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자유주의적 리버럴, 중도우파”

문재인 대통령이 5월 10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에서 오른손을 들어 취임 선서를 하는 모습.

문재인 대통령이 5월 10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에서 오른손을 들어 취임 선서를 하는 모습.

로이터

美가 사드 철수 거부하면 文 못 추진

러와 자원, 남북러 협력에 적극 나설것

중국과는 거리 좁히기에 노력할 듯

새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 정부를 보는 외국인의 시각, 그중에서도 러시아의 관점은 무엇일까. 그리고 문 대통령에게 기대할 수 있는 새로운 대러 정책은 무엇일까? 박노자(블라디미르 티호노프),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교 한국학 전임교수에게 들어봤다.

- 문재인 대통령의 시작에 대해 한국민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는 다르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거리에서 박수까지 받습니다. 러시아의 한국 전문가가 보기에 어떤가요? 많이 달라 보이나요?

박노자. 출처: Wikipedia.org
“어느 정도는 다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극우였다면 문 대통령은 다소 자유주의적인 리버럴 중도우파입니다. 기본적으로 대자본의 이해관계를 따를 정치인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복지나 인권 의제도 인식하며 복지, 인권 개선, 증진의 의사를 어느 정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 적어도 임기 초기에는 일부 비정규직의 지위 향상 등 노동계에의 양보도 좀 있을듯합니다.”

- 문 대통령은 선거기간 동안 미국에 반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드러냈습니다. 사드에 반대하고, 북한과 대화하고, 중국과도 가까이 지낼 것 같이 말을 했습니다. 그런데 당선되자 가장 먼저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보나요?

“대한민국의 국가주권은 구조적으로 제한돼 있습니다. 한국 군부만 해도 사실상 거의 미군에 직속돼 있다고 봐야 합니다. 혁명가가 아닌 이상, 누가 한국의 대통령에 당선돼도 맨먼저 대미관계 챙기기에 나설 수밖에 없죠. 한데, 문 대통령 같으면 그래도 사드 재협상 의사 정도는 있을 듯합니다.”

- 문 대통령이 군 개혁에 착수하고 사드를 거부할 의향이 있는가요?

“있다고 봅니다. 삼성을 위시한 한국 대기업들에게 중국이 중요한 만큼 가능만 하면 사드를 재협상하여 철수하거나 중국을 그래도 어느 정도 만족시켜줄 어떤 타협을 모색해 볼 듯합니다. 단 미국 측이 끝내 거부한다면 위에서 말한 한국 국가주권 제한성이라는 차원에서는 그 이상의 조치를 문 대통령으로서 취하기가 힘들 것입니다.”

- 문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아들입니다. 반미 분위기가 강합니다. 노무현 정부 때 반미 분위기 때문에 미국 부시 행정부와 갈등을 벌였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과 갈등을 겪지 않을까요?

“사드 재협상 과정에서는 한국 재야의 반제국주의적, 반미적인 모드는 고취될 수 있으며, 어쩌면 이는 거리시위로 많이 나타날 수도 있겠죠. 그런데 미국이 완강히 거부할 경우 문 대통령은 아마도 노골적인 대미갈등을 그래도 피하려 할 듯하고 그냥 미국 입장을 수용할 듯합니다.”

- 문재인 정부의 대외정책은 이전 정부와 얼마나 다를 것이라고 보며, 노무현 정부와는 얼마나 비슷할 것으로 보나요?

“아마도 대략적으로 노무현 시절의 구도를 따를 듯합니다. 즉, 안보협력까지 못가지만 그외의 부분에 있어서는 중국과의 거리 좁히기에 노력할 듯하고, 경협-평화공존위주로 대북정책을 펼쳐볼 것 같습니다. 이외에 역사문제에 있어서는 일본에 대해 보다 분명하고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내다봅니다.”

-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하자 문 대통령은 북한을 비판했습니다. 이는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는 선거전의 입장과는 다른 것으로 한국 언론은 해석합니다. 문재인 정부의 남한과 북한의 관계는 어떨 것 같은가요?

“중도우파인 만큼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비판하지 않을 수 없죠. 그러나 아마도 이와 별도로 경협, 인도적 협력 등 차원의 보다 친화적 대북접근을 추구할 것같습니다.”

- 문재인 정부의 러시아 정책은 어떨 것으로 보나요? 노무현 정부 때와 같을 것으로 보나요? 변화가 있을까요?

“러시아는 그 자체로서는 한국 정치나 외교의 큰 변수는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러시아의 중요성은 자원과 시장, 그리고 대북 관계에 있어서의 한-북-러 3자협력의 가능성일 것입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다소 적극성을 보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 이와 관련해, 문대통령은 송영길 의원을 러시아 특사로 보냈습니다. 특사와 무슨 대화를 할 것이라고 보는가요? 러시아는 또 송영길 정도의 수준이면 만족하는가요?

“예컨대 남-북한과 러시아 철도 연결이나 가스관 건설 등의 3자협력 가능성 같은 게 도마에 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국에 있어서의 러시아의 제일 큰 가치는 결국 (자원 이외에는) 대북관계입니다.”

- 중국은 문재인 정부를 환영할 것입니다. 한중 관계는 아주 좋아지겠나요?

“네, 중-미 간의 완전한 등거리외교까지는 못가더라도 경제를 위주로 해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구축은 지속될 듯합니다”

This website uses cookies. Click here to find out more.

Accept cook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