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남(南)쿠릴 열도를 일본에 돌려주지 않는 이유

세르게이 크리보세예프/리아 노보스티
남(南)쿠릴 열도는 감정적 문제들과 천연자원 외에도 엄청난 전략적 가치를 갖고 있으며 러시아 해군의 태평양 진출을 위한주요 관문 가운데 하나다.

최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러-일 양국이 70년에 걸친 오랜 영토 분쟁 해결을 논의할 수 있도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일본을 공식 방문해달라고 초청했다.

일본과 러시아는 여전히 휴전 상태에 있다. 양국은 2차 세계대전 평화협정에 아직 서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시아-태평양 이웃 국가인 러시아와 일본 사이에 다툼의 씨앗은 러시아 사할린과 일본 홋카이도 사이에 걸쳐 있는 쿠릴 열도다.

이투루프와 쿠나시르, 시코탄, 하보마이 4개 섬으로 이뤄진 남(南)쿠릴 열도는 일본이 19세기에 처음 식민화했다. 이후 이 열도는 일본 제국이 남사할린에서 쫓겨난 2차 대전 종전 무렵 소련의 관할 아래 놓였다.

일본은 남(南)쿠릴 열도를 북방영토로 명명하면서 그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1960년대 이후부터 러시아는 시토칸과 하보마이 섬의 반환을 제안하며 일본과의 타협 의사를 보였지만, 일본은 열도 전체에 대한 반환 요구를 굳히지 않았다.

양국 내 감정 문제

일본이 1945년 남쿠릴 열도에서 쫓겨났을 때 17,000명의 일본 시민이 열도에서 추방됐다. 이들 중 많은 사람이 아직 살아 있으며 홋카이도에 거주하고 있다. 일본 삿포로 시에서 활동하는 정치 분석가 다나카 시게오는 “일본에서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지 간에 북방영토에 대해 타협하면 정치적 자살행위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북방영토 전(前)거주민 협회는 상당한 정치적 로비력과 동정 여론을 갖고 있다.”

한 나라가 영토 이양을 얘기하게 되면 그때마다 그에 불만을 느끼는 일부 대중이 있게 마련이다. 2004년 러시아가 아무르 강의 타라바로프 섬과 볼쇼이우수리스키 섬 절반을 중국에 이양하며 국경 분쟁을 최종 타결하자 러시아 극동의 많은 지역에서 반대시위가 벌어졌다.

타마라 치코바 사할린국립대학교 교수는 시코탄과 하보마이 군도의 이양(각기 다른 러시아 정부들에서 나온 제안)이 강력한 반대시위를 촉발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녀는 “민족주의 단체들의 논리는 러시아가 나치 독일과 동맹을 맺은 나라에서 몰수한 땅을 반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칼리닌그라드를 독일인들에게 돌려주겠느냐”고 수사적 질문을 던졌다.

다나카는 시코탄과 하보마이 섬 반환 제안이 일본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쿠나시르와 이투루프 섬의 반환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일본은 1904~5년 러-일 전쟁 이후 합법적으로 일본의 일부가 된 사할린 섬의 남쪽 절반에 대한 러시아 주권을 인정하며 양보했다고 믿고 있다”고 다나카는 덧붙였다.

러시아의 태평양 진출 관문

쿠나시르와 이투루프 섬은 천연자원이 풍부하며 희토류가 대량으로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할린 섬 인근 석유가스 프로젝트의 성공도 에너지 기업들이 쿠릴 열도 근해 조사를 통해 탄화수소 매장지를 찾아 나서게 했다. 원시림과 화산, 폭포로 둘러싸인 이들 섬은 관광산업 개발을 위한 엄청난 잠재력도 갖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는 이런 구상들에 냉담한 반응을 보였고 사할린 주민이 아닌 러시아인과 외국인들이 인구가 희박한 이들 섬에 출입하지 못하게 했다. 분석가 대다수는 그 이유가 이들 섬이 갖고 있는 막대한 전략적 가치에 있다고 말했다.

지난 몇 년간 러시아는 남쿠릴 열도 주변에서 군사 활동을 강화했다. 지난 6월 8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남쿠릴 열도의 군사시설 건설에 박차를 가하라고 지시했다. 러시아는 남쿠릴 열도 개발에 약 12억 달러를 지출할 예정인데, 이 가운데 상당액은 방어시설 건설에 투입된다. 러시아는 이미 이투루프와 쿠나시르 섬에 군사 주둔지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쇼이구 장관은 또 러시아 북극에도 군사 인프라를 신속하게 개발하라고 촉구했다. 이것은 새로운 해상항로를 통해 러시아 중심부와 태평안 연안을 연결시키는 원대한 계획의 일부다.

‘국가안보에서 바라본 열도 영토의 전략적 가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일본 잡지 ‘섬 연구 리뷰(Review of Island Studies)’는 남쿠릴 열도에서 증가한 러시아 군사 활동이 카라 해를 태평양과 연결하는 운송로인 북극항로 개통을 주로 예상하고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북극항로는 러시아 북극해 연안을 따라 이어지며 러시아에 군사적, 경제적 이득을 제공해준다.

다나카는 “북극항로가 사실상 러시아를 아시아-태평양 주요 강국으로 만들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신냉전을 목도하고 있는 시대에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이 역내에 모종의 사태를 부추길 경우 일본을 봉쇄할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다나카씨는 이것이 오키나와 등 역내 전역에 걸쳐 군사기지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미국을 겨냥한 억지력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쿠나시르와 이투루프 섬은 러시아의 아시아-태평양 방어와 경제 전략의 필수적인 일부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일본 측의 양보만이 러시아와 일본 사이에 2차 대전 평화협정을 맺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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