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한국 음식의 진화

Jo Kerri/Flickr
러시아에서 한국 요리는 진짜가 아니었기 때문에 인기를 끌었다. 한국 전통 요리가 러시아인들의 입맛과 상황에 맞게 개량되었다.

한국 정부는 한국 문화를 세계화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한국에는 심지어 한국 요리를 세계 5대 인기 요리 가운데 하나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정부 지원 프로그램도 존재한다. 현재 한국의 음식 담당 관료들은 이탈리아와 프랑스, 중국, 일본, 태국 요리가 세계 5대 인기 요리라고 생각한다.

나는 다소 회의적인 경향이 있어 한국 요리가 일반 서구인의 입맛에는 너무 맵다는 생각이 강하다. 물론 내가 맵고 자극적인 음식을 특별히 즐겨 먹지는 않기 때문에 편견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건 그렇다 치고 한국 요리가 한국 음식 담당 관료들의 야심적인 바람 이상으로 성공을 거둔 나라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러시아다. 지금 러시아에서 한국 요리는 저렴하고 이국적인 중국 요리가 미국에서 차지하는 지위와 비슷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 대도시의 거의 모든 슈퍼마켓에는 ‘코리안 샐러드(Корейский салат)’로 알려진 음식을 살 수 있는 작은 한국 음식 코너가 들어서 있다. 다른 아시아 음식의 경우 러시아는 물론, 구소련 지역 전체에서 한국 음식이 누리는 인기에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볼 때 이런 상황은 이해할 만하다. 미국과 달리 러시아는 큰 규모의 중국이나 일본 디아스포라를 가져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한인들은 1860년대부터 러시아에서 살아왔다.

그러나 서울 또는 평양에 사는 평범한 한국인들은 러시아 슈퍼마켓에서 한국 음식으로 팔리고 있는 음식들을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이 ‘코리안 샐러드’는 한반도에 사는 한인들에게는 전혀 생소하다. 사실 이것은 한국 음식이 아니라 러시아에 사는 고려인들의 음식으로 한국의 음식 담당 관료들이 그토록 떠받드는 한국 음식과는 너무나 다르다.

이러한 현상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는 러시아에서 ‘한국식 당근채(Корейская морковь)’로 알려진 음식이다. 거의 모든 일반 러시아인은 이 음식이 한국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인들에게 발효된 김치가 당연하겠지만, 배추를 발효해 만든 김치는 러시아에서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한국식 당근채’는 신선한 당근을 얇게 썰어 마늘, 고수, 후추, 식초, 설탕, 식용유로 만든 달착지근한 양념에 버무려 만든다.

서울을 방문하는 러시아인 대부분은 서울에서 ‘한국식 당근채’에 관해 들어본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놀라 충격에 빠진다(실제로 한국 요리에는 ‘한국식 당근채’과 비슷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이탈리아에 도착해서 피자를 찾아볼 수 없는 미국인, 아니면 이런 사람에 관해 들어본 적 있는 이탈리아인을 한 번 상상해보라!

고려인 요리의 기원은 쉽게 추적해볼 수 있다. 한국 요리는 밥이 중심이고 거기에 다양한 반찬을 곁들여 먹는다. 러시아 연해주에 살던 한인 대다수는 1937년 중앙아시아로 강제로 이주됐다. 이곳에서 한인들은 익숙한 요리 재료를 구할 수 없자 (사막에서 해초를 찾기는 그리 쉽지 않다) 대체물을 찾기 시작했다. 또 이들은 러시아와 우즈베크, 카자흐 이웃들의 입맛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그 전까지 사용해왔던 고춧가루 양을 줄이고 보통 설탕과 동물성 기름의 양을 자유롭게 첨가했다. 그 결과 현지인들의 입맛도 사로잡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어냈다.

이 이야기는 한국의 관료들이 새겨들어야 할 교훈일지도 모른다. 러시아에서 한국 요리는 진짜가 아니었기 때문에 인기를 끌었다. 한국 전통 요리는 러시아 현지인들의 입맛과 상황에 맞게 개량됐다. 그 결과로 나온 음식이 한국 요리인지 아닌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그럼에도 구소련 지역의 수백 만 고객들은 이 음식을 즐겨 먹고 있다.

이 기사는 RBTH Asia에 처음 게재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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