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호적등록소의 각 부서에는 몇십 곡이 넘는 연주곡 목록이 있다. 모스크바 제5 혼례전당(Дворец бракосочетания, 예식장)의 연주곡 목록의 경우 70곡 이상이다. 삼중주단에서 활동 중인 아리나 스테파노바의 말에 따르면, 목록에는 모든 취향의 모든 연령대를 커버할 수 있는 곡들이 준비돼 있으며 대부분 서정적인 곡들이지만 댄스곡을 선호하는 커플을 위해서는 연주자들이 식에 맞게 느린 편곡을 해주기도 한다. 그녀는 그래도 “신혼부부들은 거의 있는 곡 중에 선택한다”고 했다. 혼례전당에서 오랜 기간 연주해온 아리나가 신혼부부가 가장 자주 찾는 곡들을 카테고리별로 나눠 소개했다.
식에서 가장 자주 쓰이는 음악은 클래식이다. 차이콥스키의 발레 모음곡 ‘잠자는 숲 속의 공주(Спящая красавица)’ 중 왈츠가 인기 있다.
비발디의 ‘사계(Времена года)’ 중에서는 혼인 등록 시기에 따라 선호하는 곡이 달라진다. 지금은 주로 ‘사계’ 중 ‘가을’이 자주 연주된다.
그리고 모차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뮤직(Маленькая ночная серенада)’이 있다.
수년간 변함없이 혼인 등록 시 최고의 인기곡 중 하나는 영화 ‘나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짐승(Мой ласковый и нежный зверь, A Hunting Accident)’에 삽입된 예브게니 도가의 왈츠곡이었다.
“그런데 몇 년 전 저작권자 중 한 명이 곡에 대한 저작권을 주장하는 바람에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이 왈츠곡을 작스 혼례진행곡에서 삭제할 수밖에 없었어요.” 아리나 스테파노바가 말했다. 가장 많이 요청하는 또 다른 곡은 아람 하차투리안의 발레 모음곡 '가면무도회(Маскарад)' 중 왈츠로, 같은 제목의 영화에도 사용된 적이 있다.
영화 ‘선 밸리 세레나데’에서 해리 워렌이 부른 ‘차타누가 폭소 열차’는 결혼식에서 거의 빠지지 않는다.
더 최신 영화음악 중 모스크바 혼인등록소에서 제일 많이 쓰이는 음악은 로이 오비슨의 ‘귀여운 여인’이다.
소비에트 악극의 음악 중에선 스타스 나민의 ‘당신의 행복을 기원합니다(Мы желаем счастья вам)’가 선두를 차지한다. 80년대 쓰여진 곡인데 그룹 ‘사모츠베티(Самоцветы)’의 연주로 엄청나게 인기를 끌게 됐다. 결혼식 진행 직원들의 말에 따르면, 혼인등록소의 식 중에 연주되지 않으면 하객들이 레스토랑에서라도 나중에 반드시 부르는 곡이다.
작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곡 중 하나가 겐나디 글랏코비가 만화영화 ‘브레멘 음악대(Бременские музыканты)’를 위해 작곡한 ‘황금빛 햇살(Луч солнца золотого)’이다. 이 어린이 만화영화의 삽입곡은 예기치 않게 만화영화 밖에서도 쓰이게 됐다.
아르메니아 작곡가 아르노 바바자냔이 1960년대 예레반에서 열린 미인대회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곡 ‘미의 여왕(Королева красоты)’도 인기다. 첫 소절만 들어도 사람들이 아는 이 곡은 21세기에도 혼인등록소에서 독보적인 인기곡이 됐다.
“클래식을 안 좋아하고 뭔가 특별한 것을 선호하는 사람을 위해 연주곡 목록에 언제나 비틀즈 곡이 준비돼 있습니다.” 아리나 스테파노바가 말했다. “자주 요청받는 곡은 ‘All you need is love’에요. 특히 바이커들이 좋아합니다.”
비틀즈와 더불어 제프 버클리의 ‘할렐루야’도 목록에 있다.
모스크바 호적등록소가 신혼부부들에게 제안하는 다양한 레파토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장 많이 찾는 결혼식 진행곡은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 중 결혼행진곡이다.
혼인 등록을 하는 사이 연주자들은 4~5곡을 연주한다. 신혼부부가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고루 곡을 고르면 연주자들이 이 곡들을 하나로 엮어 연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