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BBC 드라마 ‘전쟁과 평화’을 본 러시아인 반응

Robert Viglasky/BBC
Russia포커스가 톨스토이의 후손들이 보인 첫 반응을 모아 보았다.

영국 BBC방송이 새롭게 드라마화한 ‘전쟁과 평화’는 러시아에서 아직 방영되지 않았지만 궁금증을 못 이긴 이들은 이미 인터넷을 통해 이 신작을 접했다. 러시아인이 보기에 러시아 문학의 최고 정수 중 하나로 꼽히는 이 작품을 외국인이 영상화 시도는 엄청난 도전일 뿐 아니라 그들이 과연 러시아인을 이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시험이다. Russia포커스는 영국인들이 과연 러시아 정서의 ‘보고(寶庫)’로 여겨지고 있는 톨스토이의 대작을 제대로 읽어냈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잘 만든 ‘영드’

“피에르가 아주 훌륭한데, 다른 등장인물들은 그만큼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영국에서 많이 찍는, 영국 소설을 토대로 한 양질의 잘 만든 드라마 같다.” 영화평론가 데니스 루자예프가 소감을 말했다.

피에르 역의 폴 다노는 또 다른 비평가도 매료시켰다. 기자인 키릴 로고프는 “피에르가 아주 괜찮다. 진정 훌륭하다. 엘렌도 그렇다. 우리 모두 대러석상 같은 이미지의 그녀에 익숙하다. 그런데 BBC 버전의 엘렌이 훨씬 더 흥미롭다. 바실리 공작도 놀라웠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쓰고 있다.

화려한 무대 장치와  주인공들이 입은 아름다운 의상도 주목받았다. “영국인들이 정성스럽게 러시아 문화에 대한 애정을 갖고 만든 이 드라마는 수준도 높고 아름다우며 재미있다. 영국인들이 우리 러시아인을 연기하며 영상에 담은 것 중 최고다. 의상과 마차, 마구, 유개 사륜마차, 가구와 식기 등 모든 소품이 훌륭하다. 놀라운 정확성이다!” 영화평론가 로만 그리고리예프가 썼다.

한편 드라마에 나온 장신구는 모두 러시아 주얼리 브랜드 악쇼노프주얼리(Axenoff Jewelry)가 만들었다.

19세기를 배경으로 한 탐정소설 시리즈로 유명한 러시아 작가 보리스 아쿠닌은 드라마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영국 드라마 ‘전쟁과 평화’를 보기가 두렵다면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씀드리겠다. 검증을 마쳤고 지뢰는 없다. 상당히 잘 만든, 존경스러운 마음마저 들게 하는 드라마다. 그리고 발랄라이카를 들고 앉았다 일어서는 전통춤을 추는 귀족들이 안 나온다는 점은 놀랍다.”

본다르추크는 뛰어넘지 못 하다

많은 평론가와 블로거들이 BBC판 ‘전쟁과 평화’를 소련 시절 세르게이 본다르추크 감독이 만들어 오스카상을 받았던 영화 버전과 비교하며 후자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로시스카야가제타는 “신작 드라마는 러시아 고전을 충실히 영화화하려는 섬세한 시도라기 보다 중예산으로 만든 흔한  ‘안방드라마’ 같다. 물론 세르게이 본다르추크 감독의 유명한 영화 ‘전쟁과 평화’ 수준에는 전혀 미치지 못한다. 원전에 대한 충실도도 부족하고 캐스팅도 성공적이지 못했다. 주요 등장인물에 대한 감독의 이해도 미흡하다”고 평했다.

앤드류 데이비스의 시나리오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로시스카야가제타는  “(그는) ‘전쟁과 평화’에 약간의 ‘손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는 쿠라긴 남매의 관계가 원작에서는 ‘희미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처음 읽을 때는 그 관계를 알아채기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는 ‘둘의 관계는 두 사람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화면으로 그것을 반드시 보여줘야 한다’고 결심한 듯 확실한 효과를 위해 영상에 ‘선정성’을 집어넣었다”고 평했다.

톨스토이의 단순화에 대해 시인이자 기자인 마리야 스테파노바도 혹평을 가했다. 그녀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BBC판 ‘전쟁과 평화’를 봤다. 기대가 컸는데 실망했다. 과거 세계를 쉽게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 작품을 쇼핑몰과 댄스플로어의 언어로 번역해야만 했나보다. 엘렌을 할리우드 영화 ‘귀여운 여인’의 여주인공과 같은 걸음걸이로 무도회장을 가로지르게 했듯이 말이다. (중략) 그러고 보니 본다르추크 감독이 대단했다. 이제야 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깨달았다.”

일간 이즈베스티야는 “2016년판 드라마 ‘전쟁과 평화’ 시청은 톨스토이의 원작을 요약본으로 읽는 것과 같다”고 썼다.

배우들에 대한 논란도 일었다. 기자 알렉산드르 티모페옙스키는 “피에르도 피에르 같지 않고 안드레이도 안드레이 같지 않다. 이런 사소한 것들은 토론 거리도 아니다. 나타샤 로스토바가 처음 등장할 때, 아직 아이의 모습이어야 하는데 드라마에서는 족히 서른은 되어 보였고 이미 영락없는 노처녀 같았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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