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 바실리예바 러시아 교육과학부 장관은 ‘젊은 엄마’가 된 여대생들에게 유상교육 대신 무상교육을 제공하자고 제안했다. 현재 이 제안은 공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데, 채택된다면 이 여대생들은 올해부터 무상교육을 받을 수 있다.
이 발의안은 러시아에서 2015년부터 꾸준하게 감소하고 있는 출산율 촉진을 위해 정부가 기대고 있는 대책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이러한 상황은 출산율이 급락했던 1990년대 세대가 가임기에 들어갔지만 이들 세대의 출산율이 전 세대보다 낮아지고 있는 데서 주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지방에서 사망률은 예년 수준에 머물러 있거나 오히려 높아가고 있다.
젊은 부모들을 위한 ‘베이비 보너스’라는 새로운 출산 촉진책의 등장은 부정적인 인구 추세를 중단시키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현재까지 러시아에서 출산 촉진책은 인적 자원, 자유 시간, 유연한 근무나 젠더 역할과 관련된 적이 거의 없었다. 이 정책은 무엇보다도 장려금과 관련돼 있었다고 세르게이 자하로프 고등경제대학 인구연구센터 소장은 지적한다.
가장 중요한 정부 장려금 지원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는 둘째를 낳는 엄마들에게 제공되는 출산수당이다. 2007년에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전국에서 시행되고 있다. 금액도 상당하다. 이 돈은 연간 물가상승률 반영 덕분에 지난 10년간 506만 8000원에서 918만 3000으로 늘었다.
그러나 출산수당은 출산 후 3년 이후에나 받을 수 있고 특정 목적에만 쓰일 수 있다. 기본적으로는 아이한테 쓰지만 이 돈으로 주택담보 대출금을 갚을 수도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출산수당 전액으로 주택 가격의 최대 70%를 지불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돈은 생활여건 개선에 쓰인다.
문제는 출산수당처럼 상당한 규모의 ‘투입금’이 출산율 증대에 얼마나 효과적이냐는 것이다. 고등경제대학 전문가들은 관련 자료를 분석해 출산수당 시행 기간에 여성 한 사람당 자녀 수가 겨우 0.15%밖에 늘지 않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자하로프 소장은 Russia 포커스와의 인터뷰에서 “2007-2015년에 우리는 출산 장려금으로 약간은 관심을 과열시켰다. 그러나 이런 촉진책은 잘 해봐야 단기적인 효과만 낼 뿐”이라고 말했다. 몇몇 경우에 그러한 혜택은 출산 달력에만 영향을 미쳤을 뿐이었다. 다시 말해 어떤 사람들은 계획보다 더 빨리 아이를 갖고 싶어 했고, 다른 사람들은 첫째 아이를 낳고 나서 곧바로 둘째를 갖기로 했다. 결국 출산 장려금은 러시아인들이 최적으로 생각하는 가족 규모에 미미한 영향을 미쳤다(최근 자료에 따르면 여성 1인당 자녀 평균 수는 1.6명이다).
인구학자들은 다른 요인들이 출산율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꼽는다. 러시아는 1년 6개월까지 쉬게 해주는 세계 최장 유급 출산 휴가 가운데 하나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고용자에게나 여성에게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여성은 1년 6개월간 쉬고 나서 아이를 돌봐 줄 사람이 없을 경우 또다시 1년 6개월간 집에 머물며 아이를 돌봐야 한다. 하지만 이때는 돈을 받지 못한다. 구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에선 탁아소 시스템이 거의 문을 닫았다가 이제야 겨우 복원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에서는 여성이 직장에 다니며 아이를 키우기가 쉽지 않다. 유럽국가에서와 같은 ‘젊은 엄마들’을 위한 단축 근무 개념은 러시아에 사실상 없다.
아빠들은 보육을 위한 강제적 휴가도 자발적 휴가도 받지 못한다. 아빠들을 위한 출산 촉진 정책은 특별히 없다. 아빠들은 육아와 교육 시스템에서 거의 배제되어 있다. 예를 들면 여성 출산 장려금 같은 프로그램이 혼자 아이를 키우는 아빠들을 위해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대학생 아빠는 교육부의 신규 프로젝트 혜택을 받지 못한다. 그러자니 공부를 중단하고 돈을 벌거나 해야한다. 다자녀 가정을 위한 무료 대중교통 이용 혜택도 부모 중 한 명에게만 돌아간다.
자하로프 소장은 “러시아 가정과 사회에서는 남자가 여전히 가장 역할을 맡고 있다. 남자의 임무는 돈을 벌어다 주는 것이다”이라며 “여자는 엄마와 주부 역할에 국한돼 있다. 국가는 이러한 상황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현재 국가정책의 중심축은 가정의 전통적 가치들을 기반으로 한 보수주의에 서 있다. 이는 남자와 여자, 아버지와 자녀 사이의 관계가 바뀐 상황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