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랄에서 한인 농사꾼이 짓는 수박 농사

심의라

심의라

스타니슬라프 샤호프
고려인 농부가 러시아 우랄 남부에서 척박한 기후 환경을 이겨내고 수박 농사에 성공했다. 올해 63세가 된 농사꾼 심의라씨가 그 주인공이다.

심의라 대표는 현재 바시키리야(Башкирия)에서 크고 다디단 수박을 재배한다. 바시키리야는 러시아의 가장 중심부인 우랄 산맥 근처에 있는 대규모 농업지대이다.

“생김새는 한인이고, 사고방식은 러시아인인 내가 자란 곳은 우즈베키스탄이다. 한마디로 세계인이라는 말이다. 그렇게 써달라”고 심 대표가 농을 던진다.

그의 집 벽에는 한국 국기가, 책상에는 <카레이스키예 노보스티(한국 소식)> 신문철이 놓여있다. 마당에는 최고급 세단 현대 에쿠스가 대기하고 있다. 심 대표는 친구나 지인들에게 러시아인이 발음하기 어려운 원래 이름 대신 러시아 이름인 '올렉'으로 자기를 불러달라 한다.

우즈베키스탄으로 강제 이주된 동포들

수박뿐만 아니라 호박도 심는 것이다. 사진제공: 스타니슬라프 샤호프수박뿐만 아니라 호박도 심는 것이다. 사진제공: 스타니슬라프 샤호프

심 대표는 머지않아 예순네 살이 된다. 그는 조상들의 고향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나고 자랐다. 19세기 말 지금의 한국 땅을 떠난 그의 선조들이 정착한 곳은 러시아 극동지역이다. 어머니는 하바롭스크에서, 아버지는 우수리스크에서 자랐다. 1937년 그의 가족은 우즈베키스탄으로 강제 추방된다.

타슈켄트에서 경제학과를 졸업한 심 대표는 중앙아시아수자원공사(Главное среднеазиатское водное хозяйство)에 취직하여 국장까지 한 단계씩 승진한다. 소련 시절 이 직책은 농림부 차관급이었다고 그가 말한다.

시간이 흐르자 페레스트로이카와 '공화국들의 독립 행렬'이 시작되었다. 심 대표 가족도, 다른 수많은 다른 사람들도 모든 것을 버리고 러시아로 이주할 수밖에 없었다. 심 대표 아내(역시 고려인)의 친척들이 바시키리야에 살고 있었기에 이곳에 정착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현재 심 대표의 국적은 러시아다. 그는 러시아에서 사업을 시작하면서 인종 차별을 겪은 적이 없었다고 말한다. 바시키리야에는 다양한 민족들이 함께 살기 때문에 그렇다고 그가 설명한다. 이곳의 주요 민족은 타타르인, 바시키르인, 러시아인이다.

여름에 수박 80t 수확

1990년대에 심 대표는 우파(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1360km) 인근에 있는 농지 100ha를 임대해 남들처럼 감자, 회향, 파슬리, 양배추 같은 까다롭지 않은 작물을 심었다. 그렇게 집단 농장 '코레아나'가 탄생했다. 2014년 그는 이 지역에서는 시도하지 않았던 작물인 수박을 대량 생산해 보기로 한다.

심 대표는 '사카타'의 종자를 한국에서 사들여 온다. 그는 “이곳 토질의 특성과 기후조건을 고려하여 내게 맞는 수박 품종을 추천해 주었다”고 전한다. 종자 하나의 가격은 35루블(약 700원), 원두밭이 2ha규모이니 종자 1만6000개가 필요하다. 심 대표는 “수박 농사철마다 약 1만1000달러(1262만 원)가 종자 비용으로 나간다. 거기다 스무 명 남짓한 농장 일꾼들 급여와 각종 공과금, 장비 임대료도 내야 한다”고 설명한다.

농사철 한 시즌에 수박 종자 하나가 내는 수확량은 평균 40kg 정도다. 이번 시즌 농장의 수박 수확량은 총 80t이 넘었다. 수박은 1kg당 15루블(약 300원)에 주변 상점이나 시장, 이웃 도시로 팔려나간다. 심 대표는 수박 몇 t을 보육원에 선물하고 지인들에게도 나눠주었다. 그렇게 하는데도 수박 농사가 심 대표의 주 수입원이 되었다.

심의라. 사진제공: 스타니슬라프 샤호프심의라. 사진제공: 스타니슬라프 샤호프아열대성 건조기후지대라 우즈베키스탄보다 기온이 훨씬 낮은 바시키리야에서 심 대표는 어떻게 수박 재배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 그 비결은 바로 기술에 있다. 비닐에 싸서 심은 종자를 공기가 차단된 상태에서 키운다. 싹이 트고 튼튼해져야 비닐에 구멍을 뚫는다. 뿌리 쪽에만 물을 머금을 수 있는 저면관수법을 사용하는데 이는 확실히 수확량을 높이는 방법이다. 심 대표는 이 기술을 사용하면 기온이 영상 18도만 돼도 수박 재배에 무리가 없다고 말한다. 이곳 수박의 외양과 맛은 따뜻한 지역에서 재배하는 수박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맛있게 느껴지는 때도 있다. 그래서 처음에 심 대표의 수박을 받기 꺼렸던 이 지역 슈퍼마켓들이 지금은 외지에서 들여온 수박조차 심 대표의 수박처럼 보이도록 해서 팔고 있다.

한국과 러시아를 향한 꿈

수박 얘기를 다 하고 난 심 대표는 평소 관심사를 꺼내놓고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40여 분을 이야기에 몰입한다. 그의 가장 큰 관심사는 언제나 역사적인 조국 한국과 제2의 고향 바시키리야가 교류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

심 대표는 자기 농장이 있는 불가코보 마을에 '한국문화센터'를 열었다. 그가 쾌척한 돈(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으로 한국 학교를 세우고,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곳 주민들과 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국어 강좌를 수강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심 대표는 부모님으로부터 한국어를 배웠지만, 일상에서 쓸 일이 거의 없어 지금은 많이 잊어 버렸다.

현재 심 대표는 지방자치단체와 토지 반환 소송 중이다. 그는 소송이 마무리되고 나면 바로 그 땅에 한국과 러시아의 공동 투자로 자기 농장의 농산물을 가공하는 공장을 지으려고 한다. 그는 “현대나 삼성에도 내 친구들이 있다. 바시키리야에 장비 생산공장이 들어선다면 정말 좋을 것이다. 나는 지금껏 단 한 번도 정부에 자금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다. 내 손으로, 내 피와 땀으로 모든 걸 이루었다. 그래서 지금도 도움 따윈 바라지 않는다. 방해만 안 했으면 좋겠다”고 속내를 털어 놓는다.

현재 그의 가족들은 거의 모두 모스크바에서 살고 있으며 자녀들은 각자 사업을 하고 있다. 심의라 대표는 자신이 시작한 일을 모스크바가 아니라 바시키리야 땅에서 자녀들이 물려받아 이어갈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 외국 소기업들, 러시아 정부 지원 받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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