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코끼리' 150만 명 … 영하 20도에도 얼음 깨고 물놀이

2013년 초 발렌티나 클리멘코바가 여덟 살의 딸과 같이 시베리아 예니세이강에서 수영을 한 뒤 나와 다시 눈 마찰을 하고 있다. 이날 날씨는 영하 14도였다. (사진제공=로이터)

2013년 초 발렌티나 클리멘코바가 여덟 살의 딸과 같이 시베리아 예니세이강에서 수영을 한 뒤 나와 다시 눈 마찰을 하고 있다. 이날 날씨는 영하 14도였다. (사진제공=로이터)

러시아 익스트림 스포츠 '혹한 수영'

한 남자가 얼어붙은 강으로 다가가 쇠 지렛대로 얼음을 깨기 시작한다. 두꺼운 얼음에 작은 구멍이 생기자 그는 수영팬티만 남기고 점퍼와 모자, 장갑을 천천히 다 벗는다. 얼음 구멍의 물에 발가락을 대보고 심호흡을 한 다음 구멍으로 뛰어들어 거의 머리까지 물속에 잠긴다. 자살하려는 것일까? 절대 아니다. 이 사람은 그저 러시아의 '바다코끼리'일 뿐이다. 러시아에서는 겨울수영 애호가들을 이렇게 부른다. 국제 '겨울마라톤수영' 협회 자료를 보면, 러시아에 공식 등록된 겨울수영 애호가는 150만 명 이상이다.

'러시아 바다코끼리'들은 겨울이 지속되는 4~6개월간 내내 수영한다. 하지만 보통 가장 추운 1~2월을 최적으로 꼽는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날은 1월 19일이라 할 수 있다. 정교회의 예수 세례날이기 때문이다. 전설에 따르면, 예수 그리스도가 이날 세례를 받았다. 그리고 잘 알려졌듯이 세례는 물속에서 이뤄졌다. 해마다 이날 자정 무렵이면 성직자들이 강과 호수를 축성하는 순간을 기다렸다가 물속에 뛰어드는 바다코끼리가 많다. 모스크바 기온이 영하 20도 이하로 떨어졌던 지난해 겨울에도 그랬다. 모든 예상을 뒤엎고 사람들이 뛰어들었지만 심각한 사고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구급 의료대원도 항상 대기한다.

많은 '바다코끼리'가 인정하듯 이런 식의 수영이 만성피로와 우울증에서 벗어나는 굉장히 즐겁고 훌륭한 기분전환 수단이기도 하다. 그러나 단순히 만족감 때문에 물속에 뛰어들진 않는다. 이 특별한 러시아식 취미는 '인간 유기체'가 대기나 물속의 낮은 기온에 일정하게 노출되면 면역력이 좋아지고 건강 상태도 전반적으로 강화된다는 '신체단련의학 이론'에 기초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한 여성이 수영을 위해 얼음 구멍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제공=리아 노보스티)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한 여성이 수영을 위해 얼음 구멍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제공=리아 노보스티)

겨울 수영이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바다코끼리가 되기란 간단치 않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스포츠(많은 사람이 '바다코끼리 수영'을 스포츠라고 생각한다) 애호가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보기와는 달리 겨울수영 때문에 감기에 걸리고 병이 나지는 않는다. 다음과 같은 규칙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 수영 전후 반드시 가벼운 준비운동을 해야 한다. 둘째, 팔다리를 물속에 천천히 담그려 하지 말고 단번에 뛰어들어야 한다. 셋째, 수영은 1분~1분 30초 정도만 하고 머리를 물속에 담그지도 말아야 한다. 넷째, 수영 직후 건조하고 따뜻한 옷을 입어야 한다. 또한 얼음 구멍으로 가기 전에 반드시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어떤 만성 질병이 있으면 바다코끼리 수영을 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많은 베테랑 바다코끼리의 견해에 따르면, 한번 얼음 구멍에 들어가 본 사람은 반드시 다시 들어가고 싶어 한다. 최초의 두려움을 이겨내기만 하면 그 다음에는 만족이 보장된다. 거기엔 비결이 있다. 얼음 밑 수온이 약 영상 4도 수준이어서 추운 날에도 들어가면 오히려 대기 중보다 훨씬 더 따뜻하다.

신체단련 겨울수영 클럽은 현재 모스크바에만 70개 이상 있으며 가입자는 6000명이 넘는다. 성별 제한도, 나이 제한도 없다. 삶의 건강한 이미지를 추구하는 최연소자들에게 얼음 구멍에 들어가는 법을 가르쳐 주는 어린이 클럽도 몇 군데 있다. 겨울수영 애호가들의 특별 경기들도 해마다 열린다. 예를 들면, 소치에서는 연례 수영대회가 2014년 1월 열릴 계획이었으나 1월 7일부터 시행된 전례 없는 올림픽 안전조치로 인해 취소됐다. 그 대신 올림픽 개막에 앞서 2월 2일 쿠반 겨울수영연맹이 겨울수영 애호가와 선수들이 참가하는 '아쿠아 아이스 쇼' 시범경기를 연다.

겨울수영 신봉자가 날로 증가하고 있는데도 '바다코끼리 수영'이 러시아 사람들의 대중적 취미라고 말할 수는 없다. 러시아인 대다수는 여전히 이것을 익스트림 스포츠로 간주하며 이를 즐기는 사람들을 특이하다고 생각한다. 바다코끼리 수영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철저히 준비하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의 체력을 너무 과대평가한 나머지 물에 들어가다 폐렴에 걸리거나 더 나쁜 일을 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러시아인 모두가 바다코끼리 수영을 자신의 취미로 생각하진 않을지라도 이 특이한 스포츠는 여전히 얼음낚시, 스키 도보, 사우나와 함께 러시아 전통의 겨울 오락으로 간주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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