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AFP2013)
한반도를 주무대로 삼았으나 오래전 종적을 감춘 한국(아무르) 표범의 개체수가 이른바 '한국표범의 마지막 보루'라 불리는 연해주 지역에서 최근 증가하고 있다. 이런 반가운 소식을 접한 한국범보존기금이나 생태학자는 물론 일반인들도 한 목소리로 반색을 표하며, ‘연해주 아무르표범의 보존이 곧 한국표범을 보존하는 길’이라는 구호 아래 연해주 아무르표범 보호를 위한 국제적 노력에 지지를 보내며 동참하고 있다.
과거 아무르표범은 연해주나 만주지방보다는 한반도에 주로 서식하여 한국표범이나 조선표범으로 불렸으며, 한반도는 아무르표범의 기준표본이 잡힌 곳일 정도로 ‘표범 왕국’이었다. 호랑이수가 줄어든 19세기~20세기초까지도 한국 전역에서 흔하게 서식하였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에 유해조수 제거를 구실로 한 일본의 무자비한 사냥으로 1092마리가 포획된데다, 그나마 일부 서식지마저 한국전쟁으로 파괴되어 개체수가 급감했다. 한국에서는 1960년대 초 포획된 이후 목격되지 않고 있는 등 종적을 감추고 말았다.
이에 비해 극동지역은 스탈린시대의 인구소개정책 등으로 이 지역 개발이 더디어진 탓에 그마나 명맥만을 간신히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밀렵꾼의 횡포로 1956년 소련정권의 아무르표범 사냥금지조치가 도입될 당시 이미 서식 표범개체수가 30마리 이하로 줄어들었으며, 많은 동물보호단체의 노력에도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못하다가, 구 소련해체후 사회경제 혼란을 틈탄 밀렵행위가 다시 기승을 부리며 위기일발의 사태까지 내몰렸다. 이에 1995년 러시아 정부는 ‘연해주 및 하바롭스크 주의 멸종위협에 직면한 아무르 호랑이 및 희귀동식물 보호법’을 제정한데 데 이어, 1998년에는 ‘러시아의 아무르 표범 보호 전략’이 인준되어 최초로 체계적인 보호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점차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아무르표범이 서식하는 극동지역내 3개의 자연공원이 각각 천연자원부, 농림부, 연해주정부의 관할로 서로 달라 공조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을 뿐 아니라 난제가 산적해 러시아 및 세계의 동물보호가들 사이에는 결국 다음 세대에는 아무르표범을 볼 수 없으리라는 회의적인 우려가 팽배했다.
이런 고충을 전해들은 당시 세르게이 이바노프 부총리(현 대통령행정실장)가 ‘표범개체수 연구, 보호 및 복원을 위한 유라시아 센터’ 설립을 주도하는 등 아무르표범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관심을 쏟으면서 상황이 크게 개선되기 시작했다. 마침내 21012년 4월 5일 그간 숙원사업이었던 ‘표범의 나라 국립공원’이 설립되어, 북한산국립공원의 33배에 해당하는 260만헥타르 이상의 광활한 땅에서 국가예산 및 독지가들의 재정적 지원하에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아무르표범 보호장려정책을 펼치게 되었다. 예를 들어, 지난 1년전 표범전담감시반이 8명으로 출발해 현재는 32명으로 확대되었을 뿐 아니라, 근무의욕 증진을 위해 급여도 80%이상 인상됐다. 밀렵단속을 강화하고 감시시설과 장비를 확충했다. 표범의 먹이사슬을 확충하고 환경소음을 최소화하여 서식지 주변에 정적을 유지하고자 노력했다. 예를 들어, 표범이나 호랑이가 자주 출몰하는 지역에는 당초 도로공사 계획을 변경해 특수터널공사로 대체하기도 했다. 2012년 국가예산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7천6백만루블(약 28억원) 상당의 후원금도 확보되어 무선망 설치, 산악크로스컨트리 차량 등도 구입하는 등 장비 및 시설 현대화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지난 1년간 연해주 남부지역 ‘표범의 나라’ 국립공원을 중심으로 펼쳐진 전방위적인 노력에 힘입어 “표범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찾아왔다. 아무르표범의 개체 수가 회복세를 타기 시작했으며, 2012년 한해에만 새로이 8마리 표범이 발견되는 쾌거를 거두었다. 이에 대해 안드레이 보로딘 국립공원소장은 “가까운 시일내 100~120마리까지 꾸준히 개체수가 늘어날 전망이며, 아무르 표범이 멸종 위기라는 우려는 일단 벗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 현재 연해주 지역에는 50여 마리의 아무르표범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과 러시아 전문가, “러시아의 경험을 토대로 한국에서도 아무르 표범을 되살리는데 함께 노력하자” 비탈리 스타로스틴 ‘표범의 나라 국립공원’ 홍보비서관은 “한국 생태학자들이 러시아 국립공원 전문가들의 경험을 토대로 ‘레드리스트(멸종위기생물목록 또는 적색목록)’에 등재된 아무르표범 (한국표범의 아종)을 한국에서 되살리겠다며 의기투합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타로스틴 홍보비서관은 "대형 고양이과에 속한 멸종위기종인 표범과 호랑이가 한국에서 다시 서식하기 위해서는 자연개체군의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한국 생태전문가들이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아무르표범과 아무르호랑이의 한국복원을 위한 장기적인 협력사업 준비에 착수하게 된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미 한국인들은 ‘연해주 아무르표범의 보존이 곧 한국표범을 보존하는 길’이라는 구호 아래 활동하는 한국범보존기금의 적극적인 노력을 전적으로 지지하고 있고 모금 활동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모금된 기금은 일련의 러시아 범보존사업에 투자되고 있다. 아무르표범과 아무르호랑이의 한국복원사업 계획이 얼마나 현실적일지는 시간이 평가할 것이다. 그러니 지금으로서는 ‘'자연이 주는 부는 한 국가에게만 종속되지 않는다’는 동양의 지혜에 공감하는 것만이 우리의 역할이다.”-표범의 나라 국립공원’연구부 부원장 옐레나 살마노바-아무르(극동)표범 – 최북방 지역에 서식하는 표범의 아종이다. 극동표범은 숱이 많고 긴 털을 가지고 있다. 표범은 고양이과 동물 중 가장 아름답고 우아한 동물로 시력과 청각이 민감하다. 몸 길이는 107~136cm, 몸무게는 암컷 50kg, 수컷 70kg 정도이다. 러시아 ’레드리스트(멸종위기생물목록 또는 적색목록)’를 비롯하여 세계 레드리스트에도 등재되어 있다. 극동표범은 한반도, 러시아, 만주를 비롯한 극동지역에 한때 널리 분포했던 종이었으나, 현재 극동표범이 처한 상황은 재앙적 수준으로, 매우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세계자연보호기금(WWF)에 따르면 러시아 영토 내에 서식하고 있는 표범의 개체 수는 종전에는 20~25마리, 중국에는 7-12마리 정도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지만, 최근 러시아 정부 및 민간단체의 노력으로 차츰 증가되는 추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