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 발표된 러시아정부 산하 재정대학교(Финансовый университет) 사회학부(Департамент социологии)의 연구서에 따르면, 지난 2년 사이 러시아 중산층 수가 대폭 줄었다. 2013년의 경우 응답자 18%가 차량을 구입하고 의료·교육 유상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가족과 함께 해외여행을 할 여력이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2015년 1~7월 사회학 설문조사 자료를 보면 이 수치는 지난 2년간 5% 감소해 현재 13%를 기록하고 있다.
연구서 저자인 알렉세이 주베츠 사회학부장은 이 자료를 보면 러시아 중산층이 감소했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주베츠 교수는 Russia포커스와의 인터뷰에서 “누군가를 중산층으로 분류할 때는 그가 자신의 생활을 윤택하게 해주는 자가용 자동차와 고급 가전제품, 자녀들을 사립학교에 보낼 수 있고 가족과 함께 해외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기회 등 특정 상품과 서비스 품목을 이용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 훨씬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여론조사기관 ‘레바다센터’의 전문가 마리나 크라실니코바도 주베츠 교수의 결론에 동의했다. 크라실니코바는 “소득 수준이 높은 사람들의 수가 지난 2년간 줄어들었다”고 Russia포커스에 전했다. ‘레바다센터’의 통계 자료도 재정대학교 자료와 일치한다. 크라실니코바의 말에 따르면, 2013년에는 응답자 30~33%가 자신들의 소득 수준이 높은 편에 속한다고 밝혔지만, 현재 이러한 수치는 5% 감소해 최대 26%를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득 수준이 높은 러시아인 수가 감소한 원인이 러시아 경제 상황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알렉세이 주베츠 교수의 말에 따르면, “경제 상황 악화로 국민의 지불능력이 하락하고 있고 따라서 국민의 은행 대출 능력도 감소하고 있다. 예를 들면 자동차를 구입하고 다른 고가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사람들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향후 상황이 어떻게 변할 지 전망에 대한 평가에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주베츠 교수는 “상황이 더 악화할 가능성은 그리 많지 않다. 경제 위기의 최저점을 통과했기 때문에 중산층도 차츰 회복되기 시작할 것이다”고 확신했다. 이와는 반대로 크라실니코바는 “앞으로 상황이 호전될 만한 근거가 보이지 않는다”며 현 상황에서 경기가 회복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했다.
이와 동시에 크라실니코바는 소득 수준이 높은 러시아인들에 대해 ‘중산층(средний клас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서구사회에서는 중산층을 정의할 때 일정 소득수준만 아니라 교육수준과 전문능력도 고려한다. 반면 러시아에서는 소득수준이 교육수준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가 자주 있다. 게다가 소득수준이 높은 러시아 국민은 관료계층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이들은 정부에 종속돼 있다. 따라서 고전적 의미의 중산층은 아니다.”
알렉산드르 체푸렌코 고등경제대학 사회학부장은 러시아 사회학계에 중산층 개념이 정립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순수하게 ‘경제적인’ 접근법을 사용하여 일정한 소득수준에 있는 사람들을 중산층으로 분류하고, 다른 일각에서는 세 가지 기준(소득 수준, 교육 수준, 자아상(自我像))을 사용한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동심원 구조를 이용한다(중산층의 모든 분류 기준에 부합하는 사람들은 중앙에, 중산층의 몇몇 특징을 보이는 사람들은 그 다음에, 몇몇 특징 가운데서 하나라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그 다음에 위치한다). 따라서 중산층 비율도 최저 6~8% 최대 35~40% 사이를 오르내린다(하지만 이러한 평가도 현재의 경제 침체가 시작되기 이전 기간에 해당한다).” 체푸렌코 교수의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