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5일은 러시아 ‘대학생의 날’

빅토르 사도브니치 모스크바국립대 총장은 '메도부하' 러시아 전통술을 받는 모습.

빅토르 사도브니치 모스크바국립대 총장은 '메도부하' 러시아 전통술을 받는 모습.

발레리 샤리풀린/ 타스
매년 1월 25일 러시아에서는 대학생의 날을 기념한다. 이 날은 긴 기말고사가 끝나고 짧은 겨울방학이 시작되는 날이다.

러시아의 대학들은 학기가 끝나는 여름과 겨울, 일 년에 두 번의 시험을 치른다. 시험이 끝나면 학생들이 고대하던 겨울/여름 방학이 시작된다. 겨울 기말고사 기간이 ‘대학생의 날’이라는 축제로 마감되니 상징적이지 않은가!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정보기술기계광학대학교(ITMO) 고성능컴퓨터(HPC)학과에서 공부하고 있는 태국 유학생 지라나 노이마니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친구들이 말해줄 때까지 나는 1월 25일이 대학생의 날이라는 걸 몰랐다. 이 날은 앞으로의 학업 계획서를 작성하는 것으로 축하할 생각이다! 남은 러시아 유학생활 동안 공부 말고도 할 일이 정말 많을테니 말이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러시아 와서 F학점을 많이 맞았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친구들을 사귀며 즐겁게 보내다 보니 그렇게 됐다. 하지만 (여러가지 측면에서) 러시아처럼 극단적인 곳도 없다. 태국에 있을 땐 여기 처럼 여유롭지 못했다. 그곳에선 공부도 열심히, 노는 것도 열심히, 먹기도 열심히 하면서 불교 사원에도 빠지지 않고 들려야 한다. 러시아에선 원하는 것을 모두 할 수 있다. 정말 꿈만 같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유학생활이 정말 즐겁다”고 말했다.

노보시비르스크국립대 일반 내과에서 공부 중인 짐바브웨 유학생 모날리사 노탄도는 “여기 오기 전에 러시아 사람은 누구나 술고래라고 들었다. 그래서 부모님께서 러시아에 가면 절대 술을 마시지 말라고 당부하셨다. 러시아에는 인종차별이 심하다는 얘기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하지만 러시아 사람들은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 가장 친절한 사람들이다. 이곳에서 집처럼 편하게 생활하고 있다”고 본지에 말했다. 그녀는 “우리 대학 전통 중에 가장 매력적인 것은 오비 해(海)(아카뎀고로도크에 접한 인공 호수의 비공식 명칭) 근처에서 모닥불을 지피고 함께 노래 부르고 춤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ITMO 식품생명공학엔지니어링학부에서 공부하고 있는 타지키스탄 유학생 슈흐라트 아흐메자노프는 “제일 인상깊었던 것은 신입생의 날에 있었던 ‘대학생 맞이 의식’이다. 기숙사에서 상급생들이 신입생들을 위해 매년 준비하는 의식인데, 퀘스트 형식으로 진행된다. 각 층마다 정해진 과제를 완수해야 된다. 층마다 과제를 완수하면서 맨 마지막 층인 12층까지 올라가야 된다. 마지막 층에선 제일 힘든 과제가 주어진다. 눈을 가리고 손을 뒤로 묶은 채 사과 한 개를 다 먹는 것과 같은. 실패하면 팔굽혀 펴기 같은 벌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생의 날에 대해선 들어봤지만, 기말고사가 끝나면 나는 바로 고향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한번도 축제에 참가해 본 적이 없다”고 고백했다.

두 이름의 가진 축제

‘대학생의 날’은 1월 25일이다. 이 날은 정교회 달력에 따라 순교자 타티야나 성녀를 기리는 날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날에는 ‘타티야나의 날’이라는 다른 이름도 붙어 있다.

제정러시아 시절 에리자베타 여왕이 모스크바국립대학교 설립령을 포고한 것이 바로 1755년 ‘타티야나의 날’이었다. 그래서 이 날이 공식적인 ‘대학생의 날’이 됐는데, 포고 당시에는 ‘모스크바대학교 설립일’이라고 불렸다. 그후로 타티야나 성녀는 대학생들의 수호성인으로 여겨졌다.

애초에 이 기념일은 모스크바만의 명절이었는데, 거의 도시 전체가 축제에 참가했다. 모스크바대학교 건물에서 공식 기념식을 하는 것으로 축제가 시작됐다. 그리고 나서 시 전역에서 떠들썩하고 흥겨운 잔치가 벌어졌다.

시험을 끝낸 대학생들에게 총장이 직접 ‘꿀술’을!

모스크바대학교의 ‘대학생의 날’ 축하 전통은 지금까지 보존됐을뿐 아니라 다른 대학들로도 전파됐다. 예를 들어, 모스크바대학교 총장은 타티야나의 날이면 학생들에게 직접 ‘메도부하’를 따라준다. 메도부하는 꿀로 만든 달콤한 전통 알코올 음료로 추운 겨울에 몸을 덥혀 줄 뿐 아니라 감기, 기관지염, 후두염 등에 좋은 성분이 많이 포함돼 있다.

우랄연방대학교(예카테린부르크)에서도 매년 타티야나의 날에 학생들에게 메도부하를 대접하지만 이곳에선 알코올 성분이 없는 것을 준비한다. 마리나 산니코바 대외홍보부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대학 식당 직원들이 학생들을 위해 특별히 무알코올 메도부하를 만들어요. 이날 아직 시험이 남아 있거나 재시험을 치르는 학생들이 많거든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알코올 성분이 안 들었어도 맛도 좋고 몸을 덥혀주는 데는 문제 없다는 것이 학생들의 말이다.

노보시비르스크국립대학교 홍보측은 “2017년의 경우 중국 춘절(설날)과 대학생의 날이 거의 겹친다. 그래서 우리 학교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학생들이 두 명절을 한꺼번에 축하하기로 했다. 기숙사에 모여 함께 만두를 빚고 중국 음식을 맛본다는 계획”이라고 본지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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