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교내 총기난사 사건… “특수경찰 총에 맞아 죽고 싶었다”

(사진제공=이타르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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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의 한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모범생이 교내에서 총기를 난사해 교사 한 명과 출동한 경찰을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3일 월요일 모스크바 제263호 학교에서 자기 아버지 소유의 총기 두 정으로 무장한 고등학생이 교내에서 총기를 난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리교사와 경찰 한 명이 그가 쏜 총을 맞고 사망했으며 다른 경관 한 명은 현재 중태다. 일설에 따르면 범인은 희생자들에게 어떤 불만도 없었으며, "죽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경찰의 총에 맞아서 죽어보고 싶었으며 특수부대가 출동하도록 총을 쏘기 시작한 것이었다고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살펴본 러시아 학교들의 교내 안전 시스템은 유사 사건을 예방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드러났다.

'유복한' 살인범

모스크바의 한 학교에서 발생한 이번 참사는 교내 안전 시스템, 학생들과 그 주변인들의 심리상태 등 몇 가지 문제를 단번에 드러냈다.

러시아연방 수사위원회는 처음에는 범행이 '신경쇠약' 상태에서 일어났다고 밝혔지만, 나중에 범행은 치밀하게 계획되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범인의 급우들은 그가 매우 성실한 학생이었으며 그냥 과목들을 공부하는 게 아니라 자리를 뜨는 법이 없이 숙제를 완전히 암기할 정도로 열심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리 과목에서 점수가 생각보다 적게 나오자 자신의 노력에 오점이 생겼다고 그는 생각했을 것이다. 총기를 난사한 후 현장에서 체포된 범인의 말은 이랬다. "나를 총으로 쏴주길 바랬어요..."

세르게이는 급우들에게도 종종 "죽음이 무서워. 그런데 죽음이 어떤 건지는 궁금해"라고 말하곤 했다. 그는 나중에 조서를 작성할 때도 이 말을 되풀이했다. 세르게이의 부모는 아들이 우울한 생각을 떨쳐버리도록 애썼다. 운동을 시키려고도 했다.

이번 사건을 저지른 학생을 두고 그가 "유복한 가정 출신이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부모가 부자라고 해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최근 나온 조사 결과를 보면, 중범죄를 저지른 미성년자 중에서 '부유한 가정' 출신 자녀와 '부유하지 않은 가정' 출신 자녀의 비율은 50 대 50이다. '사는 집' 부모들의 자녀 훈육 방법은 종종 자녀들에게 과도한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킨다. 러시아 사람들은 아직까지 정신병원 문턱을 넘는 것을 터부시한다. 그래서 부모들은 스스로 정신과 의사를 찾는 법이 없고 당연히 아이들에게 심리치료를 받게 할 생각조차 않는다. 그 결과 항시적인 압박감에 시달리는 아이들은 어느 순간 신경발작에 직면하게 된다.

"우리 사회를 전체적으로 조망해보면 폭력성이 예전보다 증가한 것이 사실이다. 폭력과 잔혹장면들이 가득한 온갖 다양한 컴퓨터 게임들이 이러한 폭력성을 조장하고 있다." 발레리 랴잔스키 러시아 연방회의(상원) 사회정책위원회 위원장의 말이다. 키릴 카바노프 반부패국가위원회 위원장은 심지어 그와 유사한 오락들을 금지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미성년자·가정 상담 전문가인 심리학자 알렉산드르 샤두라의 견해는 조금 다르다. "이번 사건은 개별 사례로 그 전형성-비전형성을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오늘날 정보의 확산은 전세계적이다. 범인이 알고 있던 미국 내 유사 사건들, 그리고 컴퓨터 게임의 폭력 장면이 이번 행동을 부추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원인이 아니라 장기간 계속된 과정의 결과다. 부모가 학생에게 미치는 심리적 압박감, 관심 부족, 호르몬 장애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런 사건의 원인은 하나일 수가 없다. 이런 사건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할 수도 없다."

학교 안전

사건 현장을 방문한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모스크바 시내 모든 학교에서 안전을 점검하고 추가적인 안전 강화 조치를 마련하도록 지시했다. "시가 지원하는 CCTV 및 경비 시스템이 운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조치로는 충분하지 않은 듯 하다." 소뱌닌 시장이 제263호 학교에서 내부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덧붙이며 이같이 말했다.

모스크바 시 당국은 모스크바 시내 아파트 폭발 사건이 발생한 1999년 이미 철저한 학생 안전 대책 마련에 나섰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모스크바 시내의 모든 초중고등학교는 사설 경비업체들과 독자적으로 계약을 체결할 수 있게 되었고, 경비 비용은 학부모들이 부담했다. 하지만 2004년 북오세티야 공화국 베슬란 시의 한 학교에서 인질극이 벌어진 뒤로 모스크바 시 교육부는 학내에 비상버튼과 비디오카메라를 설치했고, 학교 부지를 금속 울타리로 에워쌌다. 몇몇 학교들에서는 입구에 회전식 출입구가 등장했다. 현재 학교 경비 비용은 모스크바 시가 부담하고 있다.

라파일 루디츠키 모스크바 '민간무기연합회' 회장은 학교 경비원들은 근무에 필요한 특수훈련이 되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사건 당일인 3일 월요일에는 학교 입구에 금속 탐지기를 설치하자는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

안드레이 데미도프 '교사' 노동조합 위원장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아이들은 마음만 먹으면 학교 밖에서도 총을 쏠 것이다. 아이들에게 예방교육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신과의사 올가 부하놉스카야는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만간 이런 예방교육이 시행되지 않는다면 모스크바 총기난사범의 '추종자'들이 생겨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일간 코메르산트모스콥스키예 콤스몰레츠, Gazeta.ru의 기사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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