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드 알 팔리(Khalid al-Falih)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부 장관과 러시아 알렉산더 노박(Alexander Novak) 에너지부 장관, 알도 플로레스 퀴로가 멕시코 에너지부 국제부장 그리고 모함메드 바르킨도(Mohammed Barkindo) OPEC 사무총장
로이터노바크 장관은 지난 3월 초 미국 텍사스 주 휴스턴에서 열린 국제에너지회의 세라위크(CERAWeek)에 참석하여 “러시아가 OPEC 가입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노바크 장관은 “우리는 러시아의 OPEC 가입 방안을 고려하지 않고 있지만, 석유 수출국들과 우리의 상호관계는 협력에 필요하고 유익했다”고 말했다. 과거에 그는 석유 시장에 미치는 OPEC의 영향력이 제한적이라고 여러 차례 말한 바 있다.
하지만 2016년 마지막 몇 개월간 러시아와 다른 석유 생산국들 사이의 협상 조율은 러시아가 주도했다. 2016년 11월 30일 OPEC 회원국들은 2017년 초부터 하루 120만 배럴로 산유량 줄이기로 결정했다. 러시아도 포함된 또 다른 11개국은 하루 55만 8천 배럴까지 산유량 감축을 약속했고, 그중에서 러시아의 비중은 일일 30만 배럴이었다.
‘톰슨 로이터’의 석유 시장 부분 편집자인 글레프 고로댠킨은 “OPEC와 러시아는 서로 신뢰하지 않는다. 우리는 협력자들이 아니라 경쟁자들이다”라고 논평하며 “러시아가 OPEC 내부에 존재하는 각기 다른 목적과 모순들 때문에 OPEC와 타협점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OPEC 회원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이란, 카타르는 부채 부담이 많지 않고 자국의 시장 점유 확대 정책을 도모하고 있다. 반면 같은 OPEC 내 빈국들(앙골라, 나이제리아, 베네수엘라, 쿠르디스탄)은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해 무엇보다도 유가 인상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OPEC는 앞으로 산유량을 제한할 것 같지 않다. 과거에 산유량이 줄어들면 미국 내 셰일오일 투자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OPEC 회원국들은 현재 셰일오일 증산을 예의주시하고 있고 현 상황에 대한 평가 결과에 따라 오는 5월 말에 산유량 감축 합의 효력의 연장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미국 에너지 정보 당국은 미국의 산유량이 머지않아 하루 1000만 배럴(현재 수준보다 10% 이상)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는 1970년에 기록된 최대 수치를 넘어서는 것이다. 셰일오일 매장지 개발자들은 올해 초 유가 인상을 바라면서 산유량을 감축한 OPEC의 시장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드레벤초프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러시아 및 독립국가연합(CIS)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견해에 따르면, OPEC는 미국의 셰일오일 채굴 자원이 고갈될 때까지 시장에 좋은 대응 방안을 내놓지 못할 것이다. 그는 “유가가 한때 배럴당 120~140달러까지 오르지 않았다면, 미국의 셰일 유전 이야기는 한참 동안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는 이미 늦었다. 혁명이 일어났다. 이미 엎질러진 물을 되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시티 퓨쳐스의 애널리스트 팀 에반스의 말에 따르면, 석유 시장은 현재 조그만 부정적 뉴스에도 금방 무너져내릴 수 있는 사상누각과 같다. 예를 들면, OPEC 회원국인 이란은 시장 안정화 합의에 따라 하루 380만 배럴까지 생산할 수 있다. 그러나 이란은 경제 제재를 받을 때 비축해 놓은 석유를 활발하게 판매하며 수출을 늘리면서 2017년 초에 비축량을 2960만 배럴에서 1640만 배럴까지 줄였다.
이라크도 산유량을 늘리고 있다. 특히 하이데르 알-아바디 이라크 총리는 “쿠르디스탄 내 산유량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쿠르드족이 통제하고 있는 유전에서 생산한 석유의 터키 공급량이 2016년 12월 하루 58만 7천 배럴에 달하면서 허용된 할당량인 하루 25만 배럴을 두 배 이상 초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월스트리트저널의 정보에 따르면, 이라크는 2017년 1월 바스라 터미널을 통해 수출되는 석유 선적량을 하루 최대 353만 배럴로 7% 늘릴 계획이었다. 추가 수출량은 인도와 중국에 공급될 예정이었다.
또 다른 불안 요인은 리비아다. 리비아는 2017년에 산유량을 두 배 늘릴 계획이기 때문이다. 리비아는 자국 최대인 아시-샤라라 유전의 생산량을 늘리고 있고 석유 수출 터미널 아즈-자비야도 재가동하고 있다. 지난 1월 초 리비아는 하루 70만 배럴을 생산하기 시작했다(2016년 12월 생산량은 하루 평균 63만 배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