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걸렸던 모스크바의 저택 구경하기

지민 가의 저택

지민 가의 저택

예브게니 뱌토프/ 리아노보스티
모스크바 시민들과 모스크바를 찾은 손님들에게 키타이고로트에 있는 '비밀의 방', 두마(의회) 서기의 관리사무실과 오래된 안가를 처음으로 공개한다.

5월 말까지 이어지는 '역사문화유산의 날'을 맞아 모스크바에서는 100여 개 행사가 개최될 예정이다. 공개강좌, 재미있는 역사 퀘스트,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는 개방하지 않는 사유지 투어 등이 마련되었다. 특히 현재 다른 나라들이 외교공관으로 쓰고 있는 저택을 둘러볼 수 있는 탐방 프로그램이 깜짝 선물처럼 참여자들을 유쾌하게 해 줄 것이다. 행사는 5월 18일에 진행된다.

원한다면 누구나 안을 둘러볼 수 있도록 그간 걸어 둔 빗장을 여는 저택 중에서 가볼 만한 몇 군데를 골라보았다.

모스크바 중심부에 있는 이탈리아 스타일 건물

출처: Nicon NN (CC BY-SA)출처: Nicon NN (CC BY-SA)

'상인 타라소프의 집'(스피리도놉카 거리 30/1번지)은 이탈리아 르네상스 건축의 훌륭한 전통을 받아들여 지은 건물이다. 외관은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있는 16세기에 건축물인 티에네 팔라초(Palazzo Thiene)에서 차용했다. 내부장식 또한 르네상스 시대 스타일과 일치하는데, 밝은 내벽과 그림으로 장식된 천장이 대조를 이룬다.

소련 시절 타라소프의 집에는 소련 최고법원과 독일, 폴란드 대사관이 입주해 있었고, 1979년부터는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아프리카연구소가 이 건물을 사용해 왔다.

에르미타주를 닮은 집

출처: Legion Media출처: Legion Media

'모로조프 가의 도시 저택'(포드소센스키 골목 21번지 1동)은 상트페테르부르크 건축의 콘셉트에서 떨어져 나온 듯한 건물인데 어딘가 모르게 에르미타주를 연상시킨다. 연푸른색 외벽, 정문 위 발코니를 받치고 서 있는 남성 기둥들 때문이다. 이 저택의 마지막 주인이었던 알렉세이 모로조프는 열성적인 수집가여서 자기 취향에 맞게 저택 내부를 꾸미고 싶어 했다. 표도르 셰흐텔, 미하일 브루벨, 세르게이 코넨코프가 내부장식을 맡았다.

1907년 2월 16일 바로 이 집에서 부티르스카야 감옥에서 옥사한 니콜라이 시미트의 관이 나왔다. 이 저택 주인의 친척이었던 그는 제1차 러시아 혁명 때 무장봉기에 참여했던 인물이다.

1920년대에 상인 모로조프 가의 모든 재산이 국고로 귀속되었고 소장품은 뿔뿔이 흩어져 여러 박물관에 기증되었다.

극장 무대가 마련된 저택

출처: Legion Media출처: Legion Media

1896년 건축가 에드문트 유디츠키가 건축한 '지민 가의 저택'(텍탸르니 골목 8번지 3동)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건축된 저택 중에서 가장 잘 보존된 건물 중 하나라고 평가받는다. 이 저택의 건축을 의뢰한 사람은 담배 제조업체를 운영하던 니콜라이 지민이다. 후기 역사주의(절충주의) 양식으로 건축된 이 저택은 외관을 토스카나 양식 기둥과 돌출부로 장식했다. 저택에는 극장 무대를 집안으로 들여온 듯한 멋진 공간이 있다.

1920년대가 되자 지민 가의 저택이었던 이 건물에 '스베르들로프 기념 공산주의 대학교' 운영위원회가 들어와 있었고, 2015년까지 '게라시모프 기념 국립영화대학교'의 영화예술연구소가 입주했었다.

샬랴핀의 노래가 울려 퍼졌던 저택

출처: Legion Media출처: Legion Media

바실치코바와 오볼렌스키, 독일인 메크의 도시 저택(고골 가로수길 14번지 1동)은 1820년대에 바로크 양식으로 건축되었고 당대 모스크바 최고 음악 중심지 중 하나였다. 저택 주인들의 초대로 표도르 샬랴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알렉산드르 글라주노프 같은 수많은 유명인들이 이 집을 드나들었다.

소련 시절 이곳은 최고법원이나 망명자들을 위한 주택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1956년부터는 이곳에 러시아 체스 선수들의 중앙 사무실이 입주해있다.

기둥이 없는 성당

출처: Legion Media출처: Legion Media

스타리 소보르('오래된 성당', 돈 광장 1번지 19동)는 모스크바 한복판에 있는 돈 수도원 소유의 남쪽 부지에 서 있다. 말리 소보르('작은 성당')라고도 부른다. 이 성당은 1591~1593년에 건축되었다. 역사학자들은 모스크바 건축가 표도르 콘이 이 성당을 건축했다고 추정한다. 성당 내부에는 흔히 건축의 일부라고 인식되는 기둥이 없다. 그래서 반원 천장(궁륭)과 둥근 지붕(큐폴라)을 받쳐주는 건 내벽뿐이다. 16세기에 건축된 수도원 건물에서 기둥이 없는 건축물은 이곳을 빼고는 없다.

올해까지 성당에 들어가 보기가 쉽지 않았다. 이곳의 예배는 대부분 돈 수도원의 볼쇼이 소보르('대성당')에서 드린다. 그래서 말리 소보르를 보려면 교회의 큰 절기를 기다려야 했다.

모스크바 한복판에서 보는 유럽 바로크 양식

출처: Legion Media출처: Legion Media

아베르키 키릴로프 두마(의회) 서기의 저택(베르세넵스카야 강변로 20번지)은 외관에 하얀 장식을 덧붙이고 더그매(지붕과 천장 사이 빈 곳)를 내어 건축된 바로크 양식의 작은 붉은색 건물이다. 고고학자들은 아래층만 석조인 목조 건물이 15세기나 16세기에 이곳에 벌써 서 있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17세기 초반 이후의 집주인들만 세상에 알려져 있다. 오늘날까지 보존된 이 저택에 딸린 조화로운 건축물들은 키릴로프 가의 마지막 소유주였던 두마 서기 아베르키 키릴로프가 집주인일 때 완성되었다. 저택에는 2층짜리 주택, 낮은 목조 종탑, 니콜스카야 교회가 있다.

1870년부터 이 저택은 러시아 문화유산을 지키는 중심부 역할을 했다. 여기서 '제국 모스크바 고고학 학회'가 결성되었고, 지금은 '러시아 문화학 연구소'가 이 건물에 입주해있다.

탐방 프로그램은 전부 무료지만, 미리 신청한 사람만 저택에 입장할 수 있다. 5월 30일까지 1주일에 2번 진행된다.

가 볼 수 있는 저택은 모두 이곳에 모아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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