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 불명의 200억 유로”, 6년째 모스크바 공항에 발 묶여

셰레메티예보 공항이 보관 중인 화물운송장에는 프랑크푸르트발 항공기에 지폐 묶음을 실은 팔레트(화물탑재용 목판) 200개가 실려 있다고 기록돼 있다. (사진제공=이타르타스)

셰레메티예보 공항이 보관 중인 화물운송장에는 프랑크푸르트발 항공기에 지폐 묶음을 실은 팔레트(화물탑재용 목판) 200개가 실려 있다고 기록돼 있다. (사진제공=이타르타스)

현금 200억 유로 실은 항공기가 6년째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공항에 발이 묶여 있다.

셰레메티예보 공항에는 현금지폐를 가득 실은 항공기 한 대가 뎅그머니 서 있다. 본지가 확인한 바로는 세례메티예보 공항 화물터미널에 벌서 6년째 발이 묶인 채 서 있는 이 비행기 안에는 수신인 불명의 현금 200억 유로(한화 약 30조 원)가 실려 있다.

셰레메티예보 공항이 보관 중인 화물운송장에는 프랑크푸르트발 항공기에 지폐 묶음을 실은 팔레트(화물탑재용 목판) 200개가 실려 있다고 기록돼 있다. 은행 관계자들을 팔레트 하나당 1억 달러(또는 유로)를 탑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럼 비행기에 실린 금액은 총 200억 유로라는 말이 된다.

같은 화물운송장에는 화물의 소유주로 54세의 이란 국적자 파르진 코로오리안 모틀라그라는 이름이 적혀 있다. 운송장에는 소유주의 여권 정보는 물론이고 화물 고유코드, 항공기 편명도 기록돼 있다. 기록에 따르면 수백 억을 실은 문제의 항공기가 모스크바에 착륙한 것은 2007년 8월 7일이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6년 간 화물은 공항에 '묶여' 있는 상태다.

그런데 공항 서류에는 이 어머어마한 가치를 지닌 화물의 수신인에 대한 정보는 한 군데도 없다. 본지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이 돈은 소유주인 파르진 모틀라그가 우크라이나 자선재단 '착한 사람들의 세상'에 기부한 돈이라고 한다. 분명 모스크바에 이런 이름의 재단이 있긴 하다. 재단 이사장은 53세의 모스크바 시민 알렉산드르 시필로프라는 자다. 공항에 묶인 돈을 회수하려고 분주한 사람이 바로 시필로프다. 그런데 문제의 돈을 이 제단에 기부한다는 내용의 계약서는 금년 3월 17일에야 작성됐다.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공항측도, 관리들도 함구하고 있다. 시필로프 재단 이사장도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다.

바딤 랼린 통관업무 전문 변호사는 말한다. "서류 상으로 볼 때, 그런 화물이 실제로 있는 게 확실하다. 다만 수신인이 필요한 서류를 다 갖추지 않아서 화물을 인도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애초에 발신인이 정확한 수신인을 명시하지 않은 점은 확실히 미심쩍다. 처음부터 이 현금을 러시아 영토로 반입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일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고 어느 방법으로도 화물을 인수할 수 없게 되자 재단을 거치는 방법을 동원하기로 했는지 모른다. 이는 전형적인 돈세탁 방법이다. 두 번째로, 왜 국가가 진작에 이 돈을 압수하지 않았는지도 의문이다. 서류상으로 소유주가 있으며, 은행 증명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한 독일 은행이 발송한 진짜 돈인데 말씀이다."

본지가 알아낸 바에 따르면, 재단측 관계자들은 이미 가장 영향력 있는 변호사 여러 명을 찾아가 화물 회수를 의뢰하면서 수임료로 20억 유로를 약속했다. 그런데 아무도 이 일을 맡지 않았다! 소송을 통해 화물을 되찾을 수도 있을텐데 그들은 소송도 제기하지 않았다.

한 정보기관 직원은 "아직 추측일 뿐이지만, 이 화물이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비자금일 가능성도 있다. 현재 6백 ~1천억 달러에 이르는 후세인의 비자금이 세계를 표류 중이라는 얘기는 유명하다"고 말한다.

사담 후세인은 세계 갑부 중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부자로, 포브스 지가 선정한 갑부 순위 3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체포 후 받은 심문에서도 재산을 은닉해 둔 곳을 밝히지 않았다.

유명한 러시아 경제학 교수 니키타 크리쳅스키는 "언급된 금액의 규모가 너무 어마어마한 것이라서 이 이야기의 진위에 의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 200억 유로는 러시아 정부 예산의 6%에 달하는 금액이다. 그 정도의 여윳돈이 있다면 정부가 한 세대 전체의 주택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유럽에서는 이만한 규모의 현금이 이동하는 일이 사실상 없다. 이런 점을 미루어 보면, 이 돈은 지하경제 운용자금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한편, 셰레메티예보 공항측은 현금을 실은 항공기에 대한 정보를 부정하고 있다고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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