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남쿠릴 열도 공동 통치 동의 안 해

오호츠크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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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카테리나 체스노코바/ 리아노보스티
오래 기다려 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한 달 앞두고 일본의 한 신문은 “일본이 러시아와 일본의 남쿠릴 열도 공동 통치를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Russia포커스와의 인터뷰에 응한 러시아 분석가들은 “비현실적인 제안”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월 17일 니혼게이자이 신문 아시아 리뷰는 “일본이 남쿠릴 열도 4개 중 2개를 러시아와 공동으로 통치하는 방안을 고려할 용의가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며 ‘북방영토’로 부르는 남쿠릴 열도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부터 러시아가 통치해 왔다.

이 신문은 일본과 러시아의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하여 “하보마이 군도와 시코탄 섬을 러시아가 반환하고 쿠나시리(国後), 에토로푸(択捉) 섬을 러-일 양국이 공동 관리하는 계획안을 일본이 협상하고자 한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일본은 강력한 통치권을 갖는다는 조건 아래 모든 섬의 공동 통치, 아니면 하보마이, 시코탄, 쿠나시리 섬의 공동 통치에 동의할 수도 있다. 하지만 러시아는 모든 섬에 대해 강력한 권한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와 일본은 2016년 5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러시아 극동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포함하여 대러 관계를 정상화하는 8개 항의 경제 협력 계획을 발표한 이후 경제적, 정치적 접촉은 새로운 동력을 찾았다.

양국은 2차 세계대전 종전 당시 평화협정에 서명하지 않아 1956년부터 평화 회담 프로세스에 발이 묶여 있다. 일본이 남쿠릴 열도 반환을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9월 블라디보스토크 동방경제포럼(EEF)에서 아베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영토 문제 해결 방안을 찾고 평화협정에 서명하여 이 문제를 미래 세대로 넘기지 말자”고 촉구했다. 오랜 밀고 당기기 끝에 오는 12월 일본을 방문하는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일본의 새로운 접근 방식을 환영하지만, 국익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도적인 흘리기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극동연구소의 일본 전문가인 발레리 키스타노프는 니혼게이자이신문 기사가 그러한 구상에 대한 러시아의 반응을 떠보기 위한 ‘의도적인 흘리기’라고 생각한다.

키스타노프는 “일본 재계의 의중을 대변하는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소문을 토대로 기사를 보도하지는 않는다”며 “나는 그러한 구상이 막후에서 논의됐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모스크바국립국제관계대학교(MGIMO)의 일본학 전문가인 드미트리 스트렐초프는 “이러한 구상을 밖으로 흘리는 목적이 일본에 유리한 진전으로 비칠 영토 공동 통치 가능성에 대한 환상을 공개적으로 심어주는 데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대일 외교정책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알렉산드르 파노프 전 일본 주재 러시아 대사는 “러시아와 일본이 분쟁을 단계적으로 해결하기로 합의한 듯이 보인다”고 Russia포커스에 말했다.

파노프 전 대사는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이것(공동 통치)은 일본이 러시아에 전달한 계획의 일부가 아니라고 주장했다”며 “정확히 무엇이 전달됐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고 Russia포커스에 말했다.

영유권 논의되지 않아

그러나 일본의 극동 투자 용의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쿠릴 열도 영유권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키스타노프는 “공동 통치 구상은 러시아가 수용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드미트리 스트렐초프는 “이러한 구상이 논의됐다 해도 핵심 문제는 러시아와 일본의 결정권자들이 공동 통치의 의미를 서로 다르게 볼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가 ‘공동 통치’를 공동경제구역으로 생각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이 공동경제 구역에서는 러시아의 쿠릴 열도 영유권이 완전하게 유지되고 러시아 법 만 적용하되 특별 규칙과 법규를 마련하여 일본 기업들에도 자유로운 접근을 허용하는 것이다.

스트렐초프는 “일본은 이 ‘공동 통치’를 러시아의 쿠릴 열도 영유권 축소로 간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안 제시

키스타노프는 “공동 통치가 이론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며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인용한 공동 통치 사례(바누아투 공화국)가 쿠릴 열도에 적용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과 프랑스는 바누아투가 1980년 독립하기 전 공동통치에 합의했었다.

키스타노프는 “바누아투는 프랑스나 영국의 일부가 된 적이 한 번도 없는 멀리 떨어져 있는 땅이다. 중국과 일본이 댜오위다오/센카쿠 섬을 공동으로 통치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파노프 전 대사는 영토 문제 해결 방법으로 한 가지를 더 제시했다. 그는 “1998년 러시아가 영토 문제 해결 방안을 계속해서 탐색한다는 의지를 포함해 쿠릴 열도에 특별한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우호협력 잠정 협정 체결을 제안했다”며 “이 협정은 어느 쪽의 국익과 입장에도 손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본은 곧바로 이 제안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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