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상 디테일이 조명 때문에 안 보이거나 1층 좌석 뒷줄에서는 안 보이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면 작은 디테일들을 수정하거나 특수 물감으로 주름과 음영을 표현해야 하죠. 그러니까, 의상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에요. 저희가 하는 일상적인 일들이에요.” 의상실 책임자인 나탈리야 알도시나가 설명했다.
초연 전 의상 촬영이 금지라는 것은 극장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공연 의상은 저작권에 의해 보호를 받는다.
의상실 사람들이 지키는 미신들이 있다. 의상실 보조 디자이너들은 초연이 끝나기 전에는 해당 공연복 제작에 사용된 옷감을 창고에 반납하지 않는다. 메인 디자이너들은 완성된 의상을 넘기면서 가봉시 사용했던 옷핀을 모두 쓰레기통에 버린다. 의상이 '불합격'되어 되돌아오는 일이 없도록 지키는 미신이다.
여러 겹의 레이스가 풍성한 여성용 기본 발레복 치마 튜튜는 따로 떼어 논해야 할 주제다.
과거에는 모슬린과 타를라탄 천으로 튜튜를 만들었고, 매 공연 전에 풀을 먹였다. 전설적인 발레리나 마이야 플리세츠카야는 그녀가 처음 입은 튜튜의 무게가 수 킬로그램 나갔다고 회상했다. “거칠고 뻣뻣한 데다 무슨 이유에선지 등유 냄새도 났지요.” 튜튜의 허리 후크도 낚시추처럼 무거웠다.
나중에는 소재로 나일론이 사용되었고 치마가 쳐지지 않도록 중앙에 가는 원형 철심이 들어갔다. 이런 튜튜는 플리세츠카야가 1957년 영국 순회공연에서 돌아올 때 처음 갖고왔다. 그 후로 러시아에서는 이를 표본으로 튜튜가 제작되었다.
(사진제공=블라디미르 뱌트킨 / 리아 노보스티)
2007년에는 “튜튜 혁명”이 있었다고 디자이너들은 말했다. 당시 볼쇼이극장은 제정 시대의 발레 ‘해적’을 새로 연출해 무대에 올리기로 결정했고 디자이너들은 19세기 말 의상디자인 스케치를 참고했다. 그 결과 얌전하게 아래로 떨어지면서 길이는 길어진 튜튜가 탄생했다. 그런데 발레 ‘주얼(Jewels)’에 이르러서는 이미 신기술을 사용한 움직이지 않는 튜튜가 만들어졌다. 튜튜 제작은 일종의 건축 설계와 같은 것이 되었다.
새로운 연출이 올려질 때마다 상당한 양의 의상이 새로 필요했다. 그래서 의상실의 모든 재단사와 재봉사가 튜튜 만드는 법을 익혔다. 이제 여러 겹의 튜튜 하나를 제작하는 데 하루가 걸린다. 튜튜는 모든 무용수마다 맞춤형으로 제작된다.
“여러 개의 겹을 만들어 그 하나하나 주름을 잡아요. 그리고 나서 그걸 한데 모으고요, 튜튜의 중심은 팬티예요.” 타티야나 로마넨코 재봉사가 말했다. “튜튜 하나 제작하는 데 원단이 15~28m 정도 쓰여요. 다른 작품보다 튜튜가 긴 '해적'의 경우는 더 많이 필요하고요.”
디자이너들은 발레복 제작은 만만한 일이 아니라고 고백한다. 발레복은 꼭 맞게 제작되어야 한다. 1센티만 더 크거나 1그램만 더 무거워도 춤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볼쇼이 극장에서 가장 ‘등장인물이 많은’ 공연인 오페라 ‘보리스 고두노프’에 쓰이는 의상은 900벌이 넘고 의상 제작비는 총 110만 달러에 육박한다.
소매가 없는 귀족의 털외투가 옷걸이에 걸려 있다. 옷핀으로 고정된 꼬리표에 ‘보리스 고두노프, 성악가 드미트리 네크라소프’라고 쓰여 있다. 손에 들어보니 7~8kg 정도 나가는 것 같다.
디자이너들이 웃으며 말했다. “표도르 표도롭스키가 1948년 공연했을 때는 털외투 무게가 20kg였어요. 예술감독이었던 파벨 카플레비치가 고안한 비법 덕분에 외투 무게를 줄일 수 있었어요. 그는 특수 제작기계를 사용해 여러 종류의 원단에 금사와 은사를 심어 '빈티지'한 느낌이 나도록 만들었어요. 겉보기에는 두터운 비단천인데, 무게는 훨씬 가벼워진 거죠. 의상 무게를 줄이는 또 다른 방법은 인조 모피를 사용하는 거예요. ”
무소르그스키의 오페라 '보리스 고두노프'의 새 연출에 쓰이는 의상에 보석 장식이 아주 많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의상 무게는 아주 중요한 문제다. 예를 들어 마리나 므니셰크의 의상 세 벌에는 각각 수천 개의 보석이 쓰이고 보리스 고두노프의 의상 네 벌에는 보석이 각각 5천 개씩 쓰인다.
신기하게도 많은 솔리스트에게는 자신의 몸매를 그대로 재현한 전용 마네킹이 있다. 재봉실은 마네킹으로 가득 차 있다. 벽 쪽에 발레리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의 마네킹이 세워져 있다. 가녀리고 우아한 그 마네킹에는 ‘우리 시대의 영웅’의 메리 공녀 의상이 걸쳐져 있었다. 프리마돈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가 무대에서 입는 이 의상은 수선 중이었다.
본 기사는 축약본입니다.