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한식당에서 나오는 반찬들. 재료를 모두 수입하기 때문에 반찬을 포함한 음식 가격이 비싸진다. (사진제공=로리/레기언 메디아)
모스크바에서 일을 하거나 학업을 진행 중인 한국인들이 음식 향수를 달랠 수 있는 곳이 한국 식당이다. 모스크바에선 여러 한국 식당이 명멸했다. 1990년대 초 모스크바를 찾았던 이들은 더러 '아리랑'을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많이 흘렀다. 새로운 식당이 나타났고 그런 한 식당은 더 이상 한국인만 찾는 곳이 아니다. 요즘 모스크바의 한식당을 Russia 포커스가 찾았다.
'백학' 식당 지배인(오른쪽)은 2013년 방문한 가수 싸이가 "여기 순대국밥은 한국에서 처럼 맛 있다"고 말했다며 자랑스러워 했다. (사진제공='백학' 식당) |
프룬젠스카야 강변도로는 크렘린에서 몇 ㎞ 떨어진 프룬젠스카야 강변도로. 높은 화강암 제방을 따라 흐르는 모스크바 강 위로 육중한 '크림' 다리가 걸려 있다. 건너편 강변의 고리키 공원에는 다양한 색상의 스웨터와 티셔츠를 걸치고, 형광 운동화에 기상천외한 헤어스타일을 한 힙스터들이 자전거와 스케이트보드, 롱보드,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질주한다.
강 이편의 조용한 도로, 1960년대에 지은 8층 벽돌 건물 1층에는 유명한 한국 식당 '백학'이 있다. 매니저 뱌체 슬라브는 "우리 식당 메뉴에는 한국 요리만 있다"고 말한다. 총 84가지다.
그는 "한국 음식은 맵다고 생각하는 러시아인과 유럽인이 많다. 그래서 우리 식당에서는 맵기를 손님의 입맛에 따라 조절한다"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가장 큰 어려움은 재료 구입에 있다. 모스크바에서는 연근과 어린 고사리를 구하기 어렵다. 갖은 양념도 마찬가지다. 이런 양념이 들어가지 않으면 한국 음식이라 할 수 없다.
식자재는 모스크바의 특수 업체를 통해 들여온다. 이 업체가 한국에서 식자재를 직수입해 납품한다. 식당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작은 한국 상점이 있다. 여기서는 한국산 초콜릿에서 세제까지 여러 한국 상품을 살 수 있다.
모스크비치들 중에는 '백학'을 알고 있는 사람이 꽤 있다. 식당 목이 좋기도 하지만 동양 음식이 여전히 낯설던 1998년에 개점한 덕분이기도 하다. 17년 세월을 거치면서 '백학'은 모스크바 중심부의 유기적인 일부로 자리 잡았다. "금요일 저녁과 주말에는 우리 식당에 오기 어렵다. 미리 예약하는 것이 좋다." 뱌체슬라프가 만족스럽다는 듯 말했다.
"여기 순대국밥은 한국에서 처럼 맛 있다." 식당 직원들이 2013년 '백학'을 방문한 가수 싸이가 말했다고 자랑스러워 했다.
한식당 '하이트'는 한국맥주에서 이름을 따 왔다. (사진제공=예브게니야 페이기나) |
'하이트'는 지난 겨울 모스크바에 새로 문을 열었다. 이곳이 한국 식당이라는 것은 이름에서 쉽게 알 수 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 맥주 상표에서 이름을 딴 이 식당은 모스크바 중심부 크라스노프레스넨스카야 강변도로에서 멀지 않은 세계무역센터 맞은 편에 있다. '하이트'는 이제 막 문을 열었지만 모스크바 거주 한국인은 물론 러시아인 사이에서도 인기다.
'하이트'는 안이나 밖이나 동양 식당처럼 보이지 않는다. 벽돌 건물 2층까지 커다란 통유리 창문이 나 있고 홀이 넓으며 아늑하고 조명도 은은하다. 고기 굽는 불판과 그 위의 놋쇠로 만든 연기 배출구가 설치된 식탁만이 인테리어 중에서 가장 한국적일지 모른다. 여기선 손님들이 직접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모스크바 중심부 최초의 식당이다. 이런 식당은 대개 까다로운 화재 검사 때문에 모스크바 중심부에 오픈하기가 간단치 않다. "우리는 적어도 1주일에 두 번 '하이트'에 간다. 가까운데다 한국처럼 편안하기 때문이다." 모스크바 주재 한국대사관 직원의 말이다.
지배인 발레리는 "한국 손님과 러시아 손님의 서비스 요구를 구분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말한다. "한국 손님들은 요구가 더 까다롭다. 참을성도 별로 없고 빠른 서비스에 익숙해 있다. 이게 가장 어려운 점이다. 모든 웨이터가 여기에 적응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발레리가 투덜거리듯이 말했다. 그는 "하지만 이곳은 한국 손님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서비스에 집중한다. 한국 손님들이 만족하면 러시아 손님들도 확실히 만족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작은 한국 식당 '삼미'는 소란한 중심에서 멀찍이 떨어진 모스크바 남서부 '26인의 바쿠 코미사르(Ул. 26 Бакинских Комиссаров)' 거리에 있다. 주변에 몇몇 대학이 있어 학생들이 자주 찾는다. 하지만 찾기가 꽤 어렵다. 모스크바 변두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판넬식 주택 사이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식당 인테리어는 한국의 여느 식당과 별반 다르지 않다.
'삼미'의 대표 명물은 '엉뚱하게' 노래방이다. 러시아에서 노래방은 일본식으로 가라오케라고 부른다. 이곳에서는 러시아어와 영어만 아니라 한국어와 일본어, 중국어 노래도 부를 수 있다. 노래방 크기와 가격은 다양하다. 가장 작고 아늑한 방은 시간당 600루블(1만2000원)로 3~5명이 들어가고, 가장 큰 방은 시간당 1500루블(3만500원)으로 20명까지 들어간다.
식당 메니저 이리나는 "노래방이 큰 인기를 끄는 이유는 주변에 대학이 많아 노래 부르며 시간을 보내려고 학생들이 자주 찾기 때문"이라며 "음식은 안 시키고 노래만 부르려고 오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곳은 벽에 걸린 PDP TV들은 북한 사진들을 밤낮없이 보여준다. 북한 음악도 흘러나온다. 고려 식당은 모스크바에서 유일한 북한 식당이다. Russia포커스는 식당 직원들이나 관리원 중에서 누구와도 대화를 나눌 수 없었다. 사진 부탁도 정중하게 사양했다. 그래서 식당의 많은 부분이 비밀로 남게 됐다.
그렇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곳은 다양한 메뉴와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늑한 곳이다. 식당의 직원은 전원 북한 사람들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북한 말만 아니라 러시아어도 잘 구사하는 북한 여성들이다.
한국인과 모스크비치, 관광객, 한국 음식 애호가만 아니라 '폐쇄' 국가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은 사람도 이 식당을 자주 찾는다.
러시아에서도 보기 드문 단일 메뉴식당 '국숫집'에서 국수를 먹고 있는 러시아 손님. (사진제공=국숫집) |
'국숫집'은 러시아에서 보기 드문 '단일 메뉴 식당'이다. 러시아에선 아주 작은 러시아 식당도 대개 최소 몇 가지 메뉴를 제공한다. '국숫집'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국수만 전문으로 한다.
한국 식당은 모스크바의 일부 호텔에도 있다. '코르스톤' 호텔엔 서울, 가야, 신라 등이 있다. 크라스노프레스넨스카야 강변대로에 있는 세계무역센터 내 '크라운 플라자' 호텔에는 '율촌' 이 있다. 이곳은 오랫동안 한국인들 사이에서 모스크바 최고의 한국 식당으로 평가 받아 왔다. 아르바트 거리의 특급호텔 '롯데'에서도 한국 식당을 찾아볼 수 있고 한국 식품을 파는 상점들도 있다. 주의할 점은 호텔 내 식당의 음식 값이 시내 식당보다 비싸다는 것이다.
모스크바에는 한국 식당이 꽤 많다. 하지만 많은 경우 음식이 한국에서처럼 맵지는 않다. 반갑지 않은 점은 가격이다. 한국 요리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재료와 양념이 러시아에서 생산되지 않아 수입해야 하기 때문에 음식값이 비싸다. 심지어 서울에선 가장 흔한 라면도 여기선 평균 약 500루블(1만원)이다. 한국 식당이면 다 파는 소주 '처음처럼'은 한 병에 1000루블(2만 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