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 깊은 모스크바 지하철…‘메트로 365’에서 감상하자

(사진제공=드미트리 베르다소브)

(사진제공=드미트리 베르다소브)

드미트리 베르다소프의 블로그에 가면 모스크바 지하철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드미트리 베르다소프는 모스크비치(모스크바 사람)다. 어릴 적엔 지하철을 타고 다녔지만, 성인이 된 후 12년 동안 지하철을 이용하지 않았다. 덕분에 드미트리는 현재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려고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스크바 지하철에 관한 관심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았다고 말한다. ‘메트로 365’ 프로젝트는 드미트리가 블로그사이트 라이브저널(livejournal.com)에 자신이 찍은 지하철 사진들을 올리는 곳이다. 그는 1년 동안 모스크바 지하철 188곳을 모두 사진에 담을 계획이다. Russia포커스와의 인터뷰에서 드미트리는 자신이 좋아하는 역과 관광객들이 제일 먼저 찾아볼 만한 지하철역도 소개했다.

-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가을이 시작되니 찍을 만한 게 별로 없어서 지하철을 찍어보기로 했죠. 슬라뱐스키 불바르(Славаянский бульвар) 역이 첫 번째였는데 찍고 보니 마음에 들더라구요. 이때 마침 블로그사이트인 라이브저널에서 창작프로젝트 지원 공고가 났길래 ‘메트로 365’를 착안했어요. 지원작으로 선정됐을 땐 벌써 15개 역을 촬영한 상태였는데 그때쯤 되니까 지하철의 생리와 구조를 조금은 이해할 거 같더군요."

모스크바 지하철

- 지하철 역들이 어떤 체계를 갖고 있다는 말?

"오래 됐던 신축됐던 상관없이 모든 역은 기본적으로 깊이가 깊은 역과 얕은 역으로 나눠요. 얕은 역은 승강장이 40개의 기둥으로 구성돼서  ‘지네’(러시아어로 지네는 ‘40개의 발이 달린 놈’이라는 뜻을 갖는다)라고 불려요. 깊은 역은 기둥식 구조와 두꺼운 벽에 구멍이 나 있는 파일론 구조로 나뉘구요."

모스크바 지하철

- 외국인에게 제일 먼저 보여주고 싶은 지하철역은 어딘지?

“저라면 최근에 개통된 곳을 먼저 보여주겠어요. 흰색과 검은색 대리석으로 꾸며진 퍄트니츠코예 쇼세(Пятницкое шоссе) 역은 곡선 승강장이 있는 모스크바 지하철의 6곳 중 하나예요. 역에서 나오면 국제비즈니스센터 ‘모스크바시티’가 있는 메즈두나로드나야(Международная) 역도 흥미롭죠. 오래된 역 중에는 2차 대전 이전에 건설된 것들이 볼만해요. 지하철 노선도에 빨간 색으로 표시된 소콜니체스카야 노선 중에 파르크 쿨투리(Парк Культуры) 역에서 소콜니키(Сокольники) 역 사이 역들이 그렇죠.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역 중에 하나는 엘렉트로자봇스카야(Электрозаводская) 역이에요. 소비에트 양식의 이 역은 전시에 파일론 구조로 지어졌습니다. 역 구내는 흰 대리석에 학자들의 초상화와 병사, 집단농장원, 건설역군들의 모습이 양각으로 조각돼 있답니다. 파르크 포베디(Парк Победы) 역도 마음에 들어요. 지은 지 얼마 안 된 이 역은 구내를 다양한 색깔의 대리석으로 마감했고, 한 쪽 끝에는 1812년 조국전쟁(나폴레온 전쟁) 영웅들을 화려한 색깔로 묘사한 판넬벽화가 있어요. 대조국전쟁(2차 대전)의 영웅들에게 바치는 그림은 반대편 끝에 있죠. 이 벽화들은 러시아의 생존 화가이자 조각가인 주라브 체레텔리의 작품이에요. 모스크바에는 그의 작품이 아주 많이 있어요. 표트르 대제 동상, 구세주 그리스도 대성당이 그의 감독 아래 지어졌고 크렘린 앞 알렉산드롭스키 공원에 있는 조각상들도 그의 손을 거쳤는데 가장 욕을 많이 먹는 작품이 이것들인 거 같아요. 트루브나야(Трубная) 역에 있는 교회와 성당을 묘사한 스테인드글라스와 컬러 판넬화도 그의 작품이에요.

순환선 타간스카야(Таганская) 역 구내의 벽은 세라믹으로 마감됐고 그 위에 새겨진 아치 문양은 자기로 만든 거예요. 옛날엔 여기 병사들에 둘러싸인 거대한 스탈린 조각상이 서 있었죠. 회색 노선의 구소련 시절 건설된 역 중에선 나가틴스카야(Нагатинская) 역이 마음에 들어요. 선로 벽을 따라 피첸체 양식의 대리석 모자이크화가 그려져 있거든요.”

모스크바 지하철

- 모스크바 지하철에 대한 기담 중에 알고 있는 게 있다면?

“인터넷에 들어가보면 지하철에 얽힌 별의별 얘기들이 많아요. 하지만 뭐가 사실인지는 아무도 모르죠. 예를 들어 모스크바 서쪽 스탈린 다차가 있는 쿤체보 지역에서 도심까지 비밀 지하철로가 연결돼 있다는 소문은 확인된 사실이에요. 일부 구간은 열차와 자동차가 동시에 다닐 수 있도록 레일과 포장데크가 같이 깔려있어요. 그러니 다른 소문들도 충분히 사실일 가능성이 있어요.”

- 본인은 지하철을 애용하는지?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는 6월 15일부터는 시내에서 차를 끌고 다닐 만할 거예요. 그래도 역시 모스크바에선 지하철을 이용하는 게 제일 빨라요. 약속시간에 제때 도착하려면 지하철이 최고라는 건 이제 누구나 아는 사실이니까요. 모스크바를 찾는 외지인들에게 지하철은 관광코스 중에 하나가 됐어요. 특히 외국인들은 모스크바 지하철을 꼭 보고 싶어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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