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나라 얼굴에 먹칠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알렉시예비치는 자신의 비판 대상이 루카셴코 대통령 한 사람일 뿐 벨라루스와 러시아 국민을 모욕한 적은 결코 없다고 응수했다.
드미트리 디빈지난 8일 벨라루스 출신 작가 겸 기자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녀는 옛소련 시절 태어나 러시아어로 글을 썼다. 그녀의 정신세계는 러시아인이다. 러시아에서 그런 사람을 '러시아어로 말하는 작가'라고 한다. 어쨌든 그런 이들을 러시아 사람들은 러시아인으로 받아들인다. 러시아 문학의 대표자가 세계 주요 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2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대표작 다섯 편을 소개한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우크라이나의 이바노프란콥스크에서 태어나 벨라루스에서 자랐고 옛 소련 시절부터 작품을 출간했다. 그녀의 작품은 10개국 언어로 번역됐다. 67세의 알렉시예비치가 평생 몰두한 분야는 순수문학이라기보다 영어권 국가들에 익숙한 폭로성 보도 장르다. 하지만 문학은 다양하다. 항상 순수문학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1985년)
알렉시예비치의 데뷔작인 이 책은 전쟁터의 여성들을 이야기한다. 주제 자체는 새롭지 않다. 35세의 여기자는 강한 필치로, 현실적으로 썼다. 그 진솔함이자 글의 돌파구다. 그녀의 업적은 이들 여성에게 전쟁의 모든 면을 털어놓게 했다는 점이다. 이 책의 원고는 1983년 출판사에 전달됐지만, 페레스트로이카가 시작되고 나서야 빛을 봤다. 평화주의와 자연주의, 비방과 중상을 담았다며 엄청난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1986년 소련의 ‘청년 국가 상’인 레닌 콤소몰 상을 수상했고 세계 주요 언어들로 번역됐으며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연극과 영화들이 제작됐다. 알렉시예비치도 이들을 위한 대본들을 썼다.
'아연 소년들'(1989년)
이 책은 러시아의 상처 아프가니스탄에 관한 것이다. 알렉시예비치는 소련의 마지막 비공개 전쟁에 관해, 입대 뒤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되면 아연 관에 담겨 돌아온다'고 해서 젊은 아들을 둔 모든 가정들이 공포에 몸서리쳤던 4년을 썼다. 책을 쓰기 위한 자료를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발품을 팔며 수집했다. 독일어와 영어, 프랑스어, 일본어로 번역됐다.
'죽음에 매료된 사람들'(1993년)
이 폭로성 보도의 중심에는 사회 체제가 급변한 뒤 삶의 의미를 잃고 자살한 벨라루스 사람들이 있다. 책은 처음에 벨라루스어로 출간됐다. 알렉시예비치의 전체 경력에서 거의 유일한 사례다. 하지만 작가는 이것이 인구 1000만 명의 벨라루스만의 문제가 아니라 쇠락한 거대 국가인 옛 소련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이해하고 이듬해에 러시아어 판을 출간했다. 그 후 다른 국가의 언어들로도 번역됐다.
'체르노빌의 목소리'(1997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에서 알렉시예비치의 관심을 끈 것은 1986년 방사능 누출 사고의 물리적 결과보다는 오히려 사람들의 마음을 좀먹는 사고의 흔적이었다. 우크라이나어와 스웨덴어, 독일어, 일본어, 영어 번역판도 나왔다. 한국어판은 2011년 서울의 새잎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이류 시대'(2013년)
그의 마지막 작품인 이 책에서 알렉시예비치는 소련 붕괴에 주목했다. 여기서 그녀는 살아 남은 자들에게 발언권을 줬다. 하지만 책 제목이 보여주듯 이들은 '이(2)류 인간'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그에게 중요했다. 알렉시예비치의 책들은 폭로성 보도의 전형을 따르고 있지만 고골과 도스토옙스키가 소중히 여기는 '작은 인간'들에 대한 연민, 그들의 요구와 열망에 대한 관심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류 시대' 출간 뒤 알렉시예비치가 '독일 서적 판매업자들의 평화상'(2013년)과 '프랑스 예술문학십자훈장'(2014년)을 잇따라 받은 것은 놀랍지 않다. 이 책이 노벨상을 받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이 확실하다. 노벨상 위원회는 수상 결정을 공식 발표하면서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한 알렉시예비치의 창작은 우리 시대의 고통과 용기에 바치는 기념비"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