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징병제도의 특징

(사진제공=PhotoX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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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일 러시아에서 만 18~27세 남성을 대상으로 한 가을 징병 소집이 시작됐다. 러시아에서 병역의 의무는 강제적 성격을 띠고 있고 러시아인 80% 이상이 남자는 군복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청년 세대의 말을 들어보면, 그들은 병영에서 일 년을 보내기 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조국에 대한 빚’을 갚고 싶어 한다.

러시아에서 가을 징병 소집이 시작됐다. 러시아군의 징병 소집 기간은 정해져 있다. 10월 1일 모집이 시작되고 12월 31일에 끝난다. 교사 및 다자녀 가정의 아버지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징집 대상에서 제외되며, 농업에 종사하는 농촌 주민의 경우 가을 징병은 좀더 늦은 10월 15일에 시작해 12월 31일에 끝난다.

러시아 병무청은 위에서 언급한 징집 기간에만 신체검사 등 징집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병무청이 이를 지키지 않은 경우 위법으로 간주되어 민원의 대상이 될 수 있고 피해 시민은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징집병 감축

러시아 국방부는 올 가을 청년 15만 명을 현역으로 징집할 계획이다. 국방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올해가 이 정도 대규모 징집이 이루어지는 마지막 해라고 한다. 이는 러시아 국방부가 징집병 규모 감축 및 점진적인 모병제로의 전환 계획 제2단계에 착수한 것과 관련이 있다.

예상 감축인원은 수만 명 단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결정은 무엇보다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 내건 새로운 노선에 따라 내려진 것이다. 징집 인원 '계획 완수'과 병역기피자 '색출'이라는 일반적인 구조에서 탈피해 모병 규모를 확대하고 규모는 축소하되 전문적이며 기동성 있는 군대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인 것이다.

금년 징집대상자의 복무 기간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1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복무 기간을 또 늘린다고 해서 우수한 군인력 확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쇼이구 장관의 견해다. 현대 무기의 복잡성이 점차 가중됨에 따라 복무 기간 1년 반, 2년, 심지어 3년으로도 그 사용법을 완전히 숙지하기에는 너무 짧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복무 기피 사유

지인들과 익숙한 환경에서 떨어지고 싶지 않다는 바람은 징집 연령대 청년들이 복무를 기피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다.

"군복무가 러시아 청년의 의무이긴 하지만, 이는 시련과 무의미한 시간낭비 속에서 보내는 1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군발이'에서 '민간인'으로 복귀한 동창들을 보면 일을 할 의욕도 없고 주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모스크바물리공과대학교(МФТИ)를 졸업하고 러시아과학아카데미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데츠키미르(Детский мир)'사 애널리스트 안드레이 사포노프가 RBTH에 이같이 말했다.

'전러시아여론조사센터(프치옴)'가 금년 2월 러시아 42개 지방에서 러시아 사회의 군복무에 대한 인식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러시아인 80%가 남자는 군복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42%는 군복무가 명예로운 일이라고 확신한다. 군복무를 '피해야 할 쓸모 없는 일'이라고 하는 응답자의 수는 2000년도의 25%에 비해 16%로 현저히 감소했다.

사포노프는 러시아에 '군대를 안 간 남자는 남자도 아니다'라는 말이 있지만 그것은 전쟁이 나면 조국을 지킬 의무를 친구와 동료에게 떠넘긴 채 자신은 책상 밑으로 숨어버리는 사람들에게나 적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일을 하고 세금을 내고 학문을 연구하며 아들을 키우고 있는 사람에게 군대에서 1년을 보내지 않았다고 남자네 아니네 하는 것은 내 생각에 말이 안 된다. 5년 동안 대학에서 배운 지식을 까먹는 데 인생의 1년을 써버렸다고 갑자기 진짜 사나이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사포노프는 건강 상의 이유로 군복무에서 면제됐다. 그러나 면제를 받기 위해 신체검사 때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해 약간의 과장을 해야 했다. "뇌물이나 '빽' 없이 모든 게 해결됐다. 실제로 나는 군복무에 적합하지 않은 질병을 갖고 있다. 그저 병의 정도를 조금 과장했을 뿐이다."

러시아인이 군대에 가고 싶어하는 이유

러시아과학아카데미 미국캐나다연구소의 영어강사인 다닐 루츠코이의 의견에 따르면, 러시아 청년들은 군대에 다녀오면 강인한 성격을 가질 수 있고 자아를 확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대학원에서 학업을 계속하고, 군인증을 돈으로 사거나 숨어버리는 대신 군대에 가기로 결정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내 대학원 공부는 사회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없었고 자아를 확립해야 했기 때문이다. 괜찮은 학생이었기 때문에 학업을 계속하라는 채근을 선생님들로부터 많이 받았지만, 나는 오히려 변화가 필요하며 군대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루츠코이가 RBTH에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군대에 간 것은 극히 개인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군대에 다녀오라고 채근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오히려 반대로 모스크바에 남아있으라고들 했다. "나는 내게 이것이 필요하다고 결정했다. 처음에는 크라스노다르에서, 그 다음에는 모스크바 근교에서 복무했다. 통신병이었다. 크게 보면 나는 변하지 않았고 세웠던 목표들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하루 24시간 내내 스스로 과제를 수행해야 했고, 열 명의 대원을 지휘하는 경험을 얻었고, 또한 AK-74M을 쏘아보기도 했다." 루츠코이의 말이다.

군대폭력(дедовщина)은 다행히도 겪지 않았다. 우리 부대에는 모두 대학을 나온 사람들뿐이었고 행여 그렇지 않은 경우는 '빽'을 써서 들어온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선임의 괴롭힘이라고 해봤자 주말에 자기가 맡은 병영 청소를 후임에게 시키는 것 외에는 없었다. 이는 크라스노다르나 모스크바근교에서나 마찬가지였다.

"군대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소년을 남자로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군대는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성숙해질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뿐이다. 직장에서도 똑같은 정도로 성숙해질 수 있다. 나는 군대를 다녀오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보다 더 어른스러운 사람들을 많이 알고 있다." 루츠코이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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