세르기 대수도원의 모습

수도원에서 가장 의미 있는 벽화는 러시아의 유명한 이콘화가인 안드레이 루블료프와 다닐 쵸르니가 그린 작품이다. 특히 안드레이 루블료프가 수도원 벽에 그릴 성화를 위해서 따로 그린 이콘화 '성 삼위일체(Святая Троица)'가 유명하다. 수도원은 15~19세기 최고의 장인들이 설계하고 꾸민 다양한 용도의 건물 50여 개가 합쳐진 복합구조물이다. 삼위일체 성 세르기 대수도원은 199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세르기예프 포사드에는 수도원 외에도 볼거리가 있다. 칸추라 강둑의 녹음이 우거진 이 소도시는 옛 건축물이 많이 남아 있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온 느낌을 준다. '세르기예프 포사드'란 이름에서 '포사드'란 중세 도시에서 성을 둘러싼 상공지대를 의미한다. 이곳의 포사드, 즉 수도원 주변의 구역들은 수도원을 중심으로 무질서하게 생겨났기 도시와 별개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대부분의 구역들이 아직도 '스코뱌노이 포숄록(Скобяной посёлок, 철물촌)', '크레스티안스카야 슬로보다(Крестьянская слобода, 농부 마을)', '프티테그라드(Птицеград, 새의 마을)' 같은 옛 정치가 물씬 풍기는 이름을 갖고 있다.

도시의 조감사진을 보면서 저 아래 어디에선가 먼 옛날 역사적 사건이, 위대한 영웅이, 믿기 힘든 사건들이 일어났을지 상상해보는 것도 흥미 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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