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예프 세계리듬체조선수권…스캔들, 좌절 그리고 사상 최연소 챔피언

야나 쿠드럅체바는 예선 경기 도중 음악이 끊겨 재경기를 치러야 했다. (사진제공=로이터)

야나 쿠드럅체바는 예선 경기 도중 음악이 끊겨 재경기를 치러야 했다. (사진제공=로이터)

금년 키예프 세계리듬체조선수권대회에서 러시아 대표팀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고참 선수들이 안타까운 실수 연발로 1위 자리를 내준 반면 만 15세의 야나 쿠드럅체바가 사상 최연소 세계챔피언으로 역사에 기록됐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열린 2013 세계리듬체조선수권대회의 최종 결과를 살펴보면 리듬체조 분야에서 러시아팀에 대적할 상대는 여전히 없다. 8개 부문의 메달을 놓고 치러진 경기에서 '리듬체조의 여왕들'이 포진한 러시아 대표팀은 금메달 6개, 은메달 2개, 동메달 2개를 따내 팀종합 1위를 차지했다. 종합 2위는 주최국 우크라이나(금 1, 은2, 동2), 3위는 벨라루스(금1, 은1, 동3)가 차지했다.

한편 이번 대회에서는 혁명에 비견될 만한 변화가 포착됐다. 과거 순위권에 오른 적이 한번도 없는 중국과 한국 선수들이 개인 종합 경기에서 4위와 5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분 좋은 '발견'에도 불구하고 체조계를 둘러싼 음모와 스캔들은 키예프까지 그 흔적을 남겼다. 러시아 심판 10명을 포함한 국제 심판 50여 명이 심판 자격을 상실한 사건은 이번 대회에도 그 여파가 남을 수 밖에 없었다. 지난 여름 국제체조연맹(FIG)은 국제리듬체조 심판 선발시험에서의 부정행위 및 비리와 관련하여 이들의 연루 가능성을 의심해왔다.

관련자들의 혐의는 풀린 듯 했다. 하지만 2013 시즌의 개막을 알리는 키예프 대회는 러시아 심판의 수는 대폭 줄고 경력이 적은 신참들도 구성된 새로운 심판진을 맞이하게 됐다. 1급 심판 12명 중 러시아 심판은 단 한 명, 우크라이나, 그리스, 독일 심판이 두 명씩이다. 그뿐이 아니다. 키예프 대회의 개인 경기 4개 종목에서 러시아 심판은 제외됐다.

우크라이나의 안나 리잣디노바가 개인 후프 부문 우승을 차지한 것은 홈경기의 혜택을 받은 것이라는 러시아 전문가들과 전 우승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물론 이에 대한 우크라이나팀의 견해는 다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올림픽 2관왕인 리듬체조의 여왕 예브게니야 카나예바(하키 선수 이고리 무사토프와 결혼해 현재 출산을 앞두고 있다)의 은퇴 선언으로 재능은 있지만 아직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러시아 팀을 대표하게 됐다. 그 결과 경쟁자들은 활보할 수 있는 타이밍을 잡았다. 이리나 비네르 러시아 대표팀 코치가 대회 전 여러 기회를 빌어 러시아 선수들이 독보적인 위치를 지키려면 상대보다 두 배, 세 배는 더 월등한 경기를 펼쳐야 한다고 극구 강조했던 것도 바로 이때문이다.

(동영상제공=YouTube)

야나 쿠드럅체바는 예선 경기 도중 음악이 끊겨 재경기를 치러야 했다. 만 15세의 신예 쿠드럅체바는 심리적 압박감을 극복하고 결승에서 승리를 거두었고 이로써 차기 대회 챔피언으로서 자리를 다졌다. (키예프 대회 러시아 대표팀 주장인 마문(19세)은 개인종합경기에서 도구를 연달아 놓치는 실수로 6위에 머물렀다.) 반면 단체전에서 러시아 대표팀의 미래가 어찌 될 지는 미지수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3명이 포진한 러시아팀은 3개의 공과 2개의 리본을 갖고 펼치는 단체 연기에서 금메달, 단체종합전에서 동메달을 차지했지만 10개의 곤봉 연기에서는 5위에 머물렀다. 문제는 심판의 편파판정이나 러시아 리듬체조의 영원한 경쟁자인 우크라이나측의 음모에서 나온 것이 아님이 분명했다. 비네르 코치조차 이를 인정했다.

단체종합전에서 동메달이 확정되자 비네르 코치는 말했다. "실패 속에는 항상 배울 것이 있다. 물론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실망스럽다. 하지만 올림픽 이후 첫 세계경기였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좋은 교훈이 되리라 본다. 팀에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셋이나 있다. 유감스럽게도 이 아이들은 자기가 원한면 언제든 원하는 성적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상대에서 내려오는 순간부터 모든 걸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걸 알아야 할 것이다."

한편 이번 대회에선 안나 쿠드럅체바가 알리나 카바예바의 기록을 깨면서 사상 최연소 세계챔피언이 됐다. 전문가들은 그녀의 성공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이리나 차시나와 예브게니야 카나예바의 코치였던 베라 시텔바움스는 이타르타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야나는 정말 장한 선수입니다. 대단한 일을 했어요. 집중력을 발취해서 깨끗한 연기를 보여주었어요. 쿠드럅체바가 제2의 카나예바나 카바예바가 되겠느냐구요? 충분히 가능하다고 봐요. 안 될 것도 없죠. 신체 조건, 기량 모두 갖춘 선수입니다. 이러한 장점들을 잘 갈고 닦기를 기대해 봅니다. 그럼 2016년 올림픽 때쯤이면 훌륭한 체조선수가 돼 있을 거예요. 리듬체조의 최적령기인 18세가 되니까요. 하지만 그러려면 진지하게 임해야 합니다.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열심히 훈련을 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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