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모프' 도자기 마스터 클래스
에브게니 비야토프/ 리아노보스티<수공업 단지> 입구 옆에서 지팡이를 짚고 선 성난 표정의 노인이 노란색의 엄청 큰 선글라스를 쓴 힙스터를 꾸짖고 있다. “아이폰이나 들고 너 여긴 뭐하러 왔어? 너 같은 건 시골로 보내야 해! 감자 몇 십 바구니 정도 캐면 수공업이 뭔지 알게 될 거다.” 기가 꺾인 청년은 서둘러 마스터 클래스로 가며 자리를 뜬다.
<수공업 단지>는 유명한 모스크바 전시장인 VDNH(ВДНХ) 한 쪽에 조그맣게 자리 잡고 있다. 여기서는 목공예, 젖소 여물 주기, 도예를 배울 수 있다. 무료로 진행되는 마스터 클래스가 많고, 나머지는 유료인데 3000루블(5만3000원, 정원 장식 만들기 강좌)에서 1만8000루블(31만2000원, 바리스타 입문과정)까지 다양하다.
이곳의 여러 강좌 중 어떤 것이 두메산골에서 생존할 수단이 되고, 시골 생활에서 쌓여온 여러 지혜들과 견줄 수 있을까?
예를 들어 목공예를 배울 수 있다. CM-47 작업장에서는 실톱으로 베니어 합판을 켜고 레이저 절단기로 요술 부리는 법을 가르친다. 10을 투자해서 헨리 데이비드 소로 7을 건진다고 볼 수 있다. 두메산골에서 레이저 절단기를 사용할 가능성은 없기 때문이다.
CM-47 작업장을 찾는 주 고객층은 아직 아이들이다. 소련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러시아 아이들은 나무를 지지고 태우는 일을 좋아한다. 여기서 아이들은 질릴 때까지 실컷 나무를 태울 수 있다.
산업디자인 스튜디오 Uniquely에서는 콘크리트로 가구로 오막살이를 꾸미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지금은 콘크리트가 유행”이라면서 “콘크리트를 거칠고 뻔한 자재라고만 보면 안 된다”고 Uniquely 스튜디오 안나 사장은 강조한다. Uniquely 스튜디오가 진행하는 마스터 클래스에서는 콘크리트를 잘 혼합해 전기스탠드 모양을 만드는 법을 가르친다. 다른 재료를 이용해 실내장식 제품을 만드는 마스터 클래스도 계획 중이다. 유용하긴 하지만 산골 생존을 위한 필수품은 아니다. 10을 투자해서 헨리 데이비드 소로 5를 건지는 셈이다.
Uniquely 스튜디오 근처에서는 ‘도자기의 연기’라는 마스터 클래스가 열린다. 이 강좌에 참여하면 당신의 작은 콘크리트 탁자에 직접 만든 매력적인 도기를 올릴 수 있다. 이곳에서는 평범한 도자기만이 아니라 타일도 만들 수 있다. 마스터 클래스 외에도 도예 전문과정이 있다. 10을 투자해 헨리 데이비드 소로 6을 건지는 셈이다.
또 다른 ‘플라워 공방’에서는 기본적인 플라워 공예를 배울 수 있다. 작은 콘크리트 탁자 위의 도기에 직접 엮은 꽃다발을 꽂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아름다울 것이다. 하지만, 10을 투자하여 헨리 데이비드 소로 1을 건진 것 이상의 점수는 주기 어렵다.<수공업 단지>에서 식량을 구하는 일에 관해서는 유감스럽게도 기본 과정만 배울 수 있다. 어린 목축인들을 위한 작고 편안한 목장에서 이런저런 마스터 클래스와 강좌가 정기적으로 열린다. 오늘은 사료의 종류를 배우고 내일은 젖소에게 건초를 올바로 깔아주는 법을 배운다. 이곳에서는 12살 이하의 어린 목축인들만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농장 운영진이 귀띔한다. 10을 투자하여 헨리 데이비드 소로 7을 건지는 셈이다.
만약 당신에게 이미 젖소가 있다면 어떻게 해서 젖소를 이용해 살림을 낫게 만들지 궁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우유를 짜서 파는 것도 좋지만, 치즈를 만들어 팔면 수익이 더 짭잘하다. <수공업 단지>에서 진짜 농부들이 공부하러 가는 몇 안 되는 장소 중 하나가 ‘치즈 만들기 학교’이다.
그렇다, 10을 투자하여 헨리 데이비스 소로 10을 건질 수 있는 마스터 클래스는 <수공업 단지>엔 없다. 그렇다고 마스터 클래스가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수공업 단지의 간판이라 할 수 있는 즐길 거리가 바로 이 강좌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