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날 러시아는 공간 구조상 거대한 제국이라 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는 중앙을 중심으로 하는 닫힌 공간이자, 정치적, 인종적, 더 나아가 경제적 측면 등 어느 측면에서도 ‘중심-주변부’ 구조로 양극화된 공간이기도 합니다.” (사진제공=리아 노보스티)
러시아의 지방행정구역 체계는 상당히 복잡하다. 러시아의 지방(регионы)은 주(область), 지방(край), 공화국(республика), 연방관구(федеральный округ)로 구분된다. 형식적으로 이들은 동등한 헌법상의 권리를 갖지만, 실제로는 서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복잡한 국가 구성체계가 러시아 제국과 소련의 유산으로 물려받은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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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초 표트르 1세 치하에서 현(縣, губерния)이라는 개념이 등장했는데, 당시에는 총 8개의 현이 존재했다. 이후 새로운 영토가 합병되면서 현의 수에도 변동이 있었다. 20세기 초 무렵 지방 행정구역은 더 복잡해졌다. 현(縣) 체계에 주(州)와 그에 속한 영토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소련 시절에는 민족 단위가 지방(регионы)을 구분하는 기본 원칙이었다. 소련 영토는 소비에트 사회주의 자치공화국(АССР), 자치주(АО), 민족구(НО, 이후 자치구, АО)로 구분됐다. 최초의 자치공화국들은 특정 민족이 인구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현들을 기초로 만들어졌는데, 나중에는 이에 상응하는 자치주들이 자치공화국으로 전환됐다.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 소비에트 연방 사회주의 공화국(РСФСР) 안에 포함됐던 이전의 다양한 자치행정단위(автономии), 주, 지방(край)들이 연방주체로 불리기 시작하면서 러시아 소비에트 사회주의 연방공화국은 러시아연방으로 불리게 되었고, 과거의 소비에트 사회주의 자치공화국들은 타타르스탄과 같은 민족에서 유래한 명칭을 획득했다. 현대 러시아의 지방행정구역 체계는 1993년 신헌법이 채택된 후, 그리고 2000년대 후반 사실상 10개 자치구 중에 6개가 폐지됨으로써 상당수의 연방주체의 덩치가 확대된 이후에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그 결과, 21개 공화국, 9개 지방, 46개 주, 2개 연방시(모스크바와 상태페테르부르크), 1개 자치주(유대인자치주), 4개 자치구로 구성된 현재의 지방행정구역 체계가 탄생했다.
주(область)는 그 수가 가장 많은 행정단위이다. 주는 민족구성성분에 관계없이 형성되며, 주도는 도시의 규모로 결정된다. 주의 행정권력은 주지사를 수반으로 하는 주 정부가 행사한다. 주에는 의회도 존재한다. 주 의회는 연방법을 현지에 적용하기 위한 세부법을 입안, 승인한다. 이러한 현지법의 기초가 되는 것은 조례(устав)이다. 자치주는 유대인자치주 한 곳만이 남았지만, 다른 일반적인 주와 다를 바가 없고 단지 역사적 이름이 보존된 것뿐이다.
지방(край)은 영토 관리 차원에서 볼 때 주와 다르지 않지만, 면적이 더 크다. 일부 지방은 몇 개의 주로 구성된다.
자치구(автономный округ)는 지방이나 주와 같은 러시아연방의 다른 주체 안에 포함되지만, 더 폭넓은 자치권을 갖는 민족 자치구역이다. 이러한 자치구에는 소수민족들이 밀집해 거주하고 있다.
지방, 주와는 달리 공화국은 민족국가 단위구성체, 즉 러시아를 구성하는 이런 저런 민족(들)이 밀집돼 거주하는 국가의 형태를 갖는다. 타타르계 러시아인 상당수가 거주하고 있는 타타르스탄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곳의 국가 수반은 대통령이며, 기본법은 헌법이다. 공화국은 러시아어와 동등한 지위를 갖는 국가 공용어를 추가로 제정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지역들은 아주 다양하여 관리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많은 메커니즘과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블라디미르 카간스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지리학연구소 연구원이 이같이 설명했다. "오늘날 러시아는 공간 구조상 거대한 제국이라 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는 중앙을 중심으로 하는 닫힌 공간이자, 정치적, 인종적, 더 나아가 경제적 측면 등 어느 측면에서도 '중심-주변부' 구조로 양극화된 공간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복잡한 구조의 지방행정체계가 탄생한 것은 역사적 관성의 힘이 작용한 결과라고 파벨 쿠듀킨 고등경제대학 국가경영 이론·실제학과 부교수는 지적한다. "현 체계는 러시아 제국 그리고 그 뒤를 이은 소비에트 연방의 행정구조가 답습된 것"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쿠듀킨 교수는 러시아연방 헌법상 모든 연방주체는 상호 동등하지만, 예를 들어 입법의 관점에서 볼 때 공화국에는 헌법이, 나머지 주체들에는 조례(устав)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한편, 지역 헌법들의 내용을 살펴보면 별난 조항들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타타르스탄 공화국 헌법은 타타르스탄 공화국이 국제법의 주체라고 명시하고 있는데, 이는 당연히 연방법에 어긋납니다." 큐듀킨 교수의 말이다.
2000년에는 기존의 행정구역체계를 유지한 가운데 연방관구(федеральные округа)라는 새로운 행정구역이 도입됐다. 연방관구는 푸틴 대통령이 집권 초기 내놓은 대규모 정책사업 가운데 하나였다. 현재 연방관구는 중앙 연방관구, 볼가 연방관구, 북서 연방관구, 극동 연방관구, 우랄 연방관구, 남부 연방관구, 시베리아 연방관구, 북캅카스 연방관구, 이렇게 8개가 있다.
연방관구를 도입하게 된 데는 지방 권력기관들의 업무 관리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1990년대에 연방정부 부처의 지방 파견관들이 현지의 지방 유지들과 결탁하여 연방정부 차원의 업무에 충실하지 않고 지방 유지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데 앞장섰던 탓이다.
그러나 러시아 공간은 이와 같은 복잡다단한 다층적 분할 체계에도 불구하고 매우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러시아는 뚜껑을 열면 똑같은 모양의 인형이 또 들어 있는 마트료시카 인형과 비슷하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러시아는 일순간에 와해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기껏해야 가장자리가 조금 떨어져 나갈 뿐이다." 사설연구소인 사회정책연구소(НИСП)의 지방프로그램 팀장 나탈리야 주바레비치의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