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PhotoXPress)
지난 20년간 러시아의 자살률이 거의 2두 배 줄어들었다. 러시아 통계청(Росстат) 자료에 따르면 1993년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람은 56,136명이었지만, 2013년에는 28,779명이었다. "자살률은 한 사회의 사회적 불행을 가리키는 객관적 지표"라고 보리스 폴로지 국립사회정신·법의학연구센터 환경·사회문제 소장이 확신 있게 말했다.
"1900년대 전반기는 러시아에서 급진적인 사회·정치 개혁이 일어난 시기였는데, 이때 자살율이 1.5배 증가했다. 자살율은 1994~95년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러시아에서 계속된 복잡한 사회적 상황이 자살율 급증의 원인이었다." 폴로지 소장의 말이다.
이후 자살율이 최고치를 기록한 해는 1999년이었다. 1998년 경제 위기는 러시아 역사상 가장 힘든 위기 가운데 하나였다. 1998년 8월 17일 러시아에서 사실상의 국가부도가 선언됐고, 동시에 러시아 정부는 달러 대 루블 환율을 인위적으로 계속 유지하는 것을 포기했다. 이처럼 러시아에서 일어난 복잡한 상황으로 말미암아 57,276명이라는 끔찍한 수치의 자살자가 나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수치가 실제보다 더 적게 나온 것이라며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공식 사망 진단서에 자살이 사고로 기록되는 일이 자주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에서는 일반적으로 실제 사망 원인에 대해 말하기를 꺼려한다. "올 봄 아버지의 가까운 친구분이 돌아가셨을 때 심지어 나와 형에게까지도 친구분이 심장 마비로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그 친구분이 65세여서 그 말을 쉽게 믿었다." 모스크바에 거주하는 타티야나 바실리예바가 이같이 말했다. "나중에 몇 마디 대화 속에서 나는 그 친구분이 재정 문제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을 알게 됐지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지금까지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다. 그 친구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을 그의 가족이 모든 사람에게 숨기려 했기 때문이다." 바실리예바의 말이다.
이는 통계에서 그대로 확인된다. 전통적으로 자살은 남성이 4배 더 많고, 자살 기도는 여성이 4배 더 많다.
해마다 자살은 타살을 두 배 앞지르며 러시아인의 10대 주요 사망 원인에 포함된다. 러시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3년 타살로 사망한 사람은 14,427명이었고 자살로 사망한 사람은 28,779명이었다. 자살 위험 그룹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은 예술인들과 이제 막 연금생활에 들어간 노년층, 배우자와 사별했거나 자녀들과 헤어진 노년층, 청소년들이다. 하지만 바로 청소년층의 자살률은 사회적 상황에 좌우되지 않는다. "따라서 러시아 전체적으로 자살률이 줄어들고 있음에도 청소년 사이에서는 자살률이 높은 수준이며 긍정적 변화도 아직 관찰되지 않고 있다." 보리스 폴로지 소장의 말이다.
15~19세의 청소년 자살률에서 러시아는 유럽 1위에 올라 있다. 2011년 평균 자살 수치는 청소년 10만 명당 16건으로, 이는 세계 평균보다 두 배 더 많다. "청소년들은 상처 받기 쉬고 정신도 허약하기 때문에 어떤 지적이나 조롱에도 깊은 상처를 입을 수 있다." 학교 심리학자인 예카테리나 제르데바가 이같이 논평했다. "청소년들은 경험 부족으로 인해 이사, 부모의 이혼, 친구들과의 말다툼, 학내 갈등 등 어떤 변화에도 매우 심각하게 반응한다. 이 밖에 청소년들은 자신의 외모에 대해서도 민감하다." 제르데바의 말이다.
심리학자들은 러시아 청소년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자살의 주요 원인을 부모와의 갈등과 짝사랑 두 가지를 꼽는다. 두 가지 원인 모두 연령적 특징을 띠고 있다. "10%만이 실제로 자살하고자 할 뿐 나머지 90%는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예카테리나 제르데바가 계속해서 이같이 말했다.
"청소년은 자기가 죽으면 모든 사람이 그의 장례식에 모여 울며 슬퍼하고 그가 얼마나 좋은 사람이었는지, 또 그들이 자신을 얼마나 과소평가했는지 깨닫는 순간 그가 영화처럼 되살아나고 삶이 갑자기 아름답고 경이롭게 될 것처럼 생각한다. 유감스럽게도 청소년들은 죽음이 무엇인지 인식하지 못한다." 제르데바의 지적이다.
전통적으로 자살은 봄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하지만 이는 세계적인 추세다. 러시아 국내의 자살 분포도는 고르지 않다. 예를 들어 2013년 자료를 보면 러시아에서 가장 '불행한' 지역은 알타이와 부랴티야, 투바 공화국으로, 이들 지역의 자살 건수는 10만 명당 58~67건이었다. "러시아에는 역사적으로 자살을 그다지 터부시하지 않는 민족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핀·위구르계와 몽골계 민족이 특히 그렇다. 이들 민족의 자살률은 러시아인들보다 2~2.5% 더 높다." 보리스 폴로지 소장의 말이다.
러시아는 자살을 주제로 한 인터넷 사이트들을 차단하고 전화상담 센터들을 개설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우울한 통계에 맞서 투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심리학자들은 올바른 교육이야말로 자살을 방지하는 기본 대책이라고 확신한다. 사랑과 관심만이 자신감을 길러주고 모든 사회적, 일상적 스트레스에 강인한 성격을 심어주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