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 폭탄테러 러 국내외 반응… “어려울 때일수록 뭉쳐야”

2017년 4월 3일. 한 여성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스파스카야’ 지하철역에 설치된 지하철 테러 희생자 추모공간에 촛불을 밝히고 있다.

2017년 4월 3일. 한 여성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스파스카야’ 지하철역에 설치된 지하철 테러 희생자 추모공간에 촛불을 밝히고 있다.

로이터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발생한 지하철 폭발사고가 테러로 공식 확인됐다. 러시아 국내외 정치, 사회인사들은 희생자들에게 애도를 표하는 동시에 테러리즘에 대한 공동 대응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페테르부르크시는 추도일을 선포했다.

지난 3일 러시아 제2의 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에서 동시다발 폭발 사고가 있었다. 공식 확인된 사망자는 10명이다.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는 이번 사고를 테러로 규정했다. “아직 모든 가설을 점검 중”이라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말에도 불구하고 사고 직후부터 테러설이 가장 유력한 가설로 대두됐다.

테러 발생 후 몇 시간만에 언론에서는 객차 안에 폭탄이 담긴 배낭을 놓아둔 것으로 추정되는 어두운 복장의 턱수염을 기른 남자의 사진이 공개됐다. 러시아 REN-TV 보도에 따르면, 용의자는 지하철역을 빠져나간 이후부터 행방이 묘연해졌다. 경찰은 용의자 관련 정보 제보를 받고 있다.

분노 그리고 애도

2017년 4월 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테러가 발생한 ‘테흐놀로기체스키 인스티투트’역을 방문해 헌화하고 있다. 출처: Kremlin.ru2017년 4월 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테러가 발생한 ‘테흐놀로기체스키 인스티투트’역을 방문해 헌화하고 있다. 출처: Kremlin.ru

람잔 카디로프 체첸 대통령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테러를 포함한 모든 가설을 점검 중”이라는 푸틴 대통령의 발언과 사진을 올린 후 “이 끔찍한 테러의 주모자와 배후를 밝혀내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썼다. 카디로프 대통령은 이번 테러를 기획한 이들을 ‘범죄자’로 지칭하면서 그들은 교수형 정도로 교화시킬 수 없기 때문에 “엄단에서 그치지 않고 냉혹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른 러시아 정치인들은 신중한 태도를 취하면서 폭탄 테러의 희생자 유가족에 대한 애도의 뜻을 표하는 정도로 반응하고 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 모두의 아픔”이라고 썼다. 게오르기 폴탑첸코 상트페테르부르크 주지사는 이번 사건을 “무시무시한 비극”이라고 지칭하면서 페테르부르크 시민에게 경각심을 갖고 신중하게 대응할 것을 부탁했다.

러시아 연방관광청은 페테르부르크를 방문중인 여행객들에게도 평온을 유지할 것을 호소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정보로는 희생자 중에 관광객은 없었다.

애도의 목소리들

2017년 4월 3일. 페테르부르크 지하철 폭탄테러의 희생자를 애도하기 위해 크렘린 벽 추모식에 참석한 모스크바 시민들. 출처: 로이터2017년 4월 3일. 페테르부르크 지하철 폭탄테러의 희생자를 애도하기 위해 크렘린 벽 추모식에 참석한 모스크바 시민들. 출처: 로이터

세계 대도시에서 테러 추정 사고가 발생하면 국제 사회의 반응은 거의 대동소이하다. 이번 테러와 관련해서도 각국 정부 인사, 정치인들은 희생자들에 애도를 표하면서 러시아와의 연대의식을 표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자신의 트위터에 “상트페테르부르크 폭발 뉴스에 경악했다. 희생자와 유가족에 애도를 표한다”고 썼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폭탄 테러를 비난하면서 책임자들은 자신의 끔찍한 행동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 유명인사들 중에는 러시아어로 사건에 대한 견해를 밝힌 경우도 있었다. 주러 미국 대사관과 애플의 팀 쿡 CEO가 그랬다. 팀 쿡 CEO는 자신의 트위터에 러시아 국기 이모티콘과 함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발생한 비극적 사고로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썼다.

교통대란

이처럼 페테르부르크 시민들에 대한 애도의 말들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다른 한편에선 폭발로 야기된 결과를 수습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 페테르부르크 지하철 전 구간이 폐쇄된 상황이기 때문에 시내는 최악의 교통대란을 겪고 있다. 시당국은 지상 대중교통을 모두 무료로 개방했고 택시 기사들도 퇴근길 시내 중심가에서 탑승한 승객에게는 요금을 받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통대란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집으로’라는 해시태그를 부착하고 카풀을 제공하는 자차 운전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인터넷에도 퇴근길 카풀이 가능한 시간과 행선지 정보를 제공하는 게시판이 생겨났다. 게시판을 방문한 누군가는 “어려울 때일수록 뭉쳐야 한다”고 썼다.

도시들간의 연대감

2017년 4월 3일. 한 남자가 모스크바 크렘린 벽 앞의 무명용사의 묘를 방문해 페테르부르크 지하철 테러의 희생자를 기리며 헌화하고 있다. 출처: 로이터2017년 4월 3일. 한 남자가 모스크바 크렘린 벽 앞의 무명용사의 묘를 방문해 페테르부르크 지하철 테러의 희생자를 기리며 헌화하고 있다. 출처: 로이터

상트페테르부르크시는 3일간의 공식 추도일을 선포했다. 시민들은 애도의 뜻을 표하기 위해 테러가 발생한 ‘테흐놀로기체스키 인스티투트’역에 줄을 이어 꽃을 가져다 놓고 있다. 모스크바에서는 크렘린 벽 무명용사의 묘에 설치된 대조국전쟁 참전도시 기념비 중 ‘영웅도시 레닌그라드’ 기념비 앞에 헌화의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그중 한 명은 타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2차대전 중 872일 동안 독일군의 봉쇄를 견뎌낸 영웅도시 레닌그라드 기념비는 희생자들에 대한 연대의식을 표시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모스크바 축구클럽 ‘스타르타크’ 팬들도 평소에는 ‘앙숙’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대한 연대감을 표했다. ‘오렌부르크’팀과의 경기에서 스파르타크 팬들은 관객석에서 ‘크나큰 아픔에 가슴이 찢어진다. 피테르(페테르부르크의 애칭 - Russia포커스 주), 애도를 표한다’고 쓰인 대형 현수막을 펼치기도 했다.

>>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에서 테러 추정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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