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매에서 틴더까지: 러시아에서 동반자 찾기 변천사

'국제 키스 데이'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커플.

'국제 키스 데이'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커플.

막심 슬루치키/ 타스
총각과 아가씨를 친지들이 맺어주던 시절이 있었고, 신문 광고 내기가 유행하던 시절도 있었다. 오늘날의 러시아 사람들은 자기의 반쪽을 어떻게 찾을까?

오늘날 러시아에서 짝을 찾는 길은 여러가지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방법부터 가장 현대적인 방법에 이르기까지 여러 수단이 있다. 예를 들어, 러시아 북캅카스에서는 중매와 신랑, 신부 부모들의 합의로 결혼을 이끌어 내는 풍습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의 대도시에서는 모바일 소셜데이팅 앱이나 미니데이트 파티로 짝을 찾는 방법이 인기다.

중세부터 소련 시절에 이르기까지의 사랑

10, 11세기부터 19세기 중반까지 삶의 동반자를 찾는 가장 흔한 방법은 러시아에서도 중매였다. 13세기 말에서 18세기 초까지 사돈들은 신부의 지참물 목록에 따라 협상을 확정했다. (혼인 계약). 1702년 표트르 대제는 이런 방식의 계약을 폐지했다. 황제의 명령으로 신랑, 신부는 더 독립적이 될 수 있었다. 예비부부는 부모들의 합의 6주 안에는 반드시 서로 만나야 했고, 혼인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도 주어졌다. 이를테면, 신부가 '못생기고, 침울하고, 허약하다'는 이유를 들어서 파혼할 수 있었다. 1724년 1월 16일엔 강제결혼이 금지됐다.

19세기 들어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신분 간의 경계가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고 사랑을 찾는 여러 방법이 중매가 차지하던 자리를 대신했다. 20세기 초반에는 많은 사람이 인생의 동반자를 찾는 광고를 신문에 냈다. 1905년부터는 결혼에 특화된 간행물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1907년 7월 28일(구력 15일) 자 '결혼 신문'에는 보리소프라는 성을 가진 신사가 낸 다음과 같은 혼인 광고가 실렸다. “민주주의자. 혼자서 악과 불의에 맞서 싸우기에 지쳤음. 나와 같은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동지가 될 여성 구함......”

1848년. 파벨 페도로프, 소령의 구혼. 사진제공: 발라바노프/ 리아노보스티1848년. 파벨 페도로프, 소령의 구혼. 사진제공: 발라바노프/ 리아노보스티

소련 시절에는 젊은이들이 대부분 친구 소개를 통하거나 무도회장에서 짝을 만났다. 로맨틱한 영화의 스토리가 거뜬히 될 만한 이야기도 물론 있었다. 올가 비코바가 들려주는 할아버지 이반이 할머니 리야를 어떻게 만났는지에 관한 이야기가 그렇다. 이반은 지인의 앨범에서 리야의 사진을 본 순간 사랑에 빠지고 만다. 사진 뒷면에서 리야의 주소를 발견한 이반은 그 주소로 편지를 계속 보낸다. 그러다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오스트리아에서 군복무를 하던 중 벨리키 유스튜크(모스크바에서 북동쪽으로 470마일 떨어진 곳)로 리야를 만나러 간다.(2차대전 직후 잠시 소련군이 오스트리아에 주둔했다)

마침내 상봉한 그들은 그 후 2년 동안 편지를 계속 주고받는다. 그러다가 이반이 소련으로 근무지를 옮기자 마자 사랑하는 리야와 결혼하기 위해 달려간다. “할머니는 당시 약혼자나 다름 없던 남자가 있었는데 그 사람을 떠나 할아버지와 리보프(우크라이나 서부)로 향했다. 할머니는 이 일을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다”고 올가가 말한다.

오늘날의 사랑: 미니데이트 파티

러시아의 여러 지역에(예컨대 북 캅카스) 아직도 중매나 칼림 (몸 값을 치르고 신부를 사는 것) 같은 옛 풍습이 남아있긴 하지만, 대도시에서는 눈에 띄게 신속한 방법으로 자신의 반쪽을 찾는다. 젊은 남녀들의 만남을 위한 미니데이트 파티가 성행하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이 파티를 찾는다. 요리사나 대학생부터 CFO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하다. 이런 파티에서는 여러 사람을 만나고 그 가운데 마음에 드는 사람을 선택할 기회가 있어서 모여든다”고 '퀵데이트 1+1'을 기획하는 옐리자베타 타라소바 씨가 말한다.

사랑을 찾아주는 모바일 앱

레닌그라드 시, '엘레크트로시라'  지하철역에서 일하는 빅토르 페트로프와 그의 여인. 사진제공: B.Manushin/ 리아노보스티레닌그라드 시, '엘레크트로시라' 지하철역에서 일하는 빅토르 페트로프와 그의 여인. 사진제공: B.Manushin/ 리아노보스티

미니데이트 파티에 견줄 만한 경쟁 수단이 모바일 소셜데이팅 앱이다. 러시아에서 가장 널리 사용하는 소셜데이팅 앱은 바두(Badoo)와 틴더(Tinder)다. 예카테린부르크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880마일 떨어진 곳)에 사는 율리야 이바노바 씨는 평소에 말 한마디 붙이기가 어려웠던 매력적인 직장 동료가 틴더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바로 이 앱을 깔았다. “내가 틴더를 사용하게 된 이유는 오로지 한 사람을 찾기 위해서였다. 나는 매력적인 젊은 남성들에게 다 퇴짜를 놓아 왔다. 진정으로 필요한 오직 한 사람을 나는 찾아야 했다”고 율리야는 말한다. 두 세 주가 지나고 율리야는 드디어 앱에서 낯 익은 얼굴을 발견했고 이 젊은 남성은 화답했다. 율리야는 “곧바로 틴더를 핸드폰에서 제거했다. 이제 현실에서 그와 만남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미소짓는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틴더는 외국인을 만나고 싶어 하는 러시아 아가씨들이 특히 좋아하는 앱이다. 니즈니 노브고르드에 사는 안나 로보바 씨는 이 앱으로 호주에 사는 남성과 사귀었다. 안나는 “넉 달 동안 우리는 메시지를 주고받았고 서로 사랑하게 되었다”면서 “그가 러시아로 나를 보러 왔는데 4일이 지나자 나에 대한 감정이 식었다는 것을 그 스스로 깨닫게 되었다”고 털어놓는다.

안나는 “틴더에서 러시아 남자들과 사귄 적도 있었지만 이런 사람들은 메시지를 보내지 않거나 보내도 따분한 내용 투성이다. 다른 나라 남자들은 흥미롭게 대화하는 법을 알기 때문에 말이 금방 통한다”고 귀뜸한다.

모바일 소셜데이팅 앱의 인기 비결

임상 심리학자이자 심리치료사인 인나 하미토바 가족체계치료센터장은 “모바일 소셜데이팅 앱의 높은 인기는 유행을 따르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사랑을 찾고 싶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요구가 실현되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인나 센터장은 “중매 같은 것과 비교했을 때 뭐가 나쁜가?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동반자를 당시에 중매로 찾았다. 지금은 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에 같은 목적을 가지고 모바일 데이팅 앱을 사용하는 것일 뿐이다. 전혀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고 본다”면서 “또 그런 앱에 가입하는 것은 의사 표시의 형태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거부당할 가능성도 줄어든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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