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리아 노보스티)
'러시아' 하면 흔히들 '시베리아의 혹한'을 떠올린다. 그렇다. 러시아는 대체적으로 정말 추운 것이 사실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국토를 가진 덕분에 러시아에는 극지말고도 1월 평균기온이 영상 15도로 포근한 아열대 지역도 있지만 말이다. 흑해 연안의 소치 같은 곳은 프랑스 휴양도시 니스와 같은 위도 상에 있다. 러시아의 타지역 사람들이 소치 사람들을 부러워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물론 겨울이 러시아인들의 삶 모든 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일상이 되어버린 탓에 이런 추위를 대하는 러시아인들의 태도는 아주 무덤덤하다. 그렇다면 과연 러시아인들은 악명높은 '러시아의 겨울'을 어떻게 나는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자.
모스크바의 겨울은 거의 넉 달 계속되며, 그중 눈이 오는 날이 약 50일이다. 하룻밤 사이에 40cm의 폭설이 내리는 경우도 흔하다. 그럴 때면 시 공공시설 담당부서는 제설작업에 전력을 기울인다.
눈이 오기 시작하면 거리에 제설차가 등장한다. "이제 막 내린 3~5cm 정도의 눈을 치우는 건 일상적인 일이다. 문제거리도 아니다"라고 표트르 비류코프 모스크바 부시장은 말한다. 비류코프 부시장은 동계 도시환경정비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모스크바시 도시운영사업팀을 관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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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PhotoXPress) |
장기간에 걸쳐 폭설이 내리면 문제가 된다. 그럴 때면 도로에 10분에 한 번씩 일렬로 나란히 선 제설차의 행렬이 나타난다. 제설차 한 대가 시간당 약 12km의 도로를 처리하는데, 그와 동시에 추가적으로 아주 긴요한 일을 병행한다. 도로가 패인 곳을 찾아내 무선통신을 이용해 도로보수과에 그 위치를 알려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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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설차가 눈을 도로 가장자리로 밀어내면, 덤프트럭이 그곳에 쌓인 눈더미를 200여 곳의 융설시설 중 한 곳으로 실어 나른다. 시설 한 곳당 하루에 300톤의 눈을 녹인다. 모스크바 시에서 제설 장비를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은 연간 5억 루블(약 160억 원) 정도다. 겨울엔 시 정부뿐 아니라 자동차 소유자에게도 돈 나갈 곳 투성이다.
동계용 타이어엔 의무적으로 스파이크 핀을 박야야 한다. 게다가 유리세정제도 어마어마하게 들어가는데, 겨울철 하루 사용량은 5L에 달한다. 유리세정제는 어디를 가나 쉽게 구입할 수 있다.
"바냐에 다녀올 동안 페치카에 불을 지피고 사모바르를 데워놓으렴." 50년 전만 해도 이런 소리를 흔히 들을 수 있었다. '바냐'는 러시아식 사우나이고, '페치카'는 옛날 러시아의 전통 농가 '이즈바'에 설치된 큰 석조 벽난로를 말한다. '사모바르'는 차를 마시기 위해 물을 끓이는 커다란 솥으로 러시아의 인심 좋은 손님 접대 문화를 상징하는 물건이기도 하다.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전통은 점차 사라진다. 특히 소련 시절 급속하게 도시들이 건설되면서 많은 전통이 자취를 감췄다. 현대 러시아의 도시들에서 아파트 난방은 도시중앙난방 방식을 택하고 있어, 개별적으로 난방을 조절할 수가 없다. 겨울철 실내온도가 너무 더울 때는 창문을 열어 매서운 바깥 공기를 끌어들여 적정 온도를 맞추곤 한다.
개별조정이 불가능한 중앙난방의 폐해가 있다. 과도한 난방으로 인한 건조하고 뜨거운 실내공기는 러시아 전역에서 겨울철마다 골치거리다. 이때문에 최근 러시아의 가습기 시장은 관련 업체들에 블루오션이 되고 있다. 보쉬(Bosch)사와 지멘스(Siemens)사가 러시아에서 진행한 현지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현대적 전열기구와 단열재를 적용한다면 현재 방식의 난방에 소요되는 비용의 최대 80%까지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도시중앙난방'을 대체할 난방법은 없는 것 같다. 난방배관이 얼지 않도록 발전소에서 데워진 끄거운 물이 도시 지하에 얽기설기 설치된 배관을 따라 도시 전역의 아파트로 연결돼 수압을 이용해 각 가정에 공급된다. 이러한 난방 방식의 대가를 러시아인들은 매년 여름 치르게 된다. 여름마다 정기적인 난방배관 보수공사를 위해 최대 3주까지 온수가 끊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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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키 (사진제공=GettyImages) |
벙어리장갑 '바레시키(варежки)' - 러시아에 처음 벙어리장갑을 들여온 사람들은 바랴그 족(варяги)이다. 여기서 '바레시키'란 이름이 나왔다. 도톰한 바레시키는 냉기로부터 두손을 따뜻하게 보호해주기 때문에, 할머니들은 손주들을 위해 직접 바레시키를 떠 준다.
펠트덧신 '발렌키(валенки)' - 발렌키는 양모 펠트로 만든 덧신으로 기온이 영하 30℃ 이하로 떨어져도 발을 따뜻하게 감싸준다. 하지만 방수가 되지 않고 밑창이 없기 때문에 고무 덧신 '갈로시(галоши)'와 같이 신는다. 러시아에서 한 해 생산되는 발렌키의 양은 450만 켤레에 달한다.
귀덮개 모자 '우샨카(ушанка)' - 우샨카는 귀 덮개가 달린 모자로 러시아어로 '귀'를 뜻하는 '우시(уши)'에서 모자 이름이 나왔다. 우샨카 없이는 러시아의 겨울을 상상할 수 없다. 요즘엔 인조 모피로 된 소박한 것부터 담비 모피로 만들어진 고급 제품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우샨카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