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셀게이 프티치킨/로시스카야 가제타)
지난 13일 화요일(현지 시각)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 장대높이뛰기 경기장에는 주변의 다른 경기들을 모두 뒷전으로 놓게 만든 사건이 일어나고 있었다. 한 시대를 풍미한 '미녀 새' 이신바예바의 고별전이 펼쳐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15년 전 볼고그라드에서 올라 온 무명의 소녀가 유스 올림픽에서 첫 우승을 거머쥔 것도 바로 루즈니키 경기장에서라는 점은 참 흥미롭다. 그 후 이신바예바는 말 그대로 전 세계가 가슴을 졸이며 지켜보는 가운데 올림픽을 두 번 제패하고, 하계 및 동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6차례 우승했으며, 28차례나 세계 신기록을 갱신했다.
13일 저녁에도 사람들은 이신바예바의 승리를 기원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떠들썩한 기록을 세운 후 그동안 부진을 면치 못해왔는데도 말이다. 이신바예바는 지난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메달권에 들지 못했고, 런던 올림픽에서는 동메달을 목에 거는 데 그쳤다. 이신바예바의 코치 예브게니 트로피모프는 올 봄 그녀가 자신이 세운 세계기록보다 5cm 높은 5.11m를 가뿐히 넘었다고 했지만, 이는 연습 성적이었다. 이번 시즌 대회에서 이신바예바는 4.78m 이상은 아직 넘지 못했다. 반면 그녀의 경쟁자인 2012년 런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제니퍼 슈어(미국)와 4.90m의 기록을 가진 야리슬리 실바(쿠바)는 이 높이를 뛰어넘는 데 성공했다.
이신바예바에게는 강력한 경쟁자 외에도 건강상에 어려움이 있었다. 1개월 반 동안 훈련의 흐름을 끊어 놓은 발바닥 통증 때문에 코치도, 선수 자신도 최고 기량을 낼 수 있을지 알지 못했다.
이신바예바는 결선 첫 도약 높이를 4.65m로 정해 결선에 진출한 여섯 선수가 이미 몇 차례 도약 한 후 경기를 시작했다. 1차 시도는 성공에 가까운 실패였으나, 2차 시도는 충분한 여유를 둔 완벽한 성공이었다.
탄력이 붙은 이신바예바는 다음 높이인 4.75m를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발휘하며 가볍고 부드럽게 뛰어넘었다. 그러나 제니퍼 슈어도 같은 높이를 도약하는 데 성공했다. 슈어는 4.75m에서 경기를 시작했기 때문에 자동으로 상위로 결정되었다.
얼마 후 경기장에는 스피겔부르크(독일), 이신바예바, 슈어, 실바가 남게 되었다. 그러나 네 선수 모두 4.82m 1차 시기에 실패했고, 이신바예바가 가장 먼저 2차 시기에서 성공했다. 슈어도 어렵사리 2차 시기에 성공했다. 실바는 3차 시기에 성공하며 동메달을 굳혔다. 스피겔부르크는 도약에 실패해 4위로 경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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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의 자리가 누구에게 돌아갈지는 이제 이신바예바와 슈어의 손에 달리게 되었다. 이신바예바는 4.89m 도약에 성공하며 관중을 열광의 도가니에 빠뜨렸다. 슈어가 세 번 연달아 도약에 실패하자 관중석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지기만 했다. 이신바예바가 7번째이자 아마도 마지막이 될 세계 정상의 자리에 오른 것이다!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만 내가 어떤 대가를 통해 이 금메달을 땄는지 알 거예요. 제겐 가장 소중하고 고대해온 메달이랍니다. 공식 대회에서 우승한 지 아주 오래됐기 때문이죠.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2013 모스크바 세계육상선수권대회까지 기나긴 여정을 지나왔어요. 팬들과 사랑하는 사람들, 특히 트로피모프 코치의 응원이 없었다면 이 여정을 이렇게 성공적으로 끝내지 못했을 거예요." 경기가 끝난 후 이신바예바가 말했다.
이신바예바는 기자들에게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4.65m 첫 시기에 실패했을 때 나도, 코치도 걱정하지 않았어요. 그 이유는 세계선수권 전에 세 번의 경기밖에 치르지 않아,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점프가 아직 몸에 익지 않았'기 때문이었어요. 그러다가 첫 시기에 4.89m를 성공해 우승이라는 확신이 드니까 감정이 북받치더군요. 지난 4월 29일 연습 중에 5.11m을 넘은 적도 있어요. 코치도 컨디션만으로 보면 제가 지금 5.15m라도 뛸 수 있는 상태라며 자신감을 주었죠. 저는 코치를 신뢰합니다."
이신바예바가 영영 은퇴한다는 설이 있지만, 그녀는 팬들에게 복귀 희망을 남겨주었다. "이번 시즌에 비공식 대회 두 개에 더 출전할 거 같아요. 하지만 세계선수권은 역시 이번이 마지막이 될 거예요." 이신바예바는 말한다. "지금은 무엇보다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갖고 싶어요. 나중에라도 복귀하게 된다면 그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이 목표가 될 겁니다. 내년 베이징 세계선수권은 준비할 시간이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