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16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경호를 받으며 지지자들이 모인 이스탄불 거리를 걷고 있다.
로이터16일 새벽(현지시간) 터키에서 발생한 군사 쿠데타 시도에 대해 국제사회는 즉각 비난하고 나섰다. 하지만 러시아는 아직 비난 성명을 내놓지 않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터키의 현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현재 상황이 조속히, 합법적인 방법으로 해결되어 터키가 안정적이며 예측가능한 법치주의의 길로 돌아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현 터키 사태의 당사자 중 어느 쪽과도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본 기사 송고 시점까지 푸틴 대통령은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는 터키에 헌정질서를 조속히 회복할 것을 호소하는 동시에 “이번 일은 터키 사회, 그리고 터키 군 내부에 매우 강력하며 근본적인 모순이 존재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그 모순이 이번 사태로 표출됐다”고 지적했다.
지난 6월 말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2015년 11월 24일 발생한 터키 공군의 러시아 전폭기 격추 사건에 대해 러시아에 공식 사과했다. 이 사건은 지난 7개월 동안 계속된 양국 관계 경색의 원인이 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공식 사과로 양국관계는 정상화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러시아 전폭기 격추 사건 이후 처음으로 푸틴 대통령과 에르도안 대통령 사이에 전화 통화가 성사되어 조만간 개인적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보았으며 러시아국민의 터키 여행 제한도 해제됐다.
터키 전문가인 일샤트 사예토프 현대터키연구센터 소장은 “현 상황이 러-터키의 전반적 관계에 부정적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양국 관계 회복에 확고한 의지를 가진 지도자가 권력을 잡고 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터키가 직면한 테러, 실패한 쿠데타, 사회 양극화 등 전반적인 국내 불안이 양국관계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대통령 한 사람의 손에 터키의 모든 권력이 집중돼 있기 때문에 돌발 결정이 내려질 리스크는 커진다. 러시아 당국은 이러한 요인을 염두에 둘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6년 7월 15일(금). 목요일 프랑스 니스에 발생한 트럭 돌진 테러에 대한 연대의 의미로 프랑스 국기의 삼색 조명이 밝혀진 이스탄불 보스포러스 대교를 쿠데타 병력이 봉쇄하고 있다. 비날리 이를드름 터키 총리는 군부내 일부 세력이 쿠데타에 가담했고 이들이 수도 앙카라에 전투기를 띄우고 군 차량과 장갑차를 동원해 이스탄불의 두 대교를 봉쇄하면서 총성이 울리기도 했다고 발표했다. 출처 : AP
터키 전문가인 캅카스지정학클럽의 유리 마바셰프도 이에 동의한다. 그는 “지난 7개월 간 냉각돼 있던 양국 관계가 러시아의 쿠데타 평가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었다. 쿠데타 소식이 전해진 처음 몇 시간 동안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각이 우세했다. 이번 쿠데타가 심층적인 원인을 내포하고 있으며 터키 사회의 문제들이 곪아터진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며 “이러한 평가는 아직 러시아 전문가들 사이에 터키 지도부가 과거의 실수를 참작하여 진심으로 양국관계 회복에 노력할 것이라는 온전한 믿음이 형성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한편 앙카라 소재 터키 싱크탱크인 국제전략연구기구(USAK)의 유라시아정치 전문가 케림 하스는 낙관론을 편다. 하스는 “터키 당국은 국내 치안 강화를 위해 더 독자적인 정책을 펼칠 것”이라며 “나쁜 결과라면 러시아 관광객이 줄고 러시아의 경제제재 해제가 좀 더 늦춰질 것이라는 점”이라고 내다봤다.
하산 옥타이 캅카스전략연구센터 소장은 이번 사건이 러-터키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쿠데타는 불발로 그쳤고, 주동자들은 체포됐으며 민주주의가 승리했다”고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