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반대하는가

(일러스트=알렉셰이 요르스)

(일러스트=알렉셰이 요르스)

서방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러시아의 정책이 푸틴 대통령의 개인적인 야심에 의해 결정된다는 여론이 퍼져있다. 반대로 러시아에서는 서방이 동쪽으로 영향권을 확대한 것이 우크라이나 위기를 낳았다고 본다. 서방이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다른 국가와의 관계보다 러시아와의 관계가 여전히 긴밀한 나라들이 있는 포스트소비에트 공간에 '제로섬게임'이 조장됐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러시아는 자국의 이익, 어떤 면에서는 국가의 사활이 걸린 이익을 지키려 하고 있다.

반대 상황을 가정해서 러시아의 정책을 설명해보겠다. 23년 전 소련이 아니라 미합중국이 해체됐다고 상상해 보자. 그리하여 연안주, 혹은 접경주인 워싱턴과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뉴멕시코, 텍사스, 플로리다, 조지아가 미합중국에서 분리된 것이다. 미국은 태평양 진출에 유리한 출구를 잃고 우주기지와 군기지, 항구, 송유관, 철도, GPS 센터, 산업시설물과 같은 핵심적인 국가 인프라 시설들이 다른 국가의 영토에 남게 됐다.

그 후 미국은 경제력을 회복하고 새로 탄생한 이웃국이 협력을 거부할 경우에 대비해 대안 인프라 시설물을 마련하는데 20년이란 세월을 보냈다. 하지만 구미합중국에 속해있던 일부 국가들이 연합 재개를 주장하여 미국 정부는 이들과 계속 협력했다. 이 상황에서 유럽이 쿠바 쪽부터 강력하고 적극적으로 세력을 팽창하며 북아메리카와 라틴아메리카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유럽은 '모든 국가는 자국이 나아갈 길을 정할 자주권이 있다'는 기치를 내걸며 구미합중국 국가들에 군사동맹과 경제권 통합을 제안했다. 그리고 미국과 유럽 간 제로섬게임이 시작됐다. 이들의 마찰은 텍사스의 우주정거장과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해군기지를 둘러싼 갈등으로 번졌다. 이 힘겨루기에서 유럽은 영향력을 확장하고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지킨다. 당연한 일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정책도 같은 논리로 설명할 수 있다. 러시아는 자신의 이익, 즉 크림반도의 군사기지, 유럽으로의 에너지자원 운송로, 산업 및 무역 협력, 그리고 러시아인의 권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미국도 러시아와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유럽 열강이 신대륙에서가 아니라 나토와 미국이 구대륙에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나토와 미국은 포스트소비에트 공간 국가들에 어느 정치, 경제, 군사 동맹에 가입할지 선택할 자주권이 있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하지만 나토에 가입하지 않은 강대국들은 이런 질문을 던진다. 유럽에서 나토의 역할은 무엇인가, 나토는 누구에 대치할 셈인가?

나토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에 대응하는 방위동맹 개념으로 탄생했다. 소련 붕괴 이후에는 나토의 잠재적 군사력을 이용해 국제적 역할을 하려는 시도가 뒤따랐다. 전 세계의 위협으로부터 안보를 지키겠다는 것이었다. 지난 20년간 나토는 유고슬라비아와 두 번 대치했고, 아프가니스탄, 리비아를 상대로도 대치했다. 2003년 나토 가입국들은 이라크에 맞설 필요가 있는지를 두고 논쟁했으나 결국 가장 영향력 있는 가입국들이 그럴 필요가 있다고 결정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알렉산더 버시바우 나토 사무차장은 나토가 러시아를 위협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나토 사무차장은 이전에 미국 국회의원들과 발트3국, 폴란드 지도자들이 했던 말을 반복했을 뿐이다.

나토 내 모든 회원국이 포스트소비에트 국가들이 매우 불안정하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이 국가들의 정치적 안정, 즉 경제성장을 위한 조건은 외부로부터의 선동으로 무너졌다. 이는 포스트소비에트 국가들이 중진국의 함정에서 빨리 벗어나 유럽 수준의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부가 담보되어야 민주화가 이어진다. 민주화가 국부를 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한 세대를 살면서 강력한 통합과 발전을 목격한 미국과 EU 시민들은 전 세계가 그와 같은 리듬으로 움직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같은 기간에 포스트소비에트 공간은 분열을 겪고 그로 인한 갈등을 피하는 방안을 채택하는 과정을 지났다.

최근 러시아는 유라시아에서 역동적인 중심으로서의 지위를 되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 과정이 우크라이나에서는 아시아에 대한 서방의 영향권 확장과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미국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조장했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은 그 상황을 이용해 입지를 다지려고 했으며 우크라이나 사회 분열을 야기했고 책임감 없는 정치 세력을 키웠다. 우크라이나 신정부는 러시아와의 대립상황에서 미국과 나토를 이용하려 한다. 2008년 남오세티야에서 러시아 평화유지군을 공격했던 미하일 사카시빌리 조지아 전 대통령의 시도와 정확히 일치한다.

서방은 우크라이나가 유럽-대서양에 통합되는 것을 지지함으로써 우크라이나를 분열시키고 러시아와의 관계에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끼치고 있다. 모두의 이해에 부합하도록 유럽 내 협력 법칙을 합의해야 하며 우크라이나의 안정된 미래를 어떻게 이룰지 논의해야 한다는 결론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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